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

by 아빠를 여행하다

_ 41.


그는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뛰놀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스라했다. 아주 없었던 일은 아니지만 몸에 새겨진 특별한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시 한번 아버지를 만난다면 그리고 아버지와 마지막 만찬을 나눈다면 무슨 말을 할지 또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해 보았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금세 생각을 지워버렸다. 어색했다.

이제 국경을 넘으면 딸아이와 셋이서 펼쳐질 나머지 여정으로 인해 아들과 단둘이 하는 여행은 마지막이 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런저런 일로 티격태격하면서도 그동안 감기 한번 안 걸리고 몸 건강히 지내준 아들이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다. 이 녀석에게 뭐라도 베풀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선 마음을 담아 편지부터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들에게,

이제 그 너의 유치하고 지겨운 수다도,

먹을 것만 보면 "앗 저거 맛있겠다!" 쉴 새 없이 튀어나오던 소리도,

"제 하하하하! 제 하하하하!" 또 언제 튀어 나 올지 모르는 너의 그 만화 캐릭터 웃음도,

이제는 안녕!

이제는 너의 그 지겹도록 지저분한 손가방도,

뒤죽박죽 뒤섞여 도통 뭐가 들어있는지 알지 모를,

그래서 우산이라도 한번 꺼내려면 지구를 탈탈 털어야 하는 너의 백팩도

이제는 안녕!

이제는 안녕. 안녕.

속 시원히 뒤를 돌아보니

우리는 메콩강도 건넜고,

메콩강도 걸었고,

메콩강도 갈랐고 (조약돌로)

산을 넘고,

산을 밟고,

산을 안고,

바다를 먹고,

바다를 입고,

바다를 안고,

바다를 풀었지.

그렇게 뒤돌아 보니

우리는 그렇게 강물에 뛰어들었어.

두 손을 잡고.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

그러고도 몇 겹을 곱했어.

곱했지.

사랑하는 아들,

돌이켜 보니 이제야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우리의 힘겨웠던 순간도,

우리의 아찔했던 방황도,

우리의 어색했던 침묵도,

이제는 안녕.

사랑하는 아들,

나에게 소중한 아들아,

세상에서 내 기분을 제일 잘 알아주고

알려하고,

물어주고,

일깨워주던

사랑하는 아들.

너는 나의 가장 훌륭한 최고의 파트너가 틀림없어.

아빠의 성급함도

나의 그 조급함도,

나의 그 지겨운 분주함도,

아빠의 그 힘겨운 우격다짐도,

계속해서 참아주고,

기다려 주고,

이겨내줘서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다.

아들.

이제는 그 아련했던 순간도,

그 수 많았던 시간의 추억도,

함께 걸었던 그 길,

그 바다,

그 산,

그 강,

그 모든 찬란한 추억과 시간도 안녕, 안녕.

아들.

사랑하고,

고맙고,

네가 정말로 자랑스럽다.


- 2016년 1월 아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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