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왔다

시인 김용택이 사랑하는 시

by 기억 저장중
돈을 주고 산 마지막 시집

바야흐로 봄이다.

한동안 잊고 있던 시를 떠오르게 하는 계절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며 시를 읽고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아마 1년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지금 내가 좋아하는 시 한 구절은 모두 십 대, 이십 대에 읽었던 시들이니까. 누군가는 억지로 교과공부 때문에 읽었겠지만, 재미있게도 사랑에 빠지는 순간 모두가 시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국어시간에 시를 써보는 과제가 참 많았다. 그 덕분에 시를 쓰는 것이 어색하지는 않지만, 시를 쓸 때마다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인이라 불리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느낀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재미있게 보면서 다시금 시집을 꺼내 들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안에 문학이 가미될 때 그 감동은 곱절 그 이상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요즘 인기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시들은 '모든 것이 좋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던 시 한 구절을 적어본다.


추풍

오애순


춘풍에 울던 바람

여적 소리 내 우는 걸

가만히 가심 눌러

점잖아라 달래 봐도

변하느니 달이요

마음이야 늙겠는가

봄은 봄인가보다 시 한구절에 마음이 말랑해진다


이런 시들로 말랑말랑해진 가슴을 붙잡고 책꽂이 한편에 자리하던 시집을 다시 꺼내 들었다.

김용택 시인이 사랑하는 시들. 시인이 좋아하는 시들을 볼 수 있고 간단하게 이유도 적어 놓았다. 그중 내가 제일 감동받은 시는 정채봉 시인의 <엄마>라는 시다.


엄마

정채봉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김용택 시인이 쓴 시에 대한 글

시에 대한 설명을 써 놓은 것도 함께 적는다.


한 사나이가 있었다. 그 사나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를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다. 그가 말을 배우기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 사나이가 어느 날 운주사 와불을 찾아가서 신을 벗고, 양말도 벗고, 커다란 와불 팔을 베고 겨드랑이를 파고들며 이 세상 처음으로 가만히 엄마를 불러본다. 이 사나이는 바로 정채봉 자신이 아닐까? 늘 불러도 처음 같은 말 "엄마" 하얀 눈이 오는 이 겨울, 그가 눈송이를 따라 엄마 곁으로 갔다. 엄마를 부르러.



마지막으로 나도 시인 김용택도 둘 다 좋아하는 시도 하나 적어 본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을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나이를 먹어야만 느끼는 감정들이 있다. 나도 그리고 모두가 그렇게 느낀 평범한 감정들을 시인들은 예술로 만든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시가되고 시는 예술이 되고 우리의 삶도 그렇게 예술이 되는 것인가 보다.

tempImageGDjVcj.heic 수선화에게를 추천하고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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