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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Jul 30. 2018

패배하는 정의

[브런치 단독]대기업 사원의 직장일기(24)

우리 회사 인사고과는 총 5등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항목은 업적,역량,총합 3가지로 구분된다. 5등급은 S(상위 3%),A(상위 30%),B(중간44%),C(하위 20%),D(하위 3%) 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사고과는 KPI를 근거로 매겨지게 되는데 팀장이나 조직분위기에 따라 '정치'세력의 힘에 의해 정해지기도 한다. 소위말해 '내 식구 챙기기'를 할려면 나에게 잘하고 내가 편한 사람의 인사고과를 잘 평가하는게 인지상정이라고 했던가. 조직생활을 하면서 투명하게 인사고과가 매겨지는 조직이 있을지 궁금하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성과주의의 장점만을 내세우며 구성원들을 경쟁하게 만든다. 올바른 성과주의는 물론 나쁘지 않다. 나도 성과주의에 의해 혜택 받은 것도 많다. 그렇지만 그 성과주의가 왜곡되는 부분과 보완해야 할점등은 망각하고 스타만들기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고 성과자를 점점 스타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도 그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고문을 하면서 더 조직에 큰 희생을 하게 만들어 간다. 긍정적인 성과주의를 찬성하지만 썩어버린 성과주의는 구성원들간 집단 이기주의를 만들어 버리고 국회보다도 더한 정치판을 만들어버린다.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은 여러부류로 나뉜다. 팀단위로 구분을 하자면 먼저 팀장을 추종하는 정치세력이 있겠다. 명절되면 선물 조공 바치고 밑에 직원들 피 빨아서 팀장에게 가져다 바치면서 콩고물 받아먹는 파렴치한 인간들. 조직에서는 사라져야 할 이런 존재들이 판을 치고 있다. 당장 우리팀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 조직이 커지기전 수평문화가 완연하던 시절엔 팀장이 전체 팀원을 직접 관리하고 실무를 워낙 깊이 있게 파악을 하고 관리하다보니 누가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 역량이 뛰어나고 모자른지 파악하기가 용이했다. 


게다가 총괄도 그리 멀지 않은 존재로서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팀장이 해당 팀원을 잘못보고 엉뚱한 판단을 하게되면 총괄이 다잡아 주는등의 조율이 가능했다. 하지만 조직이 점점 커지면서 팀장과 팀원간의 거리는 멀어졌고 본부장은 더 멀기만 한 별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중간에서 어중간한 파트장 권력이 커지게 되었고 팀원들의 개개인의 진면목을 알리 없는 팀장은 파트장을 신임하고 그들의 말을 다 믿게 되었다. 이렇게 팀내 정치세력은 힘을 키워갔고 점점 고인물처럼 조직문화는 썩어갔다. 현재 우리팀은 썩었다. 지금 상황에서 개인의 올바른 성과란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정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나? 물론 있다. 그 부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로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을 열심히 하고 두루 두루 사람들과 마찰없이 잘 지내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게 성격이 온순하고 착한 사람들인데 점점 조직이 커지고 조직의 파렴치한들이 늘어나면서 한두명씩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 '지금이 조선시대였다면 정말 양반이었을 분'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다.


 본인에게 주어진 일 착실히 잘하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본인일은 본인이 직접 다 처리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게 신조인 사람이다. 귀찮은 일들은 후배들에게 다 떠넘겨 버리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런데 가끔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사람이 '너무 착하다'는게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바보같은 사람'이 되어버릴때가 있다. 


정치세력이 커지면 가끔 그 들이 모시는 조직장들의 힘을 넘어서기도 한다. 그 말이 뭐냐면 그 들이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으면 말도 많고 탈도 많기 때문에 그런말이 나오거나 탈이 생기는걸 싫어한다는 말이다. 쓸대없는 말이 나오면 자신의 이미지에도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꺼려하는 곤란한 일을 시키거나 인사고과 평가때도 안좋은 고과를 그 착한 사람들에게 몰아주는 경우가 많다.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 라는 말이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없는 시대가 바로 지금인 것 같다. 내가 위에서 말한 그 착한 분은 그 정치공작에 밀려 C평가를 받았고 연말 인센티브 지급율의 20% 삭감, 다음해 연봉 동결이 되는 비운을 겪고 승진 역시도 2년이나 늦어지는 등 아주 처참한 결과가 나오고야 말았다. 그 분이 입사해서 처음 서울에 집합교육을 갔을 때 함께 교육 받았던 동기는 지난달 부산본부에서 팀장으로 발령이 났다. 하지만 우리 이 착한 동료는 아직도 자신들보다 진도 빠른 정치세력들과도 웃으면서 잘 지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가슴이 아프다. 정의가 패배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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