시작. (초반 6개월에 대한 이야기)
우울증은 끝난 것 같은데, 수면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작년 6월 말 병원을 찾았다. 다니던 병원에서는 우울증이 재발한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려 하루 종일 오열하다가 친구의 권유로 다른 병원을 방문했고 그곳에서는 ADHD인 것 같다는 더 뜬금없는 진단을 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ADHD가 맞지만 성인이 되면서 소멸했다고 말했지만 의사는 ADHD를 감추기 위해 각박과 편집증적인 성격으로 발전한 것으로 확신했다. 어쨌든 수면이 문제였던 상황인데 ADHD를 위한 약은 낙차감이 커서 분명 잠이 잘 올 것이라며 설득하는 말에 넘어가 ADHD 약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콘서타를 먹고 나는 거의 이틀을 잤다. 몽롱하고 나른하고 주체할 수 없이 졸려서 결국 원고를 절반만 완성해서 넘겼고 욕을 대차게 먹었다. 의사에게 가서 너무 졸리고 나른해서 뭘 할 수 없었다. 난 ADHD가 아니다.라고 소리쳤지만 의사는 "확실하네요."라며 웃었다. 뇌에 어떻게 작용하는 약인지, 왜 졸렸는지 설명을 들으면서 약을 계속 복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적응하면서 점차 졸음은 없어질 것이고 집중이 잘 되는 일은 딱히 일어나지 않으며, 머릿속에 켜져 있던 수많은 인터넷 창(누군가는 TV라고 함)들의 개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약효가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수면으로 이어질 것이라 장기적으로는 수면제도 끊게 될 것이라고 했다. 솔직히 다른 것들보다 잠을 잘 잘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수면제 부작용도 상당하고, 이 부분은 진짜 무섭기도 하기 때문에) 정말 큰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복용했다.
근데 복용하면 할수록 나는 ADHD가 완화되고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진짜 심한 ADHD라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고 신경증과 정신병리적 증세 그리고 내 원래의 성격과 본성을 구분하지 못한 채 너무도 혼란한 시기를 겪고 있다. 이런 불편한 과정을 감내해야 할 이유와 목적은 무엇일까? 문득문득 나는 그 의미를, 그 목적을 잘 모르겠고, 또 알고 싶지 않다. 특히 지난주부터 콘서타 품절로 인해 메디키넷으로 약을 바꾸느라 적응을 다시 하고 있는데 이런 감정들이 또다시 올라와 나를 힘들게 한다. 과연 무엇이 '나'였는지 '나'의 평소 컨디션과 좋은 상태가 무엇인지 너무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자꾸 지난날들이 후회스럽고 먼지처럼 연기처럼 거품처럼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