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단독]대기업 사원의 직장일기(29)
코스피 상장 3년차인 우리회사 주가는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장 당시 공모가로 우리사주를 몇천주씩 회사에서 대출 받아 산 사람들은 손실난 금액만큼 고스란히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직원들 빚쟁이로 만드는 회사라는 이야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손실난 금액만 누구는 소나타가 한대 날아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는 그랜저가 한대 날아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식 매수 대금을 회사에서 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으로 무이자 대출을 해주었다. 첨엔 내 돈 내고 사는 주식이 아니니 좋다고들 사놓고 잠시 올라갔던 타이밍에 던지지 못하고 더 큰 욕심을 부러던 사람들은 도래된 대출 상환일자가 돌아오자 매일 매일 입에는 욕이 붙어 다녔다.
회사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알았는지 직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대출금 상환 기한은 1년 유예 하는 조치를 했다. 거치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린것이다. 늘어난 1년동안 회사의 주가가 공모가로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장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에 현재 분위기는 더욱 쳐진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위에서부터 내려온 눈치문화는 더욱 더 심해져서 모 부서 직원들은 팀장으로부터 인격적인 모욕에 매일을 새벽 2~4시에 퇴근하고도 다음날 어김없이 아침 8시반까지 출근하는 등 미친문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를 못견디고 튕겨져 나가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나가면 또 새로 사람 뽑으면 된다는 생각인 듯 하다. 너네 말고도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 정말 직원들을 노예라고 밖에 생각 하지 않는 상사들. 오로지 내 자리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들. 그런 악마 같은 생각들이 퍼지고 퍼져서 온 조직에 퍼져버렸다. 이제 이런 회사에서 더 이상의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이런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평생을 월급쟁이로 살아 온 사람들의 '용기부족'을 이용해 먹으면서 회사는 실적을 뽑아내고 있다.
내부적으로 얼마나 고인물이 썩어 가는지와는 별개로 대외적인 이미지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제는 예전과 달리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다 보니 더욱 대외적인 이미지를 생각한다. 고인물이 이렇게나 썩어 있음에도 신문기사에는 멋진 조직문화가 그려진다. '우리 회사는 연초에 징검다리 휴가 계획을 미리 세워 충분한 리프레쉬를 하는 좋은 회사!' 라는 기사가 뜬 걸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신문기사가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다. 휴가계획은 강제로 세우게 한다. 연초가 되면 1년간 연차 사용계획을 시스템에 입력하고 부서장의 결재를 득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 휴가 계획일이 된다고 해서 휴가를 갈 수 있나? 절대 아니다. 다시 연차 실제 사용에 대한 결재를 득해야 한다. 눈치 엄청 보인다. 회사 분위기가 이런데 니가 제정신이냐는 사람들. 모두가 다 힘들다보니 옆에 한사람이 쉬면 내가 더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로 헐뜯는다. 동료애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어차피 모두가 경쟁관계고 옆사람을 밟고 올라가야 내가 더 오래 살아남고 월급 더 많이 받고 더 빨리 승진할 수 있다. 결코 웃고 있어도 웃고 있을 수 없는 사이가 바로 직장동료다.
실제 우리는 하루 하루 이렇게 지옥에서 살고 있다.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좋은 기업문화를 가진 재벌가 대기업. 절대 속으면 안된다.어차피 다 자기 살자고 하는 '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