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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박성진 Sep 18. 2019

그래서 도대체 애자일이 뭔데?

 

 경영 환경의 복잡성이 높아지고 변화의 속도가 더욱 급격해짐에 따라 애자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의 하나로 시작된 애자일 개발 방법론을 범용화하여 일반 산업계에서도 적용해보고 싶은 욕구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 상에서 누군가는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구글(Google) 사의 스프린트(Sprint), 또는  스타트업 프로세스(Lean Startup Process) 애자일의 범주에 넣기도 하고,  누군가는 스포티파이(Spotify) 사의 조직 구조 혁신 모델을 애자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래서 도대체 애자일이 뭐야?’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어쩌면 애자일이 무엇이다라고 정형화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애자일이 아니게  수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애자일을 단순히 ‘민첩하게 대응하기라고만 하여 너무 열린 정의를 내리는 것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심지어 이는 그간의 모든 구조를 해체하고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라는 것처럼 무책임하게 들릴 위험도 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먹구구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던 것을 지양하고 ‘구조(패턴)’화를 통해 조직 운영 방식을 체계적으로 고도화하여 지속 성장 가능성(sustainability) 높이려는 노력을 해왔는데, 변화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재의 환경에서는 이러한 정형화된 구조가 되려 지속 성장 가능성을 저해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조명받고 있는 애자일은 엄밀히 말하면 이러한 구조  자체를 해체해 버리기보다는, 되려 ‘변화에 대한 민첩한 적응성(adaptiveness)’ 구조 안에 포함시키는 것에 가깝다. 변화에 대한 유연성을 구조 안에 포함시킴으로써 안정성/지속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에 대한 적응성을 구조화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방안들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애자일 방법론들의 공통점을 추려보면 다음의  가지로 정리해   있다.


1) 공유된 메타인지를 기반으로  단위 집단 스스로의 의사 결정  자기조직화


 환경 변화에 따른 의사 결정을 타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지시를 받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조정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는 상황 변화를 민첩하게 반영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의 발현을 통해 구성원의 행복감과 동기를 고취시킨다 (참고로, 집단의 자기 주도적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방법론에 대해  알고 싶다면,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관련 내용들을 찾아 학습해 보자.)


 그리고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업무의 맥락과 흐름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가 잘 형성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지금 무엇이 잘 되고 있는지, 반대로 무엇이 부족한지 등을 한 발 떨어져서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팀을 둘러싼 경영 상황을 폭넓게 인지하고 팀의 업무를 관리하는 역할은 일반적으로 팀의 리더에게로 한정되어 왔다. 허나 이제 집단이 애자일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팀 경영 환경 전반에 관한 메타인지를 팀 리더만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팀 구성원 전체가 팀 리더와 유사한 수준으로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를 가리켜 팀의 '공유된 메타인지(shared meta-cognition)'라고 칭하겠다. 즉 팀 구성원 개개인들이 각각의 좁은 시야에서 각자의 의견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둘러싼 상황과 맥락 전반을 함께 이해하고 공유하며 확장하고, 나아가 팀 전체의 목적 달성을 염두하여 통합적으로 집단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애자일의 공통된 첫번째 핵심 역량인 것이다. (홀라크라시Holacracy나 소시오크라시Sociocracy의 기법들을 추가적으로 학습하여 공유된 메타인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2)    이터레이션(iteration) 반복을 통한 점진적 개선


 비교적 환경 변화가 빠르지 않았던 과거에는 철저한 준비와 사전 계획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급격한 요즘에는 철자한 준비와 사전 계획으로 인해 소비한 시간 동안 환경이  다시 새롭게 변화되기 때문에, 이렇게 애써 준비한 계획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하기에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과 수행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작게 쪼개어(chunk-down) 그 중 가장 중요하고 빠르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부터 작게 시작하면서 이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확장시켜 나가는 접근이 훨씬 유용하게 되었다. 특히 일정 기간의 업무 수행 주기인 타임 박스(time box)  ‘이터레이션(iteration)’ 설정하여, 규칙적이고 정기적으로 이를 실천하는 방식으로 업무의 리듬을 만들어 낸다면 이러한 프로세스의 실천 지속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이것이 애자일의 두번째 공통 속성이다.


 다만 여기에서 한가지 유의해야  점은, 애자일의 목표가 의사결정을 빨리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애자일의 목표는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는 것이지 빨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  방법으로 의사 결정의 단위를 작게 나누고 나중에   있는 대부분의 의사결정들은 뒤로 미뤄둔 , 우선해야 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먼저 빠르게 시행해 보면서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이 애자일인 것이다. 그러하기에 애자일에서 중요한 것은 빨리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일찍부터 그리고 ‘자주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를 토대로 계획과 경로를 자주 수정하며 제대로  길을 찾다 보니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애자일을 무조건 빨리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은 금물이다.

 

3)    실제 고객 중심 검증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애자일의  하나의 핵심은 실제 고객으로부터 피드백(feedback) 수집하여 반영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이터레이션의 반복을 통해 스스로의 자기 성찰과 회고를 기반으로 간접적인 피드백을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루고 있는 일의 실제 이해관계자  고객으로부터 직접적인 피드백을 수집하여 반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때는, 그냥 의견을 묻기보다는 고객이 직접 눈으로   있거나 경험할  있는 형태의 프로토타입(prototype) 만들어 제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한 피드백을 기반으로 하여 원래의 계획과 경로를 자주 반복 수정해 가면서 지속적인 개선(On-going improvement) 만들어 나아 간다.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이나   스타트업Lean Startup 방법론을 학습하는 것이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있다.)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애자일을 수행한다는 것, 즉 변화에 대한 적응성을 구조화한다는 것의 구체적인 의미는 위의 세 가지 속성들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도움 장치들을 구조화하고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여러 유형의 성찰 회의(일일 스탠드 미팅, 성과 리뷰 회의, 프로세스 회고 회의 등)나, 또는 팀의 업무 상황 대시보드의 역할을 수행하는 각종 가시화 도구들(칸반 보드, 번다운 차트 등)이 바로 그런 구조화 도움 도구들이다.


    다시 돌아와, 애자일을 수행한다는 것, 즉 변화에 대한 적응성을 구조화한다는 것은 위의 세 가지 속성들이  실현될  있도록 도움 장치들을 구조화하여 잘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 타입의 성찰 회의(일일 스탠드 미팅, 성과 리뷰 회의, 프로세스 회고 회의 등)나, 팀의 업무 상황 대시보드의 역할을 수행하는 각종 가시화 도구들(칸반 보드, 번다운 차트 등)이 바로 그런 구조화 도움 도구들이다. 헌데 회사마다, 혹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서로 다른 팀마다 각각 다른 상황 속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이를 구조화하는 것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개의 팀이 있다면,  개의 애자일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시중에서 애자일 방법론이라고 불리는 도구들도 위에서 언급한 근본적인 속성  자체라고 하기보다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시도한 구조화의 결과물이자 하나의 샘플이기에 때문에, 이것만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것은 처한 환경이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껍데기만을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여 심지어는 되려 혼란만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그러하기에 그러한 도구들을 참고는 하되 자신만의 애자일 구조화를 시도하고 지속적으로 최적화(optimization) 개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며,  과정에서 수시로 위의 세 가지 속성들이  실현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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