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by 아빠를 여행하다

_ 14.


"두 가지만 약속해?"

"뭐?'

"와 신기하다~, 그리고 아이 추워, 이 두 마디는 절대로 하지 않기!"


아이의 입 꼬리가 꿈틀대고 있었다.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아이 특유의 장난기가 팝콘 튀듯이 팍팍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 날씨에 춥다고? 뭐지? 아, 뭐지?"


어깨마저 들썩거리고 있었다.


"와 신기하다~라고 말하지 말라고?"

"응 내기!"

"만약에 안 그러면, 아빠가, 네가 사달라는 거다 사준다! 아이스크림 사준다!"

"정말?"

"응"


하지만 동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이의 입에서는 '와 신기하다~'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그들은 꽁로 동굴 앞에 서있었다.

그는 남들 다 가는 관광코스보다는 남들이 잘 안 가는 길을 통해 남다른 의미를 얻어보려고 했다. 다름으로써 다른 값을 인정받고 싶어 했다. 그래서인지 불편하고 복잡하더라도 이 곳 꽁로까지 기를 쓰고 오려했다. 물론 아들에게 신기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었다. 특이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오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우선 타켁에서 벌써부터 일은 틀어졌다. 지도상에 있어야 할 터미널은 보란 듯이 사라졌고 이른 새벽, 개들의 울부짖음을 뚫고 동네 골목길을 휘졌고 다니다 결국 못 찾고선 본능적으로 쏭테우를 몇 차례 갈아타고서야 동굴 입구까지 오게 되었다.

가이드북에 실린 교통편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지인이 부르는 이름과 가이드 책에 표기된 마을 이름이 달랐고 타켁에서 연결되는 루트 자체가 두세 번 기점을 돌지 않고서는 올 수 없는 그런 코스였다. 도착하고 보니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다시 오라면 좀 더 빠르고 쉬운 방법을 택할 것 같았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하라는 게 바로 이건가?'

'시행착오를 해봐야 다음번에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거지?'


그게 그런 의미였는지 전혀 몰랐다고 읊조렸다.

중간중간 게스트 하우스에 내리겠냐는 쏭테우 기사에게 꽁로 동굴 입구까지 계속 가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숙소가 밀집한 마을에서 꽤 멀어지고 있었다. 차 없이 맨발로 걸어오기에는 무리다 싶을 정도로 한적한 길이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들어오는 외국 여행객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뜨였다.

그는 돌아나갈 차편이 궁금했다. 쏭테우 기사에게 혹시 다음날 나간다면 태워줄 수 있는지 주문을 했다. 그렇다고 하길래 그는 가격을 물었다. 하지만 왔던 가격보다 훨씬 비싸길래 가격을 깎고 또 깎았다. 하지만 기사는 난처한 듯 주저주저하더니 알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모호한 신호를 계속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 7시에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그와 말이 잘 안 통한다고만 생각했다.

다음 날이 돼 서야 그가 깨달은 것은 쏭테우 기사 자신이 온다는 것이 아니라 대형 버스가 마을에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그가 깎고 깎은 가격은 쏭테우가 아니라 버스 가격이었다. 쏭테우 기사는 밤에 떠나고 없었다. 그도 난감할 수밖에 없었지만 소통이 안 되는 것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는 두 가지 판단을 했었다. 이 사람들이 가격 흥정을 꺼려한다는 것과 의사 표현을 확실하게 안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원하는 것만 보고 얻고자 하는 것만 생각했다. 그러면서 라오스 사람들이 무언가를 분명하게 표시하지 않는 것을 못마땅하고 답답히 여겼지만 그도 그의 판단이었다.

그런 만남을 뒤로하고 그들은 유원지로 들어갔다. 동굴로 이어지는 강가에서 입구만 바라보았는데 아이 입에서 금기어가 터져 버린 것이었다.

구명조끼 차림에 헤드라이트를 들고 계곡 아래 좁은 강가에 세워진 길고 가느다란 배를 타고 동굴로 기어 들어갔다. 잠시 후 까만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에 들어서니 적막한 어두움이 이어졌다. 기막힌 풍경은 아니었으나 서늘함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참을 시끄럽게 달렸다. 중간중간 보트가 모래무지에 턱턱 걸리는 바람에 그는 배에서 내려 뱃사공과 함께 힘겹게 보트를 들었다 놨다 반복해야 했다.

초입에 조명을 매달아 동굴을 둘러볼 수 있도록 꾸며 놓은 곳이 있었는데 한참을 달리다 다시 등장한 빛이 그런 곳이겠거니 했는데 동굴 밖으로 이어진 현실이었다. 한 줄기 빛이 현실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두 눈을 앗아가고 있었다. 아이의 입에서 또다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와, 신기하다~"


빛으로 이어진 세상 밖에는 카르스트 특유의 비경이 초록빛 강물 위로 실루엣처럼 비치고 있었고 동굴 속에서 시끄럽게 부딪히던 모터 소리는 대 자연의 위엄 앞에 유유히 저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무 틈을 돌며 지저귀는 산새 소리가 귀를 찌르고 있었고 눈 앞에 보이는 모퉁이마다 생생한 풍경이 동공 속으로 빨려 들고 있었다. 계속해서 아이는 금기어를 쏟아내고 있었다.

꽁로 마을에선 그날 저녁 아이들 생일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동네 아이들 수십 명이 구멍가게 안에 집결해선 음악에 맞춰 깔깔대며 온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구멍가게에 과자 사러 들어간 그도 주저 없이 엉덩이를 흔들어 보이니 동네 아낙들이 한바탕 웃고 난리가 났었다.

밤은 깊고 별도 깊었다. 여기 오길 참 잘했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들 손을 굳게 잡고 도란도란 밤 길을 걸었다. 별빛이 친구 삼아 주는 벽촌 마을에선 밤늦도록 꿍짝 대는 댄스음악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다음 날, 아침 해가 떠도 사람들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사려는 듯했다. 외국 여행객들이 쏠쏠하게 마을로 밀려들었지만 주민들은 돈 버는 것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했다. 아이들은 줄줄이 학교로 향하고 부모들은 쟁기를 들고 밭으로 나갔다. 주어진 있는 그대로의 삶을 무던하고도 묵묵히 받아들이는 듯했다. 물질에 구애받지 않는 그들의 몸짓이 반갑기는 했지만 그래도 교통체계만큼은 불편하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형버스가 마을 안까지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버스를 타고 북으로 달렸다. 동굴을 나오면서 바라본 풍경은 여전히 시대를 알 수 없는 산수화를 감상하는 듯했다. 대나무, 유칼립투스, 야자수가 한데 어우러져 높은 음자리표 마냥 꽈리를 틀고 있었다. 꽁로로 들어올 때 들렸던 락사오 주유소와 나힌이라 불리는 마을 분기점을 지나 버스는 북으로 일관되게 달렸다. 정오 무렵 즈음되니 멀리 메콩 강이 다시 나타났고 계속해서 메흥강 물줄기가 오른편으로 버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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