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진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또.. *7월에 쓰던 글

by 박다은

*7월에 쓰던 글이지만, 지금의 마음이랑 너무 똑같아서 조금만 더 덧붙여서 발행*


이제 약을 먹은 지 한 달이 딱 지나서 그런가? 후회나 우울보다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여전히 루저로 살고 있지만, 박사학위는 마무리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고 이것은 수정이 없을 것 같다. 그러면 그다음으로 호구지책을 생각해봐야 하는데, 학원이나 편의점은 내가 직접 노동해야 할 시간이 길어서 좀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미 해봤으니까 더욱 편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내가 공부를 하면서 일을 병행할 수 있어야 하니까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이고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중 무인 판매점이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 관리를 위한 출퇴근 시간도 내가 조정할 수 있고, 갑작스럽게 학교에 가야 할 때도 시간을 조정하기가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무인 판매점을 위주로 매물을 살펴보고 있는데, 내가 출근이 가능한 위치에 매물이 애매했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도 괜찮지만, 반려동물 용품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니 매장 운영이 괜찮을 것 같아 이것저것 알아보니 '독서실'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인 것 같아서 또 독서실도 알아보고 있다. (돈이 문제지..) 무인매장보다 독서실은 관리할 매장 규모가 상당히 커지고, 관리비나 월세 등 리스크도 있지만, 요즘 무인으로 운영되는 독서실에 내가 상주한다면 무인 시스템으로 나의 노동 강도는 줄어들고, 동시에 무인 운영의 리스크를 잡을 수 있어서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될 것 같았다. 근데 무인판매점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니까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꽤 희망적인 미래가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매물도 열심히 보고 나도 의욕 있게 살아봐야지!라고 마음먹은 지 이틀.. 정도 지났을 까? 갑자기 알레르기 반응이 너무 심해져서 병원에 가게 되었다. 119를 부를 수도 없고 택시를 기다릴 수도 없이 숨이 막혀서 근처에 병원 간판만 보고 무작정 들어가서 살려달라고 했다. 그 전날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지만 공황인가? 싶어 그냥 넘어갔는데, 병원에 가니 턱 밑이 붓기 시작해서 숨이 쉬어지지 않는 거라고 했고 주사를 3개나 놓아주시고 산소 호흡기까지 끼워주셔서 (그 정도... 인가요? 민망) 한 시간 정도 앉아있다가 약을 받아 집에 왔다. 집에서 약을 먹으면서 요양을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3일이 지나있고 대통령이 바뀌어있었다. 세상에.


3일이나 지나다니. 얼른 정신 차려서 공부해야 해!라는 마음에 어제 몸을 추스르고 밥을 먹고 냅다 콘서타를 먹었는데, 갑자기 오한과 어지러움이 심해져 하루 종일 누워있었고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인지 악몽과 오열을 반복하다가 이제야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고 있다. 이놈의 몸뚱이가 진짜 지겹다. ADHD 때문에 이것저것 불편한 건 진짜 새발의 피다. 알레르기, 공황, 압박감. 가위눌림 등등. 이 몸뚱이로 뭘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거지 같고 내다 버리고 싶다.


*7월에도 이런 마음으로 살았구나, 9월 1일인 지금.

8월을 거의 비슷한 몸뚱이를 가누지 못해 누워만 있었다. 너무 더워서 친구네 집으로 피신을 왔고 아무래도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 건강에 이로운 것 같긴 한데 여전히 돈이 무섭다. 친구네 옆집이 지금 두 달째 공실이라 이사를 오고 싶기도 한데 관리비, 전기세, 수도세 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로또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 내 몸을 누일 집 한 채, 소소하지만 계속되는 일정한 월급, 4-5시간의 노동, 1-2시간의 운동이 가능한 삶이 이렇게나 어렵구나. 이번에는 누워서 자꾸 돈 생각을 했다. '해외'로 나가고 싶어 했던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어떤 일'을 하는지 보다 일단 '한국이 아닌 곳'을 원했던 그들은 이미 떠났고 앞으로도 떠날 예정이다.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타지 살이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아니, '어떤 일'을 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가 그렇게 애써 회피하는지도 모르겠다. 직장이 있다면야 나도 해외살이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제주도만 되어도 거주자를 우선하는데 멀리 한국땅에 살고 있는 나에게 직장과 비자를 한 번에 해결해 줄 직장이 어디에 있을까? 현실을 생각하면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한국도 나쁘지는 않다. 어찌 되었든 익숙하고 편안하니까. '한국이 그저 싫은' 마음과 '엄마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다. 무언가를 피하려는 마음보다 가능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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