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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Jul 30. 2018

조정치는 회사생활 완전 잘할 듯~

[브런치 단독]대기업 사원의 직장일기(23)

현재 나는 대한민국 30대 기업안에 들어가는 그룹의 구성원이고 그 그룹의 수 많은 계열사 중에 상위 클래스에 속하는 코스피 상장 계열사에 8년째 다니고 있다. 우리 그룹의 모토는 수평조직문화다. 내가 처음 입사한 2007년. 우리회사에 들어와서 본 기업문화가 참 마음에 들었다. 딱딱한 수직계층의 구조에서 벗어나 규율은 있되 자율성이 보장되는 수평적인 문화가 잘 자리잡아 있었고,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존중받는 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로인해 누구든지 편하게 업무에 관련된 의견을 개진 할수 있었다. 회의실에서 열띤 토론이 이루어지는 그런문화였다. 


2014년 현재 우리회사는 어떤 기업보다도 더 철저한 군대식 문화가 자리잡았다. 수평문화를 중시하던 그룹의 모토는 변한겍 없었지만 실제 우리회사는 대표이사가 바뀌고 '효율적인 관리'를 핑계로한 조직 통폐합이 되면서 지역별로 같은 업무를 하던 인력들이 대폭 감원되었으며 조직통폐합을 통해 덩어리가 커지면서 그 안에 수많은 '장'자리가 생겨났다. 계층이 많이 생긴것이다. 2007년 당시 지역별 별도조직운영을 하던 시절엔 담당자가 팀장에게 직접 업무보고를 하고 의사결정을 받았다. 


그리고 팀장 다음엔 바로 해당 지역 총괄이 대표기능이었기 때문에 의사결정 구조도 간소했으며 빠르고 로컬상황에 맞는 의사결정이 가능했다. 그로 인해 실질적인 업무에 대한 성과가 빠르게 눈으로 확인이 가능했고 그 성과가 보이니 직원들은 더욱 보람을 느끼고 헌신을 다해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담당자가 어떤 의사결정을 하나 받기 위해서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팀이 커지면서 팀장이 모든 팀원을 관리하기가 힘들다보니 중간에 '파트' 개념을 도입해서 '파트장' 자리가 생겨났고 팀장위엔 지역 본부장이 있었다. 그리고 '본사' 기능이 강해지다보니 왠만한건 모두 본사 관련부서의 '합의'를 받아야 한다. 그 '합의'라고 하는것에서부터 권력싸움이 시작된다. 


업무의 본질은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에 있다. 회사의 이익을 내기 위해서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한다거나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 세부적인 실행방안들을 고민하고 제도화 시켜서 현장에 안착을 시키려고 하는것들이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실행이 된다. 그런데 '권력'구조의 조직에서 회사의 이익이라는 본질은 퇴색된것 같다. 오로지 의사결정은 '정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어떤 업무를 하거나 의사결정을 할때 만약 이 회사가 '나의 것'이라면.. 하고 생각을 한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마르고 닳도록 입아프게 이야기 하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것은 의외로 간단하게 구분이 된다. 하지만 이 주제가 조직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거치기 시작하면 온갖 논란이 시작된다. 


같은 주제지만 각 조직별로 해석하는 게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소위 '내 밥그릇 챙기기' 내가 속한 조직에 이득이 되는가가 가장 큰 의사결정 주요사안이 되어 버린다. 우리가 속한 조직이 해야할 업무량이 늘어나거나 우리 조직에 조금의 불편이 생길것이 예상되면 쌍수를 들고 반대한다. 심하면 헐뜯고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진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밑에 직원들은 조직장들의 자존심 싸움의 중간에서 곤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도 사내방송에서는 우리 그룹의 찬란한 미래와 강하고 유연한 조직문화에 대해서 아주 예쁘게 그림을 그리고 그 화면을 아주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세뇌교육.. '너네는 이렇게 좋은 회사의 구성원이야. 이 회사 다니는걸 고맙게 생각해.' 하고 세뇌교육을 시킨다. 그런데 웃긴건 그 방송이 만들어 지는 과정 조차도 우리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이라는 도마위에 올라가 있는 고등어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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