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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taetae Jul 05. 2023

제주올레_1

올레길을 다시 걷습니다

  나는 지금 제주로 가고 있다.  몇 달 전,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묻지 않았다. 망설이지 않았다. 선택보단 예정에 가까웠다. 예정은 고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는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그리고 선언했다. 놀라며 진위를 묻는 말이 돌아왔다. 군대 휴가 때, 제주도를, 그것도 혼자 12박 13일을. 가서 무얼 할 것이냐, 묻는 말엔 반 정도 남은 올레길을 돌아야 한다고 말했고, 왜 가는 것이냐, 묻는 말엔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나도 그게 궁금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걷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등산류의 트래킹은 싫어함에 가까웠다. '세상에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찾아서 하나, 평소에 걷는 것도 힘들다 내겐'주의 었다.
  
  2019년 한여름의 국토대장정은 많은 것을 바꾸었다. 고성에서 파주까지 휴전선을 따라 400km를 걷는. 매일 육체적 한계를 느꼈다. 이래도 되나, 이게 맞나를 반복했다. 근육의 위치를 안다는 말을 처음 이해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신은 또렷해졌다.
  DMZ의 길은 나로 하여금 과거를 부르고 현재를 바라보게 했다. 스쳐간, 흘러간 존재들을 되새기게 했다.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했다. 땀이 흐르고 얼굴이 벌게졌다. 허리를 굽히기 힘들었고 발목은 계속 아려왔다. 그럼에도 나는 내 두 발로 땅을 계속 밀어냈다. 이 모든 것이 생명의 증표로 다가왔다.

  보고 싶은 것들, 보고 있는 것들

  2020년 겨울, 올레길을 걸었다. 그리고 남은 올레길을 걷는다. 지금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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