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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 kim Jan 15. 2020

칭찬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신예희, <지속 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를 읽고



주간다다 세번째 : 2019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글쓰기 수업에서는 액티비티를 두어 개 한다. 10분 동안 특정 주제에 관한 글 쓰기. 8월 4주차 수업의 마지막 액티비티는 칭찬. 자신이 받았던 혹은 듣고 싶은 칭찬을 수사적 문장을 넣어서 쓰는 것이다. 최대한 과장해서, 되도록 문학적으로. 나는 최근에 들었던 말 중 가장 기뻤던 것을 기억나는 대로 썼다.
완성한 순서대로 각자의 글을 읽었다.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더라. 다들 의외로 소박한 것에 기뻐하신다고 했던 것 같다. 기억은 희미해졌으나 ‘소박’ 이라는 단어만은 선명히 남았다. 소박한 것의 반대는 무엇일까? 뭔가 커다랗고 화려할 텐데. 구체적인 언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칭찬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예상 가능한 칭찬과 불가능한 칭찬. 전자는 심상찮게 받아왔기 때문에 익숙하다. 익숙한 만큼 흐뭇하다. 들을 때마다 조금씩 더 대범해진다.


유튜브 초기에 나는 얼굴을 드러내고 말하는 것이 너무 부끄럽고 무서웠다. 방 불을 끄고 핸드폰으로 최대한 가리고 얘기했다. 말하셨네요! 기뻐하고 대견해 하는 댓글이 달렸다. 다음 영상에서는 조명을 켜고 카메라에 내 얼굴을 가까이 갖다댔다. ‘카메라에 대고 말하는 것이 더 편해지셨네요’ 라는 댓글이 달렸다. 가장 바랐던 칭찬이었다. 그런 말들에 익숙해진 나는 2018년 하반기에 92일 챌린지를 달성하게 된다. 3개월 내내 카메라를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후자는 들어본 적 없거나, 아주 오래돼서 기억나지 않는 말일 테다. 예상할 수 없어서 그것은 나의 상상력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다. 듣고 나서야, 아, 나로부터 나온 것이 이런 칭찬도 받을 수 있구나.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후자는 ‘상상할 수 없는 칭찬’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소박하지 않은 칭찬은 상상할 수 없는 칭찬에 속한다. 생각하건대 대단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말,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자랑하고 싶어지는 말이 아닐까?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전철에서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대체 뭘까? 살면서 그런 칭찬을 언제 받아봤더라? 받으면 엄청 뿌듯할 거 같다. 앞으로 그런 날이 올까?





이러한 고민 속에 페이지를 넘기다 신예희의 이 문장과 마주친 것이다. 이렇게 고마운 책이 한 권 더 늘었다. 아, 칭찬은 언어가 아니라 행위일 수도 있네. 칭찬의 범위가 이렇게나 넓구나. 이 문장의 도움으로 내 상상력은 그 곳까지 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는 오래된 야망이 마침내 싹을 틔운다. 이 분은 이런 칭찬을 받았네.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칭찬받고 싶다. 그게 얼마나 기쁜지 느끼고 싶다.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지? 일단 뭐라도 시작하자. 까지 생각은 뻗어나가 마침내 실행으로 다다른다.


그러니 앞으로는 칭찬을 받을 때마다 기록해야지. 그리고 누가 받은 것이건간에 다양한 형태의 칭찬을 수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상상할 수 없는 칭찬들을 모조리 예상 가능한 것으로 포섭하기 위해. 그리하여 상상할수 없어서 ‘나는 재능이 없어’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해’ 라고 단정지은 모습들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자’ ‘해보니 되네?’ 하는, 실재하는 것들로 만들기 위해.


내가 받은 칭찬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공유하겠다고도 다짐한다. 더 많은 여성이 야망 동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얘기하자면, 저에게 예상 가능한 칭찬은 여러분의 좋아요와 응원 댓글입니다. 질리지 않냐고요? 많으면 많을수록 저는 더 대범해질 수 있어요. 이 주간다다도 매주 몇십 분이 좋아요를 눌러주었기 때문에 4주차에 돌입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이제는 상상할 수 있게 된 칭찬. 첫 번째 글쓰기 과제를 보낸 며칠 후, ‘빛나는 글’이라는 어마어마한 찬사와 함께 브런치에 올려도 되겠냐는 선생님의 제안을 받았다.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게시되자마자 친구에게 링크를 공유했다. 그의 칭찬 덕에 내 글은 ‘재밌어서 순식간에 다 읽고 다른 글 더 있는지 찾아보게 된’ 글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식어를 갖게 되었다. 캡쳐해서 고이 간직하고 있다.


올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완결된 글 한 편을 쓰는 것’ 이었다. 그걸 적을 때에 글에 대한 칭찬은 상상할 수 없는 곳에 있었다. 이제는 내 글이 외부에 소개되는 모습까지 예상할 수 있다. ‘실은 나 재능있는 거 아니야?’ 까지는, 아직 반신반의한다.



#주간다다

매주 가장 인상적인 컨텐츠를 기록합니다. 인스타그램(@spaceandtime_​)에서 2019년 여름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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