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께쓰. 나에게는 익숙한 단어지만 어쩐지 한동안 이 단어를 못 들어봤던 것 같아서 새로운 느낌이었다. 이내 나는 피식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쌤~ 옛날 사람 인증했네요!”
“네? 왜요?”
“호치께쓰래” 키키
“네? 호치께쓰가 왜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호치께쓰라는 말 잘 안 쓰지 않나?”
“그럼 뭐라고 불러요?”
“스테이플러라고 하지 않아요?ㅎㅎ”
“아!! 스테이플러!! 맞네!... 아~ 창피해...”
“아니, 나는 호치께쓰가 더 익숙하긴 한데 왠지 엄청 오랜만에 들어봤어요! ㅎㅎ”
“아 쌤~ 호치께스 그만 말해요, 우리끼리만 알고 있어요. 쉿!” ㅎㅎㅎ
그리고 다음 날.
퇴근하면서 호치께스 쌤과 다른 여자 쌤에게 인사를 건네며 물었다.
“쌤들도 저녁 드시긴 하죠?”
그러자 호치께스 쌤 아닌 다른 여자 쌤이 한껏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오늘 배떡 먹었어요!”
“개떡?”(귀가 왜 이런지...)
“배떡이요! 배떡 아세요?”
“아!! 개떡 알죠!! 나 개떡 진짜 좋아해요!! 쑥으로 만든 거!! 쑥쑥!! 그거 완전 맛있잖아!!”
“네? 아, 아뇨 쌤~ 배떡이요. 배달 로제 떡볶이...”
아... 젠장... 그냥 퇴근할 것이지 이 망할 놈의 다정함은 왜 튀어나와서 식사할 건지 물어봤을까!
호치께스 쌤이 호탕하게 크게 웃으셨다. 나는 마스크를 하고 있었음에도 이마까지 달아오르며 빨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쑥을 몇 번이나 외치며 진짜 좋아한다고 크게 흥분했을까? 나는 그 순간 정말 개떡이라고 들었고, 말랑말랑하고, 쑥내음이 가득한 개떡이 마치 눈 앞에 놓인 것처럼 신나게 떠들었다.
80년대 사람과 90년대 사람 사이가 이렇게나 멀었단 말인가.
쑥을 외치며 한껏 상기되어 방긋 웃던 내 모습이 나름 귀여웠을 거라 자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