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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egil Jan 01. 2022

슬기로운 카페 생활

풀렸으면 하는 오해 (사진 : 에디션 덴마크)

12월 27일 <맛있는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 5곳>이라는 글 덕분에 처음으로 만 명이 넘는 조회수를 얻게 되었습니다. 물론 1년 동안 브런치 글을 적어오면서 발행하지 못한 글도 많았지만 진심과 사실 기반의 글을 전달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총 16개의 글을 써오면서 8년 동안 달려왔던 제 커피 인생이 헛되지만은 않았구나 생각도 들고 지난날에 썼던 글이 부끄럽지 않아서 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론에 앞서 제 글을 좋아해 주신 분들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바리스타로 일을 하면서 소비자 분들이 꽤 많이 궁금해하셨던 질문이나 오해들을 풀어보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카페가 많이 생긴 것과 별개로 커피라는 게 감성과 과학 사이에서 애매한 부분도 많았고 개선되지 않은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는 곳도 있기 때문입니다.


투샷, 도징 올려서, 탬핑 세게 해서 진하게 뽑아주세요.

포터 필터에는 스파웃이 있습니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저울이 없던 시절에는 스파웃에서 떨어지는 에스프레소를 유리잔 글라스에 표시된 눈금으로 표시될 때까지 추출해서 ‘투샷’ 혹은 ‘원샷’의 커피를 물에 희석해서 제공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된 과학과 스페셜티의 탄생은 ‘재현성’과 ‘개선’에 집중된 액세서리를 탄생하게 만들었습니다. 스파웃이 없는 ‘바텀 리스’ 포터 필터와 더불어 저울, 탬퍼와 레벨링 툴, 침 칠봉 등 원두가 가진 고유의 개성을 과학과 접목시켜 살려줄 수도, 통제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원 샷’과 ‘투 샷’은 오래된 방식, 혹은 잘못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18g 바스켓, 혹은 20g 바스켓, IMS, VST 등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쓰는 도구에 의해서도 커피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더 좋은 맛을 내는 도구를 사용하여 똑같이 추출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침엔 18.3g의 원두를 분쇄하여, 26-27초 사이, 40.0 - 40.3g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녁엔 19.0g의 원두를 분쇄하여, 23-24초 사이, 35.3 - 35.7g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였습니다.


이건 ‘원 샷’ 일까요? ‘투 샷’ 일까요?


가끔은 원두의 양을 올려서, 물의 온도를 내려서, 탬핑을 세게 해 달라는 주문이 있는데, 바리스타들도 모든 소비자들이 원하는 완벽한 커피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어떤 원두는 화려한 향과 깔끔한 느낌을 내는 게 있다면 어떤 원두는 단맛과 질감에 초점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바리스타는 그 원두가 가진 개성에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최상의 맛을 동일한 향과 맛으로 제공하는 일을 하기에 사용하는 원두를 바꾸는게 차라리 더 쉬울 겁니다. 또한 커피는 예민한 편이라 범위 내에서 조금만 변해도 향과 맛이 변하기 때문에 전달하는 사람이 모르는 맛을 제공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진하게 될지 연하게 될지, 어떤 향이 살고 죽을지, 그래서 어떤 맛이 표현이 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죠. 이 외에도 하나씩 따지고 보면 너무나도 할 얘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래서!


연하게, 진하게를 조절하고 싶으시다면! 물의 양을 조절해달라고 하는 게 오히려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핸드드립은 왜 비싸요?

로스터리도 그렇지만, 일반 매장에서도 핸드드립으로 추출하는 원두는 애초에 이윤을 생각하지 않고 판매를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원재료의 단가가 비싸고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뿐더러, 쉽게 말하면 1시간에 1-2잔 팔린다는 과정 하에 노동비조차 안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일하는 시간과 경력을 제외하고 4년 동안 열심히 집에서도 매일 같이 커피를 추출하는 연습을 하고 공부를 하는데 그 노력의 값이 6000-8000원 사이로 계산이 되었을 땐, 추출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그리 달갑진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커피와의 차이점을 확연하게 느끼고 맛있다는 손님들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라면 결코 아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합니다.


하지만 그런 감성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치의 투명성’이라는 점입니다. 어떤 원두는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아무런 정보를 알 수가 없어서 심하게 말하자면, 정말 최악의 위생상태를 자랑하는 커피를 마셨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돌, 나무, 똥, 벌레, 쥐 시체가 있는 생두를 저는 직접 봤습니다.) 하지만 보통 핸드드립, 필터 커피에 쓰이는 ‘스페셜티’라고 불리는 생두는 농장부터 생산까지 위치추적뿐만 아니라 커피가 탄생하는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될 만큼 신경을 많이 썼을뿐더러 관능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재료이기 때문에 믿고 마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쌉니다. 핸드드립이 있다고 다른 메뉴도 비싸진 게 아니라, 커피 자체가 제 값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메뉴판에 없는 음료 주문

아.. 이건 정말 부탁드립니다. 가끔은 메뉴판도 안 보고 주문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없는 메뉴를 주문하시는 분들을 뵙습니다. (이건 좀 제 마음으로 써볼게요.)

돈 더 준다는데 뭐가 그리 어렵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꽤 많으신데, ‘김0천0’에서 ‘스테이크’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판매하는 사람이 먹어보지 못한 메뉴 혹은 퀄리티가 떨어지는 음료를 만드는 것보다 안 파는 게 나아서 그렇습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이 3가지가 소비자 분들이 오해하고 계시거나 궁금해했던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음에는 일산에 있는 카페 몇 군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일산 거주자 분들 그간 서울까지 가느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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