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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Jul 30. 2018

먹고 싶은거 시켜~ '난 짜장!'

[브런치 단독]대기업 사원의 직장일기(25)

나의 입사일은 2007년 09월 03일이다. 몇년이나 흘렀지만 입사일을 잊지 않고 있다. 나에게는 특별한 날이라서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된 것도 있지만 매년 입사일이 되면 사내 시스템에서 입사일을 축하해 주곤 한다. 그리고 몇일있으면 우리 회사 창립 12주년이 된다. 창립기념일은 휴무일이다. 그런데 주말에 창립기념일이 겹치게 되면 다음주 월요일 대체휴무를 주곤 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대체 휴무를 시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의 불만이 나올걸 예상했는지 인사팀에서 공지된 내용은 월요일은 자유롭게 개인연차 휴가를 사용하라는 지침. 


 빛좋은 개살구다. 지금 이런 분위기에 어떤 사원이 연차쓰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는 이걸로 인해 2가지를 얻는다. 외부에서 바라볼때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보완한걸로 여전히 사원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내부적으로 알아서들 '눈치'본다고 휴가를 사용하지 않을거니 자연스럽게 근무일 수를 하루 늘릴수 있다는 것. 그리고 보너스로 하나 더 얻는 것은 몇몇 휴가를 사용하는 사람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들의 연차비가 차감되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점. 


 어떤 회사나 마찬가지지만 이렇게 내부 직원들을 강하게 통제하고 들들 볶고 심지어 '쪼으기' 신공으로는 일정수준 이상의 성과를 올리기 힘든다는 걸 알면서도 '나 먼저 살고보자'는 식의 '알아서 기어' 하는 임원들 때문에 조직은 점점 개성없는 D급 인재들로 가득차게 된다. 회사 성과 안좋은게 '오랜시간 일하지 않아서'라는 이유가 아님이 분명한데도 성과도 좋지 않은데 일찍, 아니 '제시간에' 퇴근하면 마치 그 사람때문에 성과가 좋지 않은것 마냥 매도해버리는 분위기. 이 멍청한 임원들은 최소한 '내가 관리하는 조직은 이렇게들 열심히 일을 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실적이 좋지 않은 이유는 다른 조직때문이다.'라고 피력하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솔직히 나도 그렇고 다른 사원들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일 다 끝내봤자 제시간에 퇴근도 못할건데 뭐하러 서둘러서 업무를 처리 하나? 업무시간에 커피마시고 산책하고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도 좀 떨고 쉬엄 쉬엄 놀다가 저녁에 앉아서 하면 되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버린다. 이런 비효율적 조직에서 어떻게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을까? 그럴수록 가정에 소홀하게 되는데 가정이 행복하지 않은 사원이 어찌 업무에 더 집중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가정의 날'이라는 말을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시행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한국 기업들의 근로시간이 길면 제시간에 퇴근하는 날을 정해놓고 그 날은 칼퇴근을 하라고 독려하는건지.. 어이가 없다. 그런데 더 웃긴건 습관성 야근에 길들여진 사원들이 가끔 해도지지 않은 제시간에 퇴근을 하게 되면 대체 뭘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천지라는 거다.  


 대부분 회사의 가정의 날은 수요일이다. 일주일의 중간이라서 그런것 같다. 나는 집에서 회사까지가 약 30킬로미터 정도가 되어 출퇴근에 버리는 시간이 많은데 특히 수요일 저녁에 퇴근할 때면 너무 심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가정의 날이라고 일찍 퇴근을 해도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별반 차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우리 회사는 가정의 날이 한달에 한번인데 그 마저도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일쑤다. 


이번에 생긴 가정의 날은 본사에서 기획하고 전국이 동시에 시행하는건데 이도 몇달 지나고 나니 가정의 날인데도 제시간에 일어나는게 눈치보이기 시작했고 지나간 이번달 가정의 날에는 퇴근시간 30분이 지나고도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사무실 분위기를 보고 내가 제일 먼저 눈치보면서 퇴근을 했었다. 

 

 실제로 이런 날이 되면 조직장들이 제시간에 먼저 퇴근을 해버려야 한다. 그래야 눈치 안보고 아랫사람들도 퇴근을 하지. '중국집가서 내가 살테니 맘껏들 먹어~~ 난 짜장.' 하는것과 뭐가 다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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