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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게 무서워졌다

브런치에 글을 안 올린 지 한 달이 넘었다.


원래 계획했던 아이와의 일상, 나의 회사원 이야기들은 머릿속에서 아니면 나의 연습장위에서만 머물고 있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는 나의 삶과 생각을 잘 보존하는 그런 저장고의 역할로

거기에 작가라는 어렸을 때부터 꿈꾸어 왔던 그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는 기대에 가득 차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슬럼프가 왔다.




첫 번째 이유는 인정욕 때문이 분명하다.


라이킷이라던가 구독수라던가 하는 나의 글에 대한 인기나 호응을 측정하는 지표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난 왜 글을 열심히 쓰는데, 라이킷이 늘지 않을까

난 왜 구독자가 늘지 않을까

난 글자 하나하나에 고민과 사고를 담아 적어 가는데,

휘갈겨 쓰듯 짧게 짧게 적어낸 듯한 글들은 라이킷이 많고

왜 나는 그렇지 못한 것일까 하는

늪과 같은 생각이 글을 멈추게 했다.




두 번째는 나의 글쓰기 실력에 대한 자각이다.


타산지석을 삼자고 열심히 브런치의 글들을 읽어나갔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사고의 과정을 이렇게나 잘 적어 나갈 수 있다니,

이렇게 짧게 적으면서도 이렇게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니,

이렇게 위트 있게 일상을 풀 수 있다니,

이런 감정을 이렇게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놀라운 재능들이 넘쳐났다.



나의 글은 온전히 새로운 지식을 전하지 못한다.

누구나 겪었던 삶에 대한 일이니까

나의 글은 아마도 현재의 브런치를 읽는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어투가 아닌 것 같다.


반성과 반성과 반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와중이다.

아마도 글쓰기에 대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있는 와중이고.


어떤 브런치 작가는 라이킷에 대해서 알람을 꺼버렸다고 했다.

신경 쓰지 않기 위함이라는데, 나도 해봐야겠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써야겠다.

써야지 늘지, 안 쓰면 아무것도 아니지.


하지만 여전히 쓰는 것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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