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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 kim Jan 15. 2020

AOA 빼고 2019년을 논할 순 없지

2019년 9월은 에이오에이의 달이니까

주간다다 네번째 : 2019년 9월 둘째주


도입부에 래퍼 지민은 마마무 원곡에는 없는 가사를 붙였다. 엠넷 퀸덤 3화 ‘너나 해’ 무대.


‘(전략) 솜털이 떨어질 때 벚꽃도 지겠지 /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 I’m the tree’

‘솜털’ 하면 지금도 잊지 않는 대중문화 속 한 장면이 있다. 2009년 4월 25일 방영된 MBC 무한도전 김연아 선수 편. 응원가를 만들어 부르는 코너였다. 당시 객원 멤버였던 길은 본인의 노래를 개사하여 부르는데 바로 “부드러운 솜털.” 이다. 제작진은 이를 그대로 내보내며 ‘객원멤버의 발언은 무한도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자막을 단서로 달았다. 이제는 발언을 삭제하지 않은 것이 곧 그들의 편집 방향임을 잘 안다. 구역질이 나온다. 그 때도 불쾌했지만 지금은 분노로 토하고 싶을 지경이다.

그 때도 화가 났지만, 저것이 분명 성희롱이란 것을 알았지만, 어떤 언어로 이 감정의 원인과 현상을 정의할 지 알 길 없었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모욕을 당해서 불쾌하다고만 생각했다. 이제는 알겠다. 하다 못해 솜털까지 성적 대상화의 수단으로 삼은 이유. 스포츠 영웅을 그들만의 ‘소녀’ 라는 틀에 끼워 넣어 납작하게 눌러버리고 싶었기 때문에. 출연자의 발언, ‘20살 숙녀에게 웬 솜털...’ 이라는 자막, 제작진의 ‘편집 방향’에서 그 의도가 훤히 보인다. 치욕스럽다. 이것은 불쾌가 아니라 치욕이라 칭함이 옳다. ‘솜털’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이 치욕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지민의 단단한 선언 또한 생각나겠지. 초록색 마이크도. 베스트와 넥타이 타이핀까지 갖춘 멤버들의 정장도. 멤버들의 눈빛을 충분히 시간을 들여 담은 엔딩 컷도. 하고싶었던 무대를 멋지게 해낸 설현의 만족스러운 미소까지. 올해 본 무대 중 가장 통쾌했다.




#주간다다

매주 가장 인상적인 컨텐츠를 기록합니다. 인스타그램(@spaceandtime_​)에서 2019년 여름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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