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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 kim May 11. 2020

선을 넘어오라는 부름

권사랑&서한나&이민경 <피리부는 여자들>을 읽고

#주간다다 28번째 : 2020년 4월 셋째주

권사랑&서한나& 이민경 <피리부는 여자들>을 읽고


토요일 저녁, 택배를 뜯자마자 동생을 불렀다. 야, 누나가 옆에서 하트 만들거니까 사진 좀 잘 찍어봐. 안타깝게도 인증샷 속 내 하트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한숨을 쉬고 동생을 방에서 쫓아낸 후 단독 사진을 찍어 스토리에 올렸다. 어쨌든 이만큼 반가운 택배였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책 한 권을 누운 자리에서 완독한 건 아주 오랜만이다. 이민경 작가가 제시한 독법 “한 호흡으로 읽을 것” 을 최대한 지키려고 한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재미있어서. 세 글 모두.


권사랑의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는 비혼 여성과의 공동주거 이야기. 비혼 여성의 독립의 형태는 1인가구 뿐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거나 의문조차 없는 사람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준다. 서한나의 <끝나지 않는 춤을 추고>는 10대에도 20대에도 여성과 연애하는 여성의 이야기.10대에 여성을 욕망했다면 20대, 30대에 못할 게 뭐가 있나요?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이민경의 <긴 행렬을 부르는 그림>은 권사랑과 서한나의 글을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머리가 아닌 몸을 충실히 따르게 된다면 어떨까? 그 끝은 결국 종말이 아닐까? 때로는 두려움, 때로는 단정을 내포한 물음에 이민경은 “일단 끝까지 가보라” 라고 종용한다.


세 작가의 글을 합치면 아주 명쾌하지만 두려운 결론이 나온다. 여자는 여자(들)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피리 부는 여자들> 텀블벅 펀딩달성 기념 라이브 방송, 이민경의 메일 연재 <코로나 시대의 사랑>, 그리고 <피리부는 여자들> 단행본으로 아주 큰 원이 그려졌다. 그 원은 선일 수도 있고 동굴일 수도. 어쨌든 원 안에서 어떤 여자들은 피리를 불고 있다. 선을 넘어 동굴 안으로 들어오라는 부름. 나는 두려움을 넘을 수 있을까? 그런데 저 동굴은 아주 재미있어 보인다.



추신 : 알라딘 판매 페이지 독자 리뷰 란에  일부가 실렸습니다 :)


4월 13일부터 19일까지
1. 책
<예술하는 습관> 읽는 중
<피리부는 여자들> 아 정말 오랜만에 책 한권 앉은(이라고 쓰고 누운이라고 읽어야 함) 자리에서 완독했다. 한 여성이 다른 여성(들)과 할 수 있는 다양한 모험을 보여준다. 동거, 성애, 그리고 둘을 제외한 모든 것. 결국 여자는 여자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 보슈라방-코시사-피리부는 여자들로 아주 큰 원이 그려지고 있다. 선을 넘음으로써 원 안으로 들어오라는 부름.

2. 음악
백현 미니앨범 <City Lights>에 미쳐살았다... 벳챠... 벳챠...




#주간다다

매주 본 컨텐츠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기록합니다. 인스타그램(@spaceandtime_)에서 2019년 여름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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