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작가 김연수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by 기억 저장중
DSC01594.JPG 나의 청춘의 문장은 김연수다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나의 최애 문구다

책 첫 페이지에 있는 이 문장은 이 책을 구매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어주었다.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하던 작가 김연수. 그의 마음 한가운데는 텅 비어있었다. 지금까지 그는 그 텅 빈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살아왔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그 텅 빈 부분은 채워지지 않았다. 빵집 아들답게 그는 스스로가 도넛 같은 존재일 것이라 깨달았다. 그 가운데가 채워지면 그는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그의 나이 겨우 서른 살이었다.


서른 살의 나는 잡지사 막내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개인적으로 김연수 작가의 출판기념 사인회를 지원해 취재했다. 뭘 모르던 때라 에디터라는 사실을 숨기고 덜컥 그의 이메일 주소를 물어보았었다. 그는 기꺼이 팬으로 위장한 나에게 이메일을 적어주었다. 곧바로 사무실로 돌아가 메일을 썼지만,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 번 더 보내 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서운한 마음도 잠시. 그 후로 잘 모르는 작가에 대한 내적친밀감은 홀로 높아졌다. 그가 책을 내면 약속이나 한 듯 사서 모았다. 청춘의 문장들은 아마 그 첫 시작이었으리라. 그가 좋아했던 시와 몇 줄의 문장으로 완성한 책은 그의 책 속이 아니면 절대 찾아보지 않을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젊음이란

그의 청춘을 채운 작품들이 이렇게 다양하고 때로는 고고하기까지 하니, 그의 직업이 작가인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현실에 찌들어 안 좋은 제품도 훌륭하다고 써 내려가고 있을 때 말이다. 경험해 보니 내가 진짜 원하던 글을 쓰는 직업과 잡지 기자는 너무나 큰 차이가 났다. 그래서 지금은 감성적인 글을 어떻게 쓰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 다행히도 잠시 쉬고 있는 지금 그 옛 감성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다.

나에게도 밑줄을 치며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이 있었고,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던 꿈이 있었다. 회사는 적은 돈으로 나의 열정과 시간을 앗아갔고, 그 시절 나는 회사가 주는 달콤한 타이틀에 취해있었다. 막상 이제 그 계급장을 떼고 붙어보니 상처가 아물 날이 없이 줘터지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날아오는 주먹이 보이고, 내가 어디로 피해 주먹을 날려야 할지 생각할 시간을 벌고 있다. 초반에는 이게 뭔지도 모르고 맞고만 있었으니까. 나를 찾아갈수록 더 그 주먹은 잘 보이리라. 그리고 머지않아 내가 먼저 선빵을 날릴 순간도 오겠지.


때로 취하지 않고서는 견달 수가 없는 것. 그게 바로 젊음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취하고 또 취해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 않는 여름날 같은 것. 꿈꾸다 깨어나면 또 여기,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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