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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egil Mar 06. 2021

요즘 카페는 너무나도 작다

스페셜티와 공간 그리고 문화


요즘 카페는 왜 공간이 작고 어려운 게 많을 걸까?.

 먼저 스페셜티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스페셜티가 무엇일까요?”


 바리스타를 업으로 하는 분이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커피’, 단순히 ‘좋은 커피’와 비슷한 답변을 했다면 반성하고 더 깊은 공부를 하기를 바랍니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1974년 ‘Erna Knuten’ 여사가 ‘Coffee & Tea’ 저널을 통해 처음으로 커피에 ‘스페셜티’ 언어를 부여했으며, 더 나아가 원산지와 테이스팅 용어, 가공 기술에 보다 명확한 이해를 도와주었다.’는 근원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스페셜티는 품질 보장을 위한 기준점으로써 사용했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오늘은 스페셜티와 커피시장에 대해서 간단하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역사를 먼저 보자면, 많은 소비자 분들은 커피의 대중화와 역사가 비슷할 거라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커피는 9세기에 시작했다고 하면 놀라지 않을까요? 카페 이야기도 해보자면, 1554년 이스탄불에는 ‘키바 한’이라는 최초의 카페가 탄생했습니다. (신기하죠?)

 

 시간이 흘러 20세기에 ‘힐스 브라더사 사’가 진공 포장된 커피를 만들었고 일본계 미국인 과학자 ‘사토리 카토’가 인스턴트커피를 개발하여 커피의 첫 번째 물결을 만들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달달한 졸음 방지 음료로 사용되었습니다.


 1945년 ‘아킬레 가찌아’가 개발한 머신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에스프레소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1966년 ‘피 0’, 1971년 ‘스타 00’ 등 마실 수 있는 공간, 즉 카페를 만들어 ‘두 번째 물결’을 퍼뜨렸죠. 대한민국은 2-30년이 지나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스타 00’ 1호점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카페가 시작됩니다. (‘스타 00’ 이전에 ‘자 0’이라는 곳이 먼저 생기긴 했습니다만, 많은 영향을 받은 곳은 스타 00이기에 글에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처음으로 ‘스타 00’가 생겼을 당시 현재 3대 로스터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인텔리젠시아와 카운터 컬처가 1995년에 세 번째 물결이라 불리는 ‘스페셜티’와 ‘다이렉트 트레이드’란 색다른 경영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2016년 정도가 돼서야 한국에는 ‘세 번째 물결’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도 스페셜티 커피를 운영하는 매장은 있었지만, 대중적으로 접근을 해보려고 합니다.)

  


스페셜티가 왜 생겼을까?

 오늘도 개인적인 생각으로 글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스페셜티’가 세 번째 물결인 것에 많이 궁금할 것입니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왜 많은 카페에서 ‘스페셜티’를 사용하고 커피를 약하게 볶기 시작했을까요? 그 이유는 위의 역사를 따라가 보면, 졸음을 깨는 달달한 음료로 시작해 대화나 공부를 하기 위해 사용되는 자릿세 음료를 지나서 어느덧 향이나 맛을 음미하는 음료로 발전되었기 때문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스페셜티’의 발전으로 인해 커피를 와인에 비유하는 단계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와인을 마시는 목적이 알코올이라고 하지만 좋아하는 이유는 빈티지에 다른 나라와 농장이 가진 다채로운 향과 맛이 개인의 취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죠. 알코올과 카페인만 다를 뿐 몇 년 전부터 카페에 가면 가공방식과 나라, 농장 더 나아가 농장 주인과 품종, 고도, 향과 맛까지 설명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커피로 만들어지기 까지의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그 가치를 입증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은 과거 강배전에서 맡을 수 없었던 복합적인 향과 맛의 스펙트럼에서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스페셜티’ 커피의 등장은 바리스타 혹은 소비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큰 자부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시각적으로 보자면, 몇 년 전부터 ‘스페셜티’를 사용하는 매장을 가면 미토스, 메져, 디팅, 말 코닉 EK43과 라마르조꼬, 슬레이어, 시네소 등 2,000만 원부터 시작하는 머신과 200-300만 원 이상에서 시작하는 그라인더를 뻔하게 볼 수 있었고 저울 또한 그냥 일반적인 저울이 아닌 ‘아카이아’에서 생산된 반응속도가 빠른 10-20만 원 대 저울을 3-4대 사용하며, 필터도 ‘브리타’, ‘에버퓨어’ 등 정수필터도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아주 비싼 필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보면 “집에서 하는 거랑 매장에서 먹는 거랑 달라요!”라는 말에 대해 어느 정도 답변이 가능합니다. 당연히 달라야 한다고)


 어쨌든 좋은 커피를 위한 순수한 욕심은 생두를 넘어 머신, 그리고 바리스타의 전문성까지 가지고 오게 되었습니다. 전문성과 밀리지 않으려는 승부욕을 가진 민족이라 커피업계는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지만, 아쉽게도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만 ‘세 번째 물결’를 충분히 즐기고 다가오는 ‘네 번째 물결’을 준비할 뿐 아직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바리스타는 자신의 전문성과 다양하고 맛있는 커피에 목적을 두었다면, 일반 소비자들에겐 셀카가 잘 나오는 매장, 예쁜 매장, 오래 앉아도 되는 매장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니 당연하게도 대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맛집은 검색해서 잘 가는데, 카페 맛집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더 재밌는 것은 유명한 정도에 따라서 커피 맛에 등급이 매겨지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인스타그램과 클럽하우스만 보아도 바리스타는 바리스타끼리 대화를 합니다. 아니면 바리스타는 바리스타에게 궁금하지도 않은 자기 자랑과 평가를 합니다. 무엇보다 ‘착함’은 많은데, ‘커피’가 아니면 이야기를 하지 못하거나, ‘이해’를 안 합니다.


 가끔은 ‘스페셜티’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스타00’가 아닌 약배전을 추구한 로스터리가 대중화 되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시간은 지났고 결과물이 나왔음에도 “그랬더라면?” 이라는 달콤한 상상을 해보는 것 같습니다.


 스페셜티와 공간에 대해서 다음화에 마무리 지어보려고 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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