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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투툼 appatutum Jul 30. 2018

여자는 이뻐도 욕먹고 남자는 일 잘해도 욕먹고

[브런치 단독]대기업 사원의 직장일기(26)

매년 창립기념일이 되면 우수한 성과를 낸 사원들을 추천받아 심사하고 최종적으로 선택된 상위 약 2~3%의 사원들은 해당일 본사로 올라가 전국으로 방송되는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대표이사에게 직접 상을 받는다. 이상의 이름은 모범상으로 아주 상징성이 큰 상이다. 연예인들이 연말 시상식에서 받는것처럼 트로피와 상금이 수여된다. 그리고 그 상을 받은 사람의 해당년도 인사고과는 따놓은 당상이다. 이렇게 좋은 상을 내가 입사하면서부터 제일 가깝게 지내는 나의 멘토가 입사 10년차에 받게 되었다. 기쁜일이다. 


 사실 나도 제작년에 경남지역 모범상 후보에 올랐었다. 그 해는 나는 내가 맡은 일을 정말 '놀이'처럼 즐겼고 그 분야에서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원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 해에는 인복도 많아서 내가 모시는 우리팀 팀장님을 비롯하여 경남의 살림을 맡고 있는 지원팀의 팀장님. 그리고 경남의 대장인 본부장님까지 모두가 나를 너무 좋게 봐주셨다. 나에게는 최고의 한해였었다.  


 보통 한해에 모범상을 받는 인원은 각 지역 본부별 4명이었다. 우리지역 후보선발전에서 나는 3순위 후보로 뽑혔고 수상이 유력한 후보였다. 우리회사는 가입자에게 직접 B2C 영업을 하고 판매한 상품의 월 사용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회사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본부에서 가장 크게 비중을 두고 있는것이 바로 영업이다. 하지만 나는 영업부서가 아니라 지원부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 영업부서와의 성과경쟁에서 뚜렷한 수치 실적이 보이는 영업사원들에 비해 성과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수상이나 공은 영업부서 사원들이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 이 부분은 모든 지원부서 사람들의 고충일거다. 여튼 그래도 영업부서 2명, 지원부서 2명의 총 4명의 수상자 후보중 3순위였으니 영업부서를 제외하고 지원부서 중엔 내가 1순위인거다. 그런데 결과는 상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수상자가 올해부터 4명에서 2명으로 줄었고 그 덕분에 나는 수상을 하지 못했다. 아쉬웠지만 초 긍정 마인드인 나는 이렇게 수상자가 변경이 되어도 잘리지 않을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으로 웃으면서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수상을 하지 못한것에 대한 아쉬움은 내가 우리 회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당시 본부장님이 풀어주셨다. 본부장님과의 술자리. 왠만한 직원들을 잘 가져보지 못하는 자리인데 맛있는거 사주시면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갑자기 '이렇게 2명으로 줄어들줄 알았으면 영업1명, 지원1명 이렇게 상을 받도록 조정해서 올렸을건데 그랬으면 네가 상을 받았을건데..' 하시면서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 일이 있고 나는 연말에 본부내에서 상위 3%안에 드는 최고등급의 인사고과를 받았고 예정보다 1년 빨리 승진을 했다. 고맙게도 입사가 꼬여서 승진이 느린 나를 이렇게 따뜻한 보상의 맛을 알게 해주셨다. 


 나는 당시 본사에서 대표이사에게 직접 수상을 하는 영광보다 더 큰 깨닳음을 얻었고 본부장님의 리더쉽을 배웠다. 그래서 아쉬움은 전혀 남지 않았다. 이 회사를 8년째 다니면서 그 해는 나에게 최고의 한해였으며 나와 잘 맞는 리더분들을 잘 만나 타이밍이 좋은 한해였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 분들이 점점 나를 찾는 횟수가 늘어나고 내가 그 분들과 가까워 질수록 우리 '정치파' 동료들은 완전한 나의 '안티'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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