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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다 창업하게 되었을까

창업, 의도, 알고 보니, 롤모델

by saegil

카페 창업, 현실과 이유

요즘 우리는 ‘카페거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콘셉트의 카페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카페 창업을 선택합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회사에 소속되어 바리스타로 일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월급과 매출에 큰 차이가 없고, 체력과 정신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창업을 결심할까요?"


바리스타 수명

첫 번째 이유는 바리스타의 경력 수명이 짧다는 점입니다. 경험이 많아도 주휴 수당과 월급 수준은 알바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평균적으로 220-300 사이?) 체력이 떨어지고, 장시간 서서 일해야 하는 부담, 정신적 압박은 결국 자신이 일하던 공간에서 벗어나도록 만듭니다. 두 번째 이유는 회사와 개인의 지향점 차이입니다. 회사가 목표로 하는 장사 방식과 바리스타가 표현하고 싶은 커피 사이의 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생두를 사용해도 로스팅과 추출 과정에서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담아내기 어려운 경우, 창업을 통해 자신만의 기준과 철학을 구현하려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개인의 표현과 소비자 경험

예를 들어, 제가 경험한 국내외 로스터리에서는 같은 생두를 사용하더라도 커피의 뉘앙스가 뚜렷하게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개인이 추구하는 맛과 공간, 서비스 철학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이어집니다.


현 ‘Lo+us’ 대표 리사 씨는 스타벅스에서 8년간 근무하면서, 미국의 한 매장에서 30년 넘게 일한 앰버서더 사례를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경험 많은 직원들조차 관리자의 눈치를 보며 일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좋은 커피를 적정한 가격에 제공하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를 통해 ‘로투스’만의 마니아층과 단골손님이 생겼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오디너리 핏’의 이하성 대표는 원래 샌드위치 전문점을 계획했지만, 연희동에서 카페를 열 기회를 얻으면서 공동대표로 카페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부업처럼 시작했지만, 재료와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매장이 확장되었습니다.


3. 카페 창업의 현실적 어려움

카페 창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세금, 신고, 등록, 서비스, 관리 등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고, 전기·배수·재료비·월세·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도 큽니다. 몇몇 바리스타는 월세 부담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매장을 열기도 합니다. 고가의 머신과 로스터기를 구입해야 균일한 커피 맛을 유지할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은 상당합니다.


준비 없이 창업했다가는 벌금, 불법 문제, 유지비 부담 등 현실적 장벽에 부딪힙니다. 또한, 무리한 대출이나 퇴직금으로 매장을 오픈한 경우,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 반응은 미미하며, 상권 분석 없이 인테리어만 신경 쓴 카페는 위험이 더욱 큽니다. 코로나 같은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 매장 운영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평균 소규모 로스터리 카페 (15~20평 기준, 서울 기준)

임대보증금 : 3,000만~1억 원

월세 : 200만~400만 원

커피 머신 : (에스프레소, 브루잉용 최소) : 500만~1,500만 원

로스터기 : 500만~2,000만 원

인테리어 : 1,000만~3,000만 원

초기 재료비 (원두, 우유, 시럽 등) : 200만~500만 원

기타(세금, 설비, 배수, 전기) : 100만~300만 원


실패 요인

1. 상권 분석 미흡 : 사람이 많은 지역 = 성공 아님

2. 인테리어에만 치중 : 맛과 서비스가 뒷전이면 고객 지속성 낮음

3. 비현실적 가격 책정 : 초기 원가와 임대료를 맞추기 위해 가격 상승 소비자 반발

4. 코로나 등 외부 변수 : 매장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침


사장과 직원, 이상과 현실

많은 예비 창업자가 꿈꾸는 모습은 직원에게 기회를 주고,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며, 자신이 겪은 것보다 나은 카페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매출 압박과 운영 부담은 직원 채용과 관리에 제약을 주고, 서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느끼게 만듭니다.


리사 씨 또한 프리랜서나 정직원을 고용하며 이상적인 사장 역할을 꿈꾸었지만, 수익 구조와 현실적 제약 때문에 계획대로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부 사장님들은 무관심이 최선의 배려라 생각하며, 업무에 관련된 의사소통을 최소화하기도 합니다. 결국, 사장과 직원, 그리고 소비자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카페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입니다.


결론

카페 창업은 단순히 보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커피에 대한 철학, 공간과 서비스 설계, 현실적 재정 관리, 직원과의 관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바리스타들이 창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좋은 커피와 자신만의 공간을 통해 개인의 표현을 실현하고,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결국 카페 창업은 열정과 철학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실패, 성공 모두가 카페라는 문화와 산업의 발전에 기여합니다. 혹여나 여유로 즐겼던 카페가 이뻤거나, 일하는 모습이 단순해 보인다고 하여 창업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후회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에서 일하는 모습보다 청소나 뒤처리, 더 나아가 손님들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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