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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egil Dec 23. 2020

난 취향이란 말을 싫어한다.(2)

카페의 과거, 문제점(1)

지난 글이 바리스타의 입장과 취향을 주제로 했다면 이번 글은 잘못을 얘기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잘못을 얘기하려면, 나의 잘못을 먼저 되짚어야 하기에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반성해보고자 한다. 내 경험에 공감이 되는 카페나, 바리스타가 있다면 좋겠다. 

  13년 백화점 지하에 있는 작은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로 카페 일을 시작했다. 지금과 비교도 안될 좋지 못한 생두를 기름기가 도는 검은색이 되도록 볶아 썩 괜찮은 커피처럼 마케팅을 했다. 최악이었던 건 원두를 얼마나 담고 몇 초에 얼마나 뽑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돈 받고 파는 사람도 커피 맛과 향을 장담할 수 없었다. 커피에 관한 지식은커녕 맛도 볼 줄 몰라도 버튼만 누르면 아무나 완성할 수 있었으며, 향을 가미한 설탕 파우더로 음료를 제작해서 일이 어렵지도 않았다. 지나고 보면, 커피를 추출하고 만들어내는 게 좋아서 시작했다기보다, 와이셔츠를 입고 빵모자에 앞치마를 걸친 내 모습이 좋았던 거다.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이제 막 바리스타 일을 하는 사람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이지만 현재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매장과 비교 조차 되지 못할 만큼 모든 게 저렴하고 단순했다. 19년 이후 머신이나 인테리어용 물품의 퀄리티까지 달라진 카페와 달리,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2000년에 머물러있는 커피와 카페, 바리스타가 아닌 파트타이머를 본다. 하물며 커피에 '오마카세'라 하여, 커피의 기본도 안된 더티플레이팅, 그저 이쁘게 보이는 사진용 음료를 만드는 곳도 늘어간다. 장사에 눈이 멀어, 새로운 심각성을 제기하는 상황 속에서 과거의 나와 그들에게 질문을 한다.


  바리스타 직업은 과연 어떤 정의로 말할 수 있을까? 왜 안 좋은 원두를 좋다고 포장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을까? 애초에 진입장벽이 높은 직업이었다면 어땠을까? 누가 잿더미가 된 커피를 좋다고 했을까? 왜 아직도 사람들은 바리스타와 커피에 고정관념이 있을까? 왜 스페셜 티가 처음부터 대중화가 되지 못했을까? 왜 우리는 아직도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을까?  전문성이 결렬된 시각으로 다른 카페를 평가하기 시작했을까? 왜 아직도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가? 카페가 어쩌다 사진관이 되었을까?


그 탓들이 서서히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어 가는 요즘 꼭 말하고 싶었다.
 “왜 우린 자랑과 장사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까?”


  커피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 오감을 지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피의 맛보다는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거나, 서비스와 공간을 중점으로 하는 평가로 시작하고 끝낸다. 이처럼 커피의 본질이 잃어가는 것과 지식의 체계성을 벗어난 것은 나를 포함한 바리스타 모두의 잘못이다. 아직도 원샷, 투샷 용어를 쓰며 맛보기 전에 커스텀부터 하는 손님도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쓴맛이 좋다며 신맛에 녹아있는 긍정적인 맛과 향을 부정하는 손님 역시 우리가 만들었다. 반대로 신맛이 나면 스페셜 티라고 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필터 커피가 있어서 모든 메뉴가 비싸냐고 묻는 손님 역시 우리가 만들었다. 시대를 따라간다고 하여 공간만 늘리거나, 거울을 갖다 놓고 장사를 하기 시작한 건 다름 아닌 카페 즉 바리스타다. 이제는 카페가 쉬워 보였던 탓인지, 만만하게 보였던 탓인지 21년 이후부터 치킨집보다 많아졌고 이젠 10만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책무성을 지닌 바리스타가 아닌 인스타, 유튜브 연예인 지망생을 만들었다. 카페가 사진 촬영 장소로 취급되는 것, 카페 창업이 쉬워 보이는 인식을 만든 것도 모두 과거의 나와 모두의 잘못이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지 못하고 장사와 성장에 급급했던 커피 시장은 그들만의 세계로 변질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장인정신이나, 낭만이라도 있었지만 이젠 아니다. 현실은 제 아무리 잘 만들고 열심히 해봤자, 소비자에겐 밥 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셔봤는데 별로거나, 불행하다는 이들의 행복을 위한 사진용 카페,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구독자 많은 상품일 뿐이다. 정보도 지식도 없는 소비자가 비꼬는 말을 하고 직업의 귀천을 따지게 만든 건 우리가 잘못된 인식을 심었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보고 무언가를 깨달아야 한다. 머신이나, 재료, 인테리어가 좋다 한들, 소비자가 관심 없으니, 자연스레 커피 공부와 기술력도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닫고 커피와 관련된 모든 걸 포기한 채 월급날만 기다리고 일하고 있지 않았나. 자극적인 말을 하고 재밌는 콘텐츠만 만든 이유는 커피로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지 않나.


 글을 쓰게 되면서 찾아보게 된 또 다른 문제점은 논리적인 이론과 경험을 증명하는 바리스타는 소수고 반대로 진입장벽이 낮은 직업 특성상 특별하지 않은 지식으로 자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남을 폄하하는 말을 하거나 원두를 평가하는 의미 없는 글을 쓰는 바리스타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1편에서 언급한 정보의 바다는 개인의 공간에서 누군가의 이론과 실무, ~카더라 하는 정보를 수정해 개인의 평가로 덧붙여 올려놓곤 한다. 문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봤을 땐 전문가가 알려주는 신뢰할 수 있는 글이 되었다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 유 00나 네 00에 카페 창업과 망하는 이유에 대한 콘텐츠를 올려 도와준답시고 구독자를 끌어모으는 게 몇몇의 방식이라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 영상을 볼 시간에 직접 일을 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쌓으신 다음, 망해도 괜찮으니 자신의 음료나 공간을 꼭 표현해야겠다고 하시는 분만 창업을 추천한다.”)


 이 글을 빌려 바리스타에게 말한다. "연예인이 꿈이었다면 회사로 가라. 평론가나 권위자 노릇을 하고 싶어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글에 그럴듯하게 착하게 포장하여 괴벨스처럼 선동하지 마라. 문제가 있거나 아는 척을 하고 싶다면 개인적인 연락을 취해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예의 있게 전달하는 현명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


 이 글을 빌려 소비자에겐 그들의 말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의심을 하길 바란다. 소비자의 의심은 바리스타에게 위기의식으로 다가와 더 좋은 서비스와 투명성을 전달하기 위해 공부할 것이다.


 착각하는 게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지만 바리스타의 영감에서 마니아에게 전달되고 이후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반대로 바리스타가 커피시장을 만든다고 착각했지만, 모두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장사를 한다. 서로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주고 흘러갔음에도 욕을 먹는 게 신기하다. 이제는 더 나아가기 전에 지금 이 순간 왜 그런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카페는 무엇을 하는 곳이며, 바리스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카페를 더 이상 사진을 찍는 곳으로 흘러가게 해선 안되며, 가치를 인정하고 즐길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문화는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올라가며, 카페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하여 변화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현명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많은 바리스타들이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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