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6개월 아기 수면 교육 2일 차

2022년 10월 초의 어느 하루, 그다음 날

수면 교육 첫 날을 지내고 둘째 날 아침이 밝았을 때 가장 걱정이 됐던 것은 아빠에 대한 아들의 반응이었다. 밤새 울고 있는 자신을 한 번도 안아 주지 않았던 아빠를 아이는 어떻게 대할 것인가. 무언가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아빠에게 배신감을 느껴 우울해하지는 않을 것인가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자식이 도움을 요구할 때 그 손을 잡지 않는 부모가 되어버린 죄책감이 밤새 거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내 몸을 머리부터 발 끝까지 잡고 땅속으로 당기듯 나를 더욱더 찌뿌둥하게 했다.


다행히 아침에 눈을 뜨고 나와 눈이 마주친 아들은 어젯밤 일은 다 잊었다는 듯,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만드는 미소를 지으며 "아뽜!" 하며 소리쳐주었다.


둘째 날의 하루는 길지 않았다. 나와 아이는 오전에는 제주도가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천국과 같은 환경에서 열심히 축구를 했고, 전날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던 우리는 오후에는 열심히 낮잠을 잤다. 무려 3시간 반이나!


오후에 길게 낮잠을 잔 덕분에 저녁은 일찍 찾아왔고, 이틀째의 밤은 그렇게 찾아왔다.


누구나 이렇게 맘대로 뛰어 놀 수 있는 축구장이 제주 남원에는 있다.


오후 9시 반.

조명을 낮추고, 전날 밤과 동일한 수면 유도 음악을 틀었다. 아이에게 다시 한번 나지막이 얘기를 건넸다. "오늘 아빠를 안 미워해줘서 고마워. 오늘도 안아주지는 않겠지만, 아빠는 꼭 아들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 편하게 잘 자." 아들은 내가 한 말을 알아들은 듯 한 번도 울지 않고 30분 만에 잠에 들었다. 그제야 아침부터 나를 불편하게 했던 죄책감이 사라졌다.


새벽 2시 반.

아이가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른 점은 예전처럼 울음으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아들은 낑낑거리기만 할 뿐 크게 울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조금 길어지자 고민의 시점이 찾아왔다. 울지 않는데 달래야 할까, 아니면 그냥 혼자서 다시 잠들 때까지 두어야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어제 밤새 울었고, 밤새 울었던 자신을 안아 주지 않은 아빠를 오늘 낮에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다고 아빠의 손길은 이제 밤에 없을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옳은 일일까? 내가 잠시 손을 내미는 것만으로 아기가 안심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고민은 단 두 문장이었지만, 울지 않는 아이를 어느 정도까지 달래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수십수백 번이 왔다 갔다 하는 중이었다. 결국 난 조금 약한 아빠가 되기로 했다. 울지는 않았지만 낑낑대는 아이의 등에 손을 살포시 얹고 조용히 말했다.


"아들아, 아빠가 옆에 있어. 괜찮아. 안 무서워해도 돼."


한 마디 말과 한 번의 쓰다듬뿐이었지만 아이는 이내 낑낑거리는 것을 멈추었고 잠시 후 잠에 들었다.


한 시간마다 잠에서 깨서 통곡에 가까이 울어대고, 안거나 업어주어야만 잠이 들었던 아이가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조용히 달랜 것만으로 잠에 든 것이다!


아침 5시 반.

아이는 3시간 가까이 한 번도 깨지 않았고, 5시 반이 넘어서야 뒤척거리기 시작했다. 이 때도 잠시 아이를 지켜보다 몸에 살며시 손을 대 주었다. 그리고서 아이는 아침까지 잠을 잤다.




불과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이를 안고 일어나 돌아다니지 않고도 재울 수 있게 됐던 그 둘째 날의 아침에 난 혼자서 꽤나 많은 후회를 했다. 아이가 운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재깍재깍 안아서, 또는 업어서 재웠던 지난날에 대한 후회는 당연하거니와 무엇보다 그동안 아이를 키우는 일을 너무 "이모님"께 맡겨두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후회도 같이 찾아왔다.


7월에 휴직을 하고 9월에 이사를 하면서 한 방에서 아이와 같이 자기 시작했고 10월이 된 지금에서야 본격적으로 수면교육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아이를 핑계로 휴직을 해놓고선 아이에게 너무 늦게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후회가 나를 두드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이는 내가 휴직을 하고서도 두 달 동안은 이모님과 함께 잤다.)


아침에 일어난 아들은 의외로 전혀 피곤해하지 않았고, 그렇게 수면 교육 2일 차가 지난 아침은 찾아왔다. 아들의 우는 몸을 안아 주지 않은 죄책감에서는 벗어났지만, 새롭게 찾아온 후회를 시작하는 중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6개월 아기 수면 교육 1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