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치동을 가야 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던
옛말처럼
어짜피 학원을 가기 위해
언제든 결국 대치동으로 가야한다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그게 무슨 극성스러운 이야기인가 싶었던
아이의 유아 시절을 보내고
나는 결국 라이딩에 허덕이고 싶지 않아
결국 가야한다는 대치동으로
조금 일찍
그러니까 아직은 그렇게
필요한가 싶은 아이의 미취학 시절
이사를 오게 되었다.
학원가가 시작하는 시간이면 밀려드는
다양한 나이의 아이들과
도로를 꽉 메운
마치 전쟁 수송차량을 떠오르게 하는
라이딩 차들을 마주할 때면
일단 오긴 와서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는
안도감을 받기도 한다.
나는 저 사람들처럼
라이딩 행렬에 나도 합류하지 않아도 된다는
묘한 안도감
이사오지 않았더라면
언젠가 나 역시
모자란 운전 실력과 체력으로
정글보다 더 무서운
고독한 라이딩 대열에 합류했을테니까
고작 아이 태워주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냐고 반문하겠지만
촘촘하게 얽혀있는 학원 시간표에 맞춰
주기적으로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곳에 가야한다는 것 자체가
기빨리고 힘든 일이다.
게다가 마땅한 주차장도,
마음 편히 쉴 곳도 없는 낯선 동네에
차를 끌고 가서 두 세시간 머무르는 것 역시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아이의 학원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하고,
주정차 단속 구간을 피해서
그나마 가까운 도킹 구간을 찾아 내려줘야 하며,
주변에 쏟아지는 오토바이와 차량 행렬을 잘 살펴
아이를 안전히 내려워야 한다.
시작하는 학원들 덕분이라 해야할지
상습 정체 시간대에 무탈하게 운전하는 것이
진짜 정말로 어렵다.
관건은 대치동 학원들이 마치는 시간인데,
일제히 학원을 마치고 쏟아져 나오는
비슷비슷한 아이들 사이에서
내 아이를 찾아 태울 수 있는
우리만의 약속 장소인 골목 한 구석에
약속 시간에 맞춰
짠 하고 등장해야한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바로 뒤에 비키지 않으면
박아버릴 기세로 쫓아오는 또다른 차들의 눈치도 봐야함)
전국구 학원가 대치동
대치동은 전국구이기 때문에
자가용, 시내 버스, 지하철, 단체 버스 뿐만 아니라
기차까지 아이들을 실어 나른다.
수서역에서 3호선이나 버스를 타면
금방 대치역까지 올 수 있기 때문에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온 아이들까지
학원 행렬에 합세한다.
특목고나 지방의 사립고들에서
강남에 거주하는 또는 학원을 가려는 아이들을 위한
전세 버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운전만 하면 끝이 아니라,
강남 한복판이다 보니
주차비도 무척이나 비싼 편인데
라이딩하는 부모들은 저마다의 주차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보통 슈퍼나 카페는 구매 금액에 따라
1시간 정도의 무료 주차를 제공하지만,
아이들의 학원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
인근 대형 마트나 백화점도 구매금액에 따라
2시간 가량 주차를 제공하지만
주차 공간이 부족해 줄서있다가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학원들은 주차공간을 따로 제공하지 않지만
대형 건물에 있는 몇몇 학원들은 주차 등록을 해주기도 한다.
비록 1시간 내외이거나, 추가 시간에 대한 지불은
학부모 몫이지만.
대치동은 신축 아파트들보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더 많아서,
상가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상가 이용시 제공하는 주차 등록이나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잘 알아보고 주차할 곳을 찾아야 한다.
사실 학원비 외에도
주차를 위해 소비해야할 금액이 적지 않아
대치동에 라이딩을 하고, 주차를 해야한다면
매번 꽤 적지 않은 금액을 계속 지출해야만 한다.
범대치권이라 불리는 동네라면
집에 들렀다 나오거나 지인 방문 찬스를 쓸테지만
그게 아니라면,
안그래도 빡세기로 유명한 대치동 주차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여기 저기 찾아보고 라이딩하는 것은
정말 굉장한 시간과 체력이 소모된다.
게다가 고독하게 차 안에서 아이를 기다리다가
아이를 태울 시간이 되면
어디선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또다른 차량들의 경적과 무서운 운전실력에 기죽을 수 밖에 없다.
비매너 얌체 운전자들에게 질려
짜증과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늦은 시각 학원에서 나오는 아이의 먹구름 같은 얼굴과 기분을 맞춰주려면
고독한 라이딩 인생의 당사자가 감정을 숨기는 것이 현명하다.
고독한 라이딩은 한 번 시작하면 쉽게 멈출 수 없다
사람을 쓰면 모르겠지만,
대부분 엄마나 할머니의 몫이 된다.
아이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만큼
마땅한 장소가 없는 부모들은 차 안에서 혼자 여러가지 일을 하며
간식이나 식사를 하기도 한다.
한 때 연예인이 자신의 라이딩 영상을 찍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고
패러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실은 전혀 과정되지 않은 사실 그대로다.
단지, 그런 삶이 좋고 그르고에 대한 판단은
당사자의 몫이고 제 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방향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러다보면 문득
인생에서 꽤 많은 시간을
고독한 라이딩 인생을 위해 허비해야한다는 허무함과
나는 누구 여긴 어디인가 하는 인생에 대한 고뇌가 밀려오지만,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으니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거라 위안하며
고독함을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