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 커피 = 사람
바리스타로 일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제 취향이 아니에요.”
이 말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경험한 사람은 ‘취향’이라는 단어 앞에 이유를 덧붙인다. “산미가 강하네요.”, “묵직해서 제겐 무겁게 느껴집니다.” 같은 설명이 따라온다. 반면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모든 평가를 그저 “취향”이라는 말 한마디로 끝내버린다. 문제는 여기 있다. 설명 없는 취향은 결국 무지의 고백에 불과하다.
바리스타도 취향이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그건 무지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향미를 파악하고, 상대가 어떻게 느낄지를 고려한 뒤에 “취향 차이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즉, 그 안에는 이해와 존중이 전제되어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남발하는 취향은 다르다. 근거 없는 취향은 결국 ‘나는 몰라요’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바리스타를 버튼을 누르고 음료를 건네는 직업으로만 본다. 하지만 커피를 아는 사람들은 안다. 누가 버튼을 누르고, 어떤 태도와 설명을 곁들이느냐에 따라 같은 한 잔이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을.
겉으로는 쉬워 보이는 모든 일이 그렇듯, 바리스타 역시 그 안에 수많은 지식과 경험이 쌓여 있다. 그리고 이런 깊이를 지워버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무심코 던지는 “취향”이라는 단어다.
나는 소비자들에게 바란다. 좋아한다면 왜 좋은지, 맞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 최소한의 이유를 표현해 달라. 좋다는 말도, 별로라는 말도 이유가 있을 때 비로소 존중이 된다. 소중한 친구를 소개하면서 “얘는 착해.” 한마디로 끝내지 않듯이, 카페와 커피를 평가하는 말에도 깊이와 고민의 흔적이 담겼으면 한다.
유명하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남들이 맛있다고 해서 반드시 맛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존중이 필요하다. ‘취향’이라는 말은 존중을 아는 사람의 언어다. 그 무게를 모른 채 가볍게 쓰는 순간, 당신은 스스로의 무지를 고백하는 셈이다. 그러니 부디 구글에서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짜고짜 별점을 테러하는 열등감을 표현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