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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월 아기 수면 교육, 그 후

2022년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의 이야기


<수면 교육에 대한 지난 글>

수면 교육 첫날의 이야기

수면 교육 두 번째 날의 이야기


제주에서 두 밤을 잔 다음 날, 그 아침에 아이와 눈과 마주쳤을 때 아이는 여느 때처럼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아들, 잘 잤어?"라는 여느 때와 같은 인사를 건네고 아이를 안아주었을 때 아이는 또 언제나처럼 내 품을 자신의 짧은 팔다리로 꽈악 껴안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갑자기 이상하게 감정이 증폭되는 그런 순간이 있다. 반복되는 아이의 행동이 엄마나 아빠에게 전달되는 감정의 종류나 양이 무척이나 달라지는 그런 순간 말이다. 그날 아침도 아마도 그런 순간이었던 것 같다.


매번 잠에서 깰 때마다 자신을 안아주던 아빠가 이제는 자신이 내민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에게 아비로서 느끼고 있던 미안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침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존재가 아빠라는 사실을 알고는 천사가 신에게 짓는 미소만큼이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이는 아들에게 느끼는 또 다른 종류의 미안함이 더해졌고, 아이가 머리가 커지기 전에 더 일찍 이런 습관 교육을 할 걸 하는 후회의 한숨에 26개월이나 되는 기간 동안 너무 아이의 양육을 상주 이모에게 맡긴 것은 아닐까 하는 후회가 더해지는 아침이었다.


세 번째 날 밤은 가히 기적과도 같이 아무 일이 없이 지나갔다. 아무 일이 없었다는 것은 잠도 수월하게 들었고, 깨어서 우는 일도 없었고, 깨어서 우는 일이 없었기에 안아주거나 고민할 일도 없었다. 아이가 정말 완벽하게 통잠을 자준 것이었다.


그날 오후 난 제주에서 서울로 올라왔고, 그 뒤로 한 달하고 보름의 시간이 지났다.




3일간의 수면 교육이 아이의 잠자는 버릇을 100% 완벽하게 바꾼 것은 아니었다. 서울로 돌아온 아이는 대략 3주간은 하루 이틀 정도를 빼고는 크게 우는 일 없이 잘 잤다. 자면서 깨는 빈도도 수면교육 이전과는 다르게 현저하게 줄어 한 두 번 정도만 깨는 것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3주간은 안아서 일어나 달래거나, 업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통잠은 아니었지만 간단한 토닥거림과 누운 채로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잘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완벽하게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자 며칠 동안 아이는 다시 안아달라고 떼를 쓰며 울기도 했고, 때때로 우리 부부는 그 울음에 져서 아이를 안고 일어나 달래고, 업어서 달래기도 했다. 며칠 연속을 그러기도 했고, 하루 이틀 정도만 그렇기도 했다. 불안정한 시간이 며칠, 곧잘 잘 자는 며칠 이어지는 식의 반복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제주도에서 했던 것만큼 날을 잡고 밤새도록 아이가 울면 눕혀서 재우기를 시도하는 수면 교육을 더 이상은 하고 있지 않다. 비록 완벽하게 아이가 통잠을 자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수면 습관 만들기"에는 실패했지만, 한 시간마다 잠에서 깨고 업어주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던 우리 아들의 모습은 이제는 없어졌기 때문에 잠시 숨을 고르며 아이의 성장과 수면이 어떻게 변하는 지를 보려고 한다.




수면 교육은 이 브런치 안에서만 봐도 워낙 갑론을박하게 되는 주제이기도 하고, 그 효과에 대해서는 "무조건 괜찮아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단정 지어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나는 수면 교육이 필요하다고 믿는 편이다.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상 습관이라는 것이 우리의 행동을 어떻게 지배하는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알려져 있고, 그리고 그 습관을 만드는 것은 결국은 반복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반복의 시간을 줄이는 것은 교육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스스로 반복해서 잠들 수 있는 습관을 기르는 것을 기다릴 수도 있지만, 부모가 교육을 통해서 그 반복을 짧은 시간 내에 여러 번 이루어 습관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수면 교육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수면 교육의 여러 선례로 많은 후기 글들에서 언급된 것만큼 "아이가 울 지쳐 잠들 때까지 개입하지 않는" 방식의 수면 교육을 나는 권하고 싶지 않다.


그런 수준의 수면 교육을 나는 시도도 못해보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아이를 극단까지 두지 않아도 아이에게 스스로 잠드는 것이 더 편한 일임을 알려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의 수면 교육 행동 수칙

아기가 울어도 가급적 안고 일어나 달래서 재우지 않는다.

우는 것이 심해질 때는 누워서 안아주거나 앉아서 안아준다.

안아주지 않는 이유와 상황을 아이에게 설명한다.

잠들 때까지 안아주지 않고 누워서 잠들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제주도에서 두 밤을 보낸 아침에 아이를 안았을 때 들었던 후회의 감정이 완벽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수면 교육 이후에도 아들이 잠들지 못해서 아이를 업게 되거나 안게 되었을 때 나의 수면 교육이 시간 낭비였던가 하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던, 아직도 인간으로서 부족한 이 아빠라는 사람의 됨됨이를 더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후회 중에 진작에 할 걸이라는 후회는 더 이상 하지는 않는다. 영원히 안 하는 것보다는 어느 순간에라도 했던 것이 나았으니까. 또 나도 태어나서 아빠를 해본 것이 처음이었어서, 그때 그 순간에서야 하게 되었던 것이므로. 그리고 앞으로 아이에게 더 잘해 줄 수 있는, 그날의 미안한 마음을 갚고도 남을 만큼의 행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더 많은 날이 있지 않은가.


"아들, 그날 밤 많이 울려서 미안. 그래도 이제는 전보다 잘 자서 정말 다행이야. 아빠가 미안한 만큼 더 잘할게. 아빠도 좀 더 크면 더 잘해 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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