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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만 맛있는 시대

인스타 감성 소비와 현실의 대비

by saegil


요즘 카페는 왜 공간이 작고 어려운 게 많을 걸까?.


스페셜티 커피, 우리가 놓친 것들...


“스페셜티가 무엇일까요?”


바리스타라면 흔히 ‘좋은 커피’ 또는 ‘80점 이상의 점수’라고 답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답변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소비자를 기만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 스페셜티 커피의 출발점은 1974년, ‘Erna Knuten’ 여사가 커피 품질을 평가하고 기준을 제시한 순간부터다. 단순히 ‘맛있다’는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원산지, 테이스팅 용어, 가공 기술까지 담아 품질을 객관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소비자는 여전히 커피를 ‘인스타그램용 사진’, ‘핫플레이스 경험’으로만 소비한다. 향과 맛, 원산지와 품종, 가공 방식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오래 앉을 수 있는 자리, 예쁘게 찍히는 사진 한 장이 커피보다 우선이다. 바리스타가 값비싼 머신과 고급 그라인더를 사용해도, 그 과정에서 쏟은 지식과 노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결국 스페셜티 커피는 단순히 ‘멋져 보이는 음료’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소비자만이 아니다. 바리스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전문성을 내세우면서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지 않았다. ‘맛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원두의 스토리와 추출의 과정을 숨기거나 간략화했다. 소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두와 머신, 드립 한 방울까지 담긴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지 않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커피의 가치를 훼손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인스타그램 카페 소개하는 소비자와 바리스타의 태도다. 무지 성한 콘텐츠와 전문성을 과시하면서 남을 깎아내리고, SNS에서 그럴듯하게 포장해 소비자를 선동하는 이들. 장인정신은 없고, 오로지 ‘보여주기식 커피’만 남는다. 그 결과, 소비자는 커피를 깊이 이해할 기회를 잃고, 단지 ‘예쁘다’, ‘핫하다’ 정도의 평가에 머물게 된다. 자칭 인플루언서라는 소개자와 바리스타가 자신의 돈벌이 혹은 전문성을 남용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순간, 커피 시장은 착취와 환상만 남은 산업으로 변질된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바리스타는 기술자에 그치지 않고,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예쁜 카페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커피의 과정과 가치를 음미해야 한다. 서로 책임을 다할 때만 스페셜티 커피는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스페셜티 커피의 등장은 바리스타에게는 책임이자 자부심이 되었고,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기회였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첫 번째, 두 번째 물결에 머물러 있다. 소비자는 무지와 편견으로 시장을 평가하고, 바리스타는 전문성을 내세우면서도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 이 불균형을 깨지 않고는, 스페셜티 커피는 단순한 유행 이상이 될 수 없다.


결국, 바리스타와 소비자 모두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당신이 만든 커피는 단순한 음료인가, 이야기인가? 당신이 소비하는 커피는 행복을 보여주고 싶은 마지막 비명인가, 단순한 경험인가, 가치 있는 문화인가? 서로가 자신의 역할을 깨닫고 책임질 때, 스페셜티 커피는 비로소 문화가 된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몇 년 동안 카페를 다니면서도 메뉴판을 보고 머뭇거리거나, 커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주문할 때 망설인다면, 그건 진짜 바보 같은 행동이다. 결국 돈만 쓰고 남는 것은 빈 껍데기 같은 경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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