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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egil Dec 17. 2020

난 취향이란 말을 싫어한다(1)

취향 = 커피 = 사람

나는 바리스타이자, 카페 소개 및 경험을 공유하는 '한새길'이다. 


바리스타로 일하다 보면, '취향에 맞지 않다.'는 말에 공감을 하기도 하지만 말하는 사람에 따라 "제대로 알고 말하는 거 맞지?", "정확하지 않아서 회피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본인의 의문은 맛없다 뿐만 아니라, 맛있다는 칭찬도 이에 해당되는 말이다.


<의문의 시작>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취향'보다 '설명'이나 '이유'가 먼저 나오고 확실하지 않거나, 모르는 경우 긴 말속에 의미가 없는 '취향' 한 단어로 끝이 난다.


하나 예를 들면, 20-21년 유행에 유행을 달리던 '요 0이고 사진전' 후기가 있다. 본인 주변에는 예술 쪽으로 관심이 많거나, 실제로 업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요0고'가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 밖에도 구도와 편집, 카메라로 표현하는 색감과 피사체의 디테일, 인화 상태까지 알아보며, 좋게 다가온 점과 그렇지 못한 점을 설명했다. 


반면 '핫플'이라는 이유로 사진 찍기 급급한 이는 '그'가 일본인인 줄 아는 이들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색감', 혹은 '내 취향에 맞는 사진', '사람이 많아서 싫었다.' 등 방문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가벼운 말이 전부였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 기본적인 예의나 배려 없이 사진을 찍어대던 방해꾼의 해맑은 사진을 알고리즘으로 발견했다. 아니나 다를까 게시물 밑에는 행복했다는 글이 적혀있었고 안타까움과 애처로운 마음에 좋아요를 눌러줬다.


더 나아가 전시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예로 들 수 있는 건 많다. 단지 그 모든 행동이나 말에 전문성이나, 이유를 부여하면 복잡해진다. 예민한 사람의 투정이나, 생각을 깊게 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의 감성과 감정보다 명확한 근거와 논리, 모르면 조금이라도 알아보면서 '평가'나 '취향'을 표현하는 게 정상적인 게 아닐까 질문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달라보이는 선택지에서 취향을 존중받기 이전에 매장에서 추구하는 표현 방식과 상품의 가치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활성화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sns의 활성화도 크지만 위에 언급한 설명, 즉 판매자와 구매자의 존중으로 발전시킨 이름과 얼굴 모를 그들 덕분에 다양하고 긍정적으로 변화된 문화를 직, 간접적으로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일인 것처럼>

바리스타 일은 '아르바이트 생'에겐 그리 어렵지 않지만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어렵다. 이는 바리스타뿐만 모든 직업군도 동일하다. 분야가 어떻든 지식, 경험, 활동 범위가 넓어질수록 즐거울 수 있으나, 힘들고 예민해지는 건 똑같다. 겉핥기 수준으로 일을 하고 최저시급을 받으며, 워라밸 라이프를 살면 좋겠지만 회사는 이와 같은 노동자를 거부할뿐더러, 소비자도 더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원하기 때문에 성장해야 한다. 모르는 사람에겐 바리스타는 머신 버튼과 진동벨을 눌러 음료를 전달하는 직업으로 보일 수 있으나, 아는 사람에겐 누가 버튼을 누르고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해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겐 쉬워 보이는 게 타 직업이며, 카페는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모자라 대중적인 것에 비해 아직도 오래된 커피정보와 카페문화에 머물러있는 소비자가 많은 편이다. 물론 커피를 업으로 하는 사람과 일반 소비자를 비교할 순 없지만 서로가 알고 있는 정보와 생각하는 바의 차이가 꽤 심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에서도 가성비가 좋거나, 더 좋은 재료, 방식 반대로 안 좋은, 가성비가 떨어지는, 좋지 못한 일의 방식이나 기술이 있듯이 카페에서 제공되는 것들도 똑같다고 생각하면 좋다. 굳이 내가 하지 않는 일을 알 필요도 없지만 타인에게 표현할 때, 혹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적어도 찾아보거나, 공부를 하고 신중하게 표현하면 좋지 않은가. 특히 블로그나, 리뷰, 카페소개를 하는 사람들은 꼭 그렇게 해주기를 부탁한다. 내 입장에서 보면 인00그램, 네0버, 카0오, 구0 등을 보면 감정호소문과 소감 정도로 보이는 것도 있고 카페는 많이 방문했으나, 경험과 지식이 너무 부족한 카페소개가 95% 정도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보자면, 지인에게 소중한 친구를 소개해주는데 "얘는 착하고 키가 크고 어디 살아."하고 끝내는 느낌이다. 바리스타의 노고와 소비자를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공간이 이쁘고 좋거나, 운영시간, 위치로 글을 채울 시간에 그들이 놓칠 법한 매력적인 요소와 변화하지 않는 가치를 직접 찾아보고 물어보면서 공부를 어느 정도 한 상태에서 짧게나마 쓰라는 말이다. (+쉽게 쓰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본업도 그렇게 대충, 쉽게 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취향은 존중을 아는 사람의 용어>

바리스타들도 '취향'에 따라서 다르다는 말을 한다. 그들이 몰라서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절대 아니다. 호불호가 있을 법한 향이나 맛을 구별한 후에 본인과 비슷하게, 좋게 받아들일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커피는 향으로 마시는 음료이기에 인지하는 정도에 따라 느껴지는 즐거움이 다르다. (+배전도에 따라 단맛이 다른 이유, 신맛을 sour가 아닌 acidity로 표현하는 이유. 가공방식에 따라 다른 산미의 방향 등 향이 공헌하는 바가 너무나도 크다.)


앞서 말한 부분들이 커피와 바리스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사실 직업이나,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그들도 자영업자, 직업인이기 전에 사람이며, 그대들이 원하는 걸 제공하기 이전에 여유 속에 가치를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가끔 겉으로 쉬워 보여서, 현재의 삶이나, 일이 어렵다는 이유로 카페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대출받을 수 있는 것까지 다 받고 창업하기를 바란다. 내 예상이 맞다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고통으로 남거나, 세상에 없거나 둘 중 하나다.


나는 취향이란 말을 싫어한다 1화를 마치며, 당신의 일이 쉽지 않은 것처럼 세상에 그 어떤 일도 쉽지 않다. 취향과 존중을 연결하여, 길게 풀어서 쓴 이유는 존중이나 취향이란 단어는 많이 사용하는데 실제로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거나, 취향을 논할 만큼 잘 아는 사람은 별로 못 봤기 때문이다. 


유명하다고 맛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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