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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 kim Feb 29. 2020

당신은 항해할 때 어떤 음반을 듣나요

이루리 <Rise From the Ashes - EP> (2018)

#주간다다 열일곱번째 : 2020년 1월 마지막주

헤라 신상 파운데이션 CF를 보는데 bgm이 엄청 감각적인 일렉트로닉 팝인 거다. 근데 가사가 한국어야. 뭐지? 가수가 ‘이루리’라고 한다. 애플뮤직에 이루리를 검색하면 가장 위에 뜨는 아티스트 @lulileela​ 가 바로 그. <Rise From the Ashes>는 그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이다.


당시 독일에 출장 차 와 있었는데, 이 앨범을 처음 들은 곳이 내 일터였다. 하루종일 구름이 껴 있고 공기는 손톱까지 온기가 닿지 않을 정도로 싸늘하고, 무엇보다 조명이 우중충했다.
이어폰을 끼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첫번째 트랙 ‘Right Beside You’의 초반부는 이루리의 목소리와 피아노 반주만으로 시작한다, 그가 ‘빛은 어둠 속에서’라고 속삭이듯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눈 앞에 바다가 펼쳐졌다. 얕은 해변이 아니라 바다 한 가운데를 누비는 배의 갑판에 서 있는 느낌.


https://youtu.be/JTiIUVDXgHw


좋은 음반이 마땅히 받아야 할 대접을 못 해줘서 원통하다. 음악에 집중하기 좋은 곳에서 들어야 하건만... 소음에 얼마나 많은 사운드가 묻혔을까? 그런데 이 곳에서 들은 게 어쩌면 최고의 우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집 밖에서 들었다는 것.

나는 공항에 가고싶을 때, 이미 집에서 멀리 떠나왔을 때 마이 앤트 메리의 <Just Pop>을 듣곤 했다. 그건 7년 전 유럽 여행에서 이 앨범을 즐겨 들어서. 말하자면 나의 ‘항해 앨범’인 셈인데, 2020년대에는 <Rise From the Ashes>가 많이 수고할 것 같다. 두 번째 항해 앨범.






#주간다다
매주 가장 인상적인 컨텐츠를 기록합니다. 인스타그램(@spaceandtime_​​​​)에서 2019년 여름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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