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 야영장
지난 5월 29일. 지난 번 '쏠캠'으로 방문했던 지리산 내원사 입구에 있는 '내원 야영장'을 다시 찾았다. 지난 번 혼자 왔을 때 이미지가 좋게 남아 여행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찾아 오게 됐다. 이번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말에 방문했다. 역시 내가 좋으면 남도 좋은 게 당연하다. 이날도 엄청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
함께 갈 일행이 금요일 밤 9시가 다 돼서야 일이 끝나는 바람에 첫날은 밤 11시 쯤 야영장에 도착해 텐트 치고 자기에 바빴다. 게다가 이번에 예약한 사이트는 자동차 야영장이 아닌 일반야영장이었던 터라 차에서 사이트까지 짐을 들고 날라야했고 도착할 때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 마음이 더 급했다.
▲ 내원야영장 비오는 내원야영장의 아침. 넓은 야영장에서 산책을 했다.
다행히 사이트를 구축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빗방울이 굵어지지 않았고 새벽이 돼서야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애당초 여행 일정을 잡고 날씨를 검색해보니 토요일은 종일 비가 왓기 때문에 '우중 캠핑' 즐길 준비를 해야 했다.
캠핑을 다니기 시작하고 햇수로 3년차에 접어든 나는 항상 캠핑을 가기 전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본다. 그리고 캠핑에 가서는 돌아오는 날까지 맛있는거 해 먹고 쉬다가 오는 게 내 캠핑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난 번 '쏠캠'이후 내 캠핑 스타일은 달라졌다.
오로지 '캠핑'이 목적이었는데 '여행'이 목적으로 바뀐 거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산지에서 만날 수 있는 맛있는 음식들을 즐기고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탐방하는데 재미가 들렸다. 그러기에 '산청'은 너무 좋은 곳이다.
▲ 영화 비오는 타프아래서 영화감상
텐트 지붕 위로 비 떨어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우산을 들고 야영장을 한 바퀴 산책했다. 비가 오는데도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은 비가 와도 신나게 뛰어나니고 있었고 집에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 같은 남자들도 여기에선 소매를 걷어붙이고 아침상을 차려내고 있었다. 나 역시도 밖에 나가면 설거지조차도 재미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덕산시장에 나갔다. 근처에서 먹을거리를 사고 또 주변 맛집을 이용하기 위해 이번에는 장을 봐오지 않아서다. 내원야영장에서 차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덕산시장이 있다. 그런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을 연 가게들이 별로 없었다. 덕산시장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없다. 작은 가게들이 모두 현지 사장님들의 가게다. 그래서 더욱 정감이 넘친다. 우리는 동네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먹거리를 사서 야영장으로 돌아왔다.
▲ 지리산 생탁주 덕산시장에서 산 지리산 막걸리
캠핑을 가면 여유롭게 낮에 마시는 술맛이 좋다. 덕산시장에서 사온 숯불닭강정과 함께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리산 막걸리'를 마셨다. 원래 맛이 좋았던건지 비 내리는 타프 아래서 빗소리와 함께 야외에서 마시는 술이라서 맛있게 느꼈던건지 시원하고 부드러운 지리산 먹걸리가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갔다.
집에서 평소 보고싶었던 영화를 한편 다운받았다. 다른 때 같으면 다운받은 영화를 엔코딩해서 태블릿PC에 넣어 왔을텐데 이번에 다운받은 영화는 PC에 설치한 N사 Player로만 재생이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노트북으로 영화를 감상했다. 저녁이 되어 야영장안을 산책 하는데 여기저기서 빔 프로젝터를 텐트벽에 쏴서 영화를 보는 집들이 많이 보였다. 덕분에 갖고 싶은 물품 목록이 하나 더 생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