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팀을 만들기 위해
피자 두 판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아마존에서 조직구성을 얘기하는 방식인데 피자 2판을 나눠먹을 수 있는 정도로 팀을 구성하라! 는 뜻이다.
워낙 유명한 말이니 아마 검색창에 '피자 두 판의 법칙 아마존'만 쳐도 많은 내용이 나올 것이다. 난 이것을 리소스 관점에서 '권한의 부여'와 연결 지어 얘기해보고 싶다.
아마존 조직이 이것을 위해 만든 건 아닐 수 있겠지만, 스무 명가량 되는 스타트업에서 피자 두 판의 법칙은 꽤나 강한 영향력을 선사할 수 있다.
팀을 구성해야 하는 '리더'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피자 두 판이란 16조각을 의미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음에 있다.
누구는 피자 1조각으로도 충분히 배부르고 누구는 3조각 이상이 필요하다. 피자를 '리소스'로 보았을 때 누구는 한 조각만 주어도 주어진 일을 충분히 해내고, 누구는 남의 1조각 까지 가져가서 3조각의 리소스를 투자했음에도 다른이 보다 못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스무 명의 인원으로 팀을 구성한다고 가정해 보면, 많아봤자 2~3팀을 만들 수 있다. 각 팀은 16조각의 리소스로 과업을 달성해야 하는데 5조각을 먹어도 여전히 배가 고픈 사람끼리 팀을 꾸렸다면? 이 팀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이 피자 법칙은 결국 '권한 위임'과 관련이 있다는 걸 느낀 바가 있다. 2판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팀을 꾸리게 하고, 각 팀은 본인들이 가진 리소스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게 교통정리를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만약 곧 죽어도 본인은 16조각 중에서 10조각은 (처) 먹어야 된다!라는 사람이면 조용히 피자 먹을 권한 자체를 뺏는 것 또한 리더가 해야 하는 일이다.
혹은 누군가에겐 피자 3조각을 주면서 "다음엔 2조각만으로 할 수 있게 노력해 봐"라고 한다던지 1조각만 받는 사람에겐 남들보다 대접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1조각을 다른 방식으로 챙겨준다던가 (연봉 인상 등) 하는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대표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내용을 썼다.
한 사람이 책임질 수 있는 팀원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다른 팀을 만들 땐 적당한 리더를 세우고 리더에게 'a는 피자가 많이 필요하고 b는 피자 조금만 줘도 열심히 하니 능력 고취가 더 중요하고..' 정도의 팁을 주고 온전히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다녔던 회사 대표님은 그러지 못했다.
회사 자체를 하나의 팀이라고 생각했고 피자 두 판으로 스무 명이 나눠먹는 구조를 만들었다. 팀을 만들고 리더를 세우고, 권한을 위임해서 그들끼리 치고박으면서 피자 두 판을 나눠 가지는 연습을 하게 했어야 했는데 지나친 걱정과 우려와 마이크로 매니징의 결과로 회사 전원이 치고박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내 팀의 리더가 피자를 누구에게 얼마나 줘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누군가에게 피자 한 입을 주기 위해 대표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다. 모든 결과와 권한이 대표님에게만 쏠려있으니 건건이 병목현상이 일어났다. 이쯤 되니 피자고 스파게티고 니나 먹어라.라는 무기력함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
팀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친절한 소통도 어렵다. 리더를 믿어야 서로 안정된 대화가 가능할 수 있다. 친절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면 대표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는 막아야 한다.
언제? 회사 인원이 대략 8명 정도를 넘어설 때.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팀은 서로가 얼마큼 이해하고 있고 양보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도 좋다. 내가 리더라면 내가 온전히 피자 두 판을 나눠먹게 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이 적절히 부여되어 있는지를 고민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피자 얘기를 하도 했더니 괜스레 도미노 피자가 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