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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유범 Feb 27. 2024

동기부여의 힘, 자녀나 직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

동기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주에 큰 딸인 현선이가 성대 인공지능융합학과를 과 차석으로 졸업했다. 원래 자식하고 와이프 자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오늘은 그 녀석의 흑역사까지 얘기를 하려 하니 꼭 팔불출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이 녀석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한 후 첫 중간고사 때, 수학 점수는 49점이었고, 전체 평균 74점이었다. 수원에서 좋은 학교 축에 들던 중학교였지만, 초등학교 때는 대체로 전과목에서 틀린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나 보다 생각했었는데 이상하게 와이프가 시험 때 공부하란 소리 한 번도 안 하고 그냥 뒀고 본인도 그냥 시험 봐도 항상 잘 봤었으니 방심을 했다고 해야 하나? 나중에 출판사 다니는 선배님이 공부 안하고 중학교 첫 시험은 그정도 성적이 나오고 그런 충격을 받는다고 후일담을 해주셨다.


와이프도 충격을 받고 나도 "아 나 닮아서 공부를 못하는구나" 생각하고 와이프에게 크게 뭐라고 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저녁때 청담동에서 술 마시고 있는데 당신 딸 집 나갔으니 찾으러 빨리 내려오라고 전화가 왔다. 아 이게 뭐지 하면서 미친 듯이 내려가서 동네를 샅샅이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고 결국은 친구 엄마가 말씀은 드려야겠다고 저희 집에서 재울게요 전화가 와서 데리러 갔던 기억이 있다. 가면서 "애한테 한 마디도 하지 말고 그냥 데려오자" 다짐을 받았고 그날밤은 대화없이 그냥 재웠다. 다음 날 내가 왜 그랬냐고 물으니 본인도 가슴이 아프고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하고 있는데 엄마가 뭐가 좋다고 웃음이 나오냐고 해서 너무 슬퍼서 내일 학교갈 준비물 챙겨서 나갔다고!


엄마는 네가 공부를 열심히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데 공부를 너무 안 하니 그런 얘기를 한 것이고 최선을 다했으면 빵점을 맞아도 엄마 아빠는 상관없다고 얘기해 주고 평생 인센티브 안을 짜던 내 주특기를 살려 "앞으로 시험 평균 1점 오를 때마다 1만 원씩 줄 것이고 그 돈은 네가 어떻게 쓰던 상관하지 않겠다"라고 제안을 했다. 그때 평균이 74점이었으니 100점을 맞으면 26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제안이었다. 


그 뒤에 친구들이 한 번 집에 놀러 왔는데 집에서 2시간 정도 놀았을 때 와이프가 방에 들어가서 상을 펴주며 이제 많이 놀았으니 공부들도 해야지 하고 수학 책을 펴고 큰 애에게 알려줬던 일이 있었는데 그 걸보고 다음날 학교에서 친구가 "너는 좋겠다, 우리 엄마 아빠는 학원만 계속 뺑뺑이 돌리면서 뭐 물어봐도 학교 선생님한테 가서 물어보라고 하는데" 너네 엄마는 같이 공부도 해주네 부럽다 이런 얘기를 해서 큰 애가 엄마가 이렇게 알려주는 것이 좋은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는지 엄마와 공부하던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이런 변화와 인센티브가 잘 맞아떨어졌는지 결국 기말고사는 평균 84점을 받아와서 10만 원을 받았고, 3만 원은 친구들과 노래방 가고 떡볶이 사 먹었다고 7만 원은 엄마에게 통장에 입금시켜 달라고 했단다. 그 뒤 2학기에는 94점을 받아서 다시 10만 원, 94점을 받은 이후에는 아빠는 평균 90점이면 행복해, 그러니 이제는 점수가 떨어져도 90점부터 1만 원씩, 96점부터는 2만 원씩 만점을 받으면 10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기말고사는 평균 97점을 받아오고 내가 해외 발령을 받으면서 네팔에 있는 국제 학교로 입학을 했다.


지금도 내가 그날 "너는 뭐가 되려고 이런 점수를 받아왔냐 무조건 점수를 올려라"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오싹한 생각이 든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이다. 영업실적이 좋지 않은 직원들도 정말 한 두 명 일 안 하고 게으른 직원들 빼놓고는 본인도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모티베이션이 없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고 그전과 다른 무언가를 도전할 수 있게 해줘야지 어제와 다른 오늘이 되지 윽박만 지르면 될 것도 주눅이 들어서 할 수가 없게 된다. 내가 영업을 20년 넘게 하면서 실적 가지고 직원들에게 화를 안내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과거의 실적이나 시험 점수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실패나 부족함에 대해 집착을 하는 것이 아닌, 기대와 함께 동기부여를 주고 믿어주고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실적에 찌들어 살고 있는 분들도 좀 한 발짝 뒤로 와서 더 큰 그림을 봤으면 좋겠고 애들 공부시킨다고 학원 뺑뺑이 돌리는 부모님들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고민들을 하는지 물어보고 생각했으면 한다. 


큰 애는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해야할까? 국제학교에서도 AP과정도 없는데 혼자서 7개를 독학해서 따고, 대학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는 것을 보고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도 대학 입시로 인해 찌들어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때는 학원 다니기 싫다고 해서 애들 학원 다 끊고 차 할부하러 간 철없는 엄마 아빠도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대학도 잘 졸업했으니 너무 조바심 내지 않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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