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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 kim May 11. 2020

뉴욕은 감옥이다, 어떤 여자에게는

넷플릭스 드라마 <그리고 베를린에서>를 보고 생각한 것들

#주간다다 27번째 : 2020년 4월 둘째주

넷플릭스 드라마 <그리고 베를린에서>를 보고 

메인 예고편


뉴욕의 하시디즘(유대교 근본주의) 공동체에서 나고 자란 19세 여성 에스티가 억압적인 결혼생활(그렇다. 그는 기혼자이다. 17세에 중매 결혼을 했다.)에서 벗어나 베를린으로의 탈출을 감행하는 이야기. 4부작 드라마이니 하루만에 다 볼 수 있다. 작품을 보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한다.


- 에스티는 베를린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뉴욕 밖을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다”고 고백한다. 많은 사람들이 뉴욕에 가고 싶어하잖아. 뉴욕으로 표상되는 세계의 중심으로. 베를린 친구 중 한 명이 “왜 뉴욕이 아니라 베를린을 택했어?” 물을 때 에스티는 “그 곳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오고 싶었어” 라고 대답한다. 잊히지 않는 말. 많은 사람들에게 뉴욕은 꿈의 무대인데, 이 도시가 새장이고 감옥인 사람이 있다니. 그렇다면 대체 ‘중심’ 은 어디일까? 그게 있긴 할까?


- 에스티가 베를린 친구들과 맺는 관계, 특히 여성들과의 관계가 좋았다. 예멘 출신이지만 뮌헨에서 자란 다시아. 친구들을 따라 강가로 피크닉을 갔지만 에스티는 밖에서 친구들을 바라보기만 한다. 신나게 놀다 뭍으로 올라온 다시아는 짐을 맡을 테니 강으로 들어가 보라고 한다. 에스티는 두려워하면서도 그의 전 재산(여권, 할머니 사진, 돈)이 든 편지봉투를 쥐어준다. 말하자면 에스티가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맺은 신뢰가 다시아와 이루어진 것. 그리고 기숙사 저녁파티에 에스티를 초대하는 다시아, 그를 클럽으로 데려가는 다시아...ㅠㅠ 온갖 아름다운 처음들.

야엘도 유대인이지만 뉴욕을 떠나본 적 없는 에스티와 달리 이스라엘 출신. 그가 야몰차다 싶을 정도로 에스티에게 자기 생각을 말해버린다는 점이 재밌었다. 하시디즘 공동체의 규범만을 체화한 에스티가 “우리 조부모(아마도 외조부모)는 둘 다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어”라고 하니 다른 친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데, 야엘은 “이스라엘 사람 절반이 그래” 라고 시니컬하게 대답한다. 피아노로 음악당에 입학하고 싶어하는 에스티의 연주를 듣고 유일하게 “음악적 재능은 있어. 하지만 피아노는 안 돼.” 라고 말해버리는 사람도 야엘. 결국 에스티는 본인이 더 잘하는 장르를 찾아낸다. 둘의 관계가 더 조명되면 재밌을텐데 분량이 짧아서 감질난다.


- 에스티-엄마-할머니 삼각 관계. 엄마가 어렸을 때 자신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는 에스티는 엄마를 증오하고, 할머니 품에서 자라 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급박한 탈출 상황에서도 할머니의 사진을 챙길 정도이니. 그럼에도 에스티에게 정말 필요한 것, 즉 자유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엄마였다. 할머니와 나눌 수 있는 건 몰래 부르던 노래 정도. (하시디즘 공동체에서는 여성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남자를 유혹하는 도구라고.) 할머니와 에스티만의 비밀은 소중하다. 그 순간은 에스티가 감옥같은 공동체에서 숨쉴 수 있는 때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할머니도 구조 안의 사람, 구조의 피해자인 동시에 구조의 재생산자라는 것. 에스티에게 자유를 준 것은 구조 밖 사람, 에스티의 비밀 피아노 선생님과 구조에서 쫓겨난 사람, 엄마라는 것이 의미심장했다. 베를린에 목적지가 있었음에도 가지 못하고 한동안 음악당과 친구들의 기숙사 방을 전전하던 에스티가 마침내 엄마와 재회하여, 엄마와 엄마의 동성애인의 집에서 비로소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단잠을 자는 장면이 아름다웠다. 드디어 도착한 집.


4월 6일부터 12일까지

1. 책
<예술하는 습관> 계속 읽는 중
<런던 거리 헤메기> 조금 읽음

2.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시즌 4 시작
<그리고 베를린에서> ㅠㅠㅠ

3. 음반
<시스터액트 2> OST를 중고로 샀다. 애플뮤직에 없는 미국음반 처음 본다. 'Joyful, Joyful'이랑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두 곡만 돌려들음. 유튜브 클립에서의 조약한 사운드만 듣다가 스튜디오 음원 들으니 살 것 같다. 왜케 좋지? ㅠㅠ (Joyful, Joyful 중) 'Lord we adore thee'라는 가사가 좋다.

4. 팟캐스트
<오지은의 이런 나라도 떠나고 싶다>. 이나떠 개학 ㅠㅠ 텐션오른 지은언니... 넘 귀여워요..
코로나 시대 가운데 여행 팟캐의 엔딩멘트 '떠나고 싶으시죠?'가 정말 진심이 되어버림



#주간다다

매주 본 컨텐츠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기록합니다. 인스타그램(@spaceandtime_)에서 2019년 여름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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