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by 아빠를 여행하다

_ 20.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돔싸이로 가야 했는데 그는 아무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하루 밤 더 묵어 가야 할지 아니면 배를 타고 무앙응오이로가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그래서 농키우로 들어올 때 만났던 청년을 선착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앙응오이에서 돌아오는 그에게 그곳이 어땠는지 묻고 싶었다. 청년은 비행기 일정 때문에라도 배를 타고 나와 이 곳 농키우에서 하루 밤을 묵어가야만 했다.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도착한 배에서 승객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선착장에 발도 못 붙인 그들에게 "혹시 코리안 못 봤냐?"라고 물었다. 그들 중 한 무리가 다음 보트로 온다고 동시에 답했다.

그러고 나서 한참을 서성였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들을 똑바로 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어떻게 할래? 하루 더 묵었다 갈까? 아니면 무앙응오이로 갈까?"

"아빠, 근데... 무앙응오이나 농키우나 아닐까? 더 들어 가봐야 여기랑 비슷할 것 같은데?"

"그래? 그럼 어떻게 하지? 아예 떠날까? 생각 같아선 하루 더 묵고도 싶은데 말이야"

"근데... 으으으, 밤에 너무 추워"


그도 방갈로 생활은 이쯤에서 접을 때가 됐다 싶었다. 숭숭 구멍 뚫린 나무집 대신 빈틈없이 딱딱한 시멘트 벽이 그립고 왠지 생각만 해도 아늑해 보였다.


"가야겠지? 그지?"

"응!"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오전 11시에 오돔싸이로 가는 버스를 탈 걸...'


그는 후회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공터엔 기사들이 한데 모여 쇠공 던지기 내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오늘 운행은 접은 듯 봇짐 지고 나타나는 이방인에게 어디 가냐고 묻지도 않았다. 매표소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기사 한 두 명이 은근슬쩍 다가와선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데 그곳에서 마냥 서성일 수는 없었다. 마을에서 나가는 차를 뭐라도 물색해야 했다.

그는 거리로 나가 온갖 탈 것에 초점을 맞췄다. 들어오는 교통수단들을 손으로 세워선 혹시 돌아 나가는지 물었다. 이제는 수명을 다 한 듯한 소형 화물차가 흔들거리다 멈춰 섰다. 운전수가 고개를 내밀었다. 여차 저차 하는데 달라는 요금은 적당했다. 그러나 그가 잠시 있어보라고 하고선 버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더니 기사들과 몇 마디 나눴다. 뭐 하는 건가 싶었는데 다시 돌아와서 좋다고 가자고 싸인을 던졌다. 그는 다행이다 싶어서 냉큼 올라탔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차를 세우고는 여기서 좀 기다리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 차로 이들을 넘기는데 미리 낸 돈에서 일부를 빼고 고스란히 건네고 있었다. 거래는 세분화됐지만 어쨌든 그는 마음먹은 때에 그곳을 벗어 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특히 오지마을에선 더욱 그랬다.

차는 빡몽까지만 가기로 했다. 잘 달리던 기사가 중간에 밥을 먹겠다고 했다. 식당에 세워 놓고는 동네 주민들과 한 시간 째 떠들었다. 그는 아들이 곤히 자고 있길래 '그래 더 자게 내버려 두자'라는 심산으로 아무 말 않고 있었지만 더 이상 지체하는 것은 스스로도 어색했다. 시계를 좀 보라는 표시를 몇 차례 전달하고서야 시동이 켜졌다.

비포장 도로를 따라 빡몽 터미널에 도착하니 우돔싸이를 잇는 버스가 한대 있었다. 하지만 밤늦게 출발하는지라 그렇게 되면 새벽에야 도착할 것 같았다. 그러느니 지금이라도 움직이면 자정까지는 우돔싸이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해보는 데 까지 해 보자며 삼거리로 나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랬다. 터미널이 아니어도 교차로 즈음에는 어디론가 가는 차량들이 서로를 태우고 싣고 나르고 있었다. 다만 영업용이 아니어도 영업 아닌 영업들을 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통상적인 히치 하이킹이 오히려 낯설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적당한 보수를 주고받으며 서로 돕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역시나 승합차 한대가 그들 앞에 섰고 달라는 돈을 흥정해서 올라탔다. 구비구비 좁다란 산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해발이 높아질수록 바람은 거셌고 대나무로 지은 집들로 이런 추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산지 깊은 곳에 사는 소수민들이 거리로 나와 몽구스 같은 날 짐승들을 팔고 있었다. 앞 좌석에 운전사 지인이 동행하고 있었는데 그가 새끼 멧돼지를 사 갔으면 했다. 그 바람에 군데군데 들려 이런저런 구경을 했다. 부족 고유의상과 장식을 두른 소수민족들이 눈에 뜨였다.

그들의 바람대로 자정이 못 돼서 우돔싸이에 들어섰다. 다음날 루앙남타로 일찌감치 움직일 요령으로 버스터미널 근처에 짐을 풀었다. 벌써부터 중국인들의 통행이 잦아지고 중국 식당도 슬슬 눈에 띄고 있었다.


IMG_1971.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