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타 품절과 일상의 붕괴

콘서타 품절과 메디키넷, 그리고 단약결심

by 박다은

ADHD 약을 복용하면서 난데없이 내가 '조용한 ADHD'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이후 조금씩 약을 먹으면서 머릿속을 정리해 갔다. 제약사의 차이겠거니 싶었지만 일단 초반에 메디키넷과 콘서타를 복용하면서 약의 용량이나 컨디션 등을 확인했고 드디어 반년만에 콘서타 27을 하루에 1번 복용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물론 어색한 부분도 있었다. 평생 머릿속이 이렇게 깔끔하고 조용했던 적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18mg를 더 선호하곤 했다. 27mg를 복용하는 것이 내 증상에는 맞는 것 같긴 한데, 복용을 하면 머릿속에 떠 있는 인터넷 창들이 하나도 남지 않고 다 사라져 버리는 것이 너무 어색하기도 하고 또 일상 속 소음들이 너무 커서 견딜 수 없었다. 상대방의 말실수나 볼펜을 딸깍거리는 단순하고 또 의미 없는 행동 들이 발생시키는 소음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 내가 생전 느껴본 적 없는 괴로움이라 18mg를 복용하는 것이 조금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올해 심평원에서 콘서타 품절에 대한 대책으로 이것저것 규제를 시작하였다. 콘서타 품절이슈는 늘 있던 일이지만 올해 바뀐 정책은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내 일상은 정말 붕괴되었다. 나는 그저 비슷한 용량의 메디키넷을 먹으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메디키넷과 콘서타는 약의 효능과 지속 부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이와 관련한 그래프가 있어서 이를 보고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론과 달리 내 몸은 거의 폭격을 당한 것처럼 무너졌다.


약 일주일 동안 메디키넷을 먹었는데,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심장이 아프고 또 두통이 심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당장 다음 주 월요일에 원고를 제출해야 하지만,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꾸 구역질이 났다. 마감일이 다가와서 회피를 하는 것일까? 독감의 여파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일까? 수도 없이 많은 가능성을 생각했지만 메디키넷 외에는 변수를 찾기가 어려웠다. 심장이 아프고 두통이 심하고, 구역질과 메스꺼움이 반복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우울증과 자살사고가 찾아왔다. 나는 왜 지금까지 졸업을 하지 못했는지? 이 지겹고 힘든 상황들이 자살로 끝내야 할 것 같다는 압도감이 자꾸 찾아왔다. 빨리 진정제를 먹고 누웠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산책을 하면서 햇볕을 보고 실외활동을 해도 이 압박감을 떨칠 수 없었다.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는 공허함'을 너무 오랜만에 느껴서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콘서타도 메디키넷도 먹는 것에 대한 문제는 여전했다. 그러나 뭔가 양상이 달랐다. 콘서타는 속이 메스껍지만 억지로 삼키면 먹을 수 있었고 제티를 타서 우유를 먹거나 단백질 셰이크를 먹는 것은 가능했지만, 메디키넷은 음식을 삼키기가 어려웠다. 억지로 먹은 뒤에는 장염에 걸린 사람처럼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분명 비슷한 메커니즘일 텐데, 나는 더 이상 메디키넷을 복용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 ADHD는 물론 우울증, 자살사고 등 모든 것이 다 폭발했던 때에도 나는 석사논문을 완성했고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그러니 내 안에 어떤 것을 잘 찾아내어 메디키넷도 콘서타도 없이 1년만 잘 버텨보자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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