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머무는 시간과 숙제 양이 비례하는 곳
대치동, 분당, 목동, 중계동 학군지 어디에 있는 학원이든
레테를 통과하여 반을 배정받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한다.
그리고 그 수업은 대략 하루에 과목당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풀 수 있을 때까지 집에 갈 수 없는 한 수학학원 같은 경우에는
소요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꼭 해가야 할 것, 숙제
일단 수업 교재 자체가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할 만큼 많고 무겁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게 다 숙제가 되는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예를 들면,
수학 학원의 경우
연산, 교과 수학, 사고력 수학 문제집이 세트를 이루거나
또다른 (숙제) 워크북이 포함된다.
영어 학원의 경우
주교재(주로 미국 교과서), Voca, Writing, Exercise book 등의
부교재가 포함된다.
수업시간이 길기 때문에
교재의 진도도 이에 맞춰 술술 나간다.
속절없이 나가는 진도를 좇아가자면
사실은 그것을 다 이해하고 소화해내야만 하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수업 시간에 앉아 있는다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
문제는 수업의 속도와 교재의 양만큼
숙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 예습 과제를 해야 하고,
수업을 기억하기 위해 복습 과제를 해가야 한다.
2시간 수업을 1회 들었다면
소요되는 예상 과제 시간 역시 2시간에서 3시간 가량 걸린다.
(물론 고등학생이나 어른처럼 앉아서 내내 숙제만 하지는 않기 때문에 여유롭게 잡음)
만약 주 3회 수업을 듣는다면,
일주일에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만큼 머리를 싸매고 숙제를 해야하는 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서운 속도의 학원 커리큘럼에 맞춰
피드백과 함께 날아오는 숙제를 아이와 함께 씨름하며 해가다보면
아웃풋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 숙제를 시키다가
현타가 오고
성질이 나지만,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의 아이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짠하고 한편으로 대견하다.
숙제해주는 과외 선생님
엄마나 아빠가 숙제 봐 줄 여유가 없다면
숙제 과외 선생님을 불러야 한다.
과거 고등학생들을 위한 새끼 과외가 있었다면,
요즘은 유아들의 유아학교, 영어 유치원 시절부터 이미
학원 숙제를 봐주는 선생님이 있다.
학원 숙제 봐주는 것이 뭐가 어렵냐고 생각하겠지만
주기적으로 꾸준히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은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철저한 부모가 아니라면
몹시도 압박감이 들고 귀찮은 일이다.
(그리고 실제로 숙제가 어려움)
실제로 숙제가 많은 학원에서는
숙제 과외 선생님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학원 전기세 내러 간다
옛말에
학원에 등록은 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고
타의에 의해 끌려다니는 아이들에게 하던 말인데
요즘은 전기세 내러 가는게 아니라
숙제 검사받으러 간다는 말이 맞겠다.
학원을 다닌다는 것은
그만큼의 숙제를 소화해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학원 수가 많을 수록 숙제 양도 배로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솔직히 아이의 영어 숙제를 봐주다가
(미국 교과서 2학년 수준)
머릿 속이 새하얘지고
전자사전을 두드리곤 한다.
내 스스로를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행여나 내가 풀어줬는데 빨간 줄로 오답이라 체크되면 돌아오는 부끄러움은 내 몫)
특히 영어로 된 지문을 이해했는지 물어보는
영어로 된 질문에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영어 문장으로 대답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도대체 번역을 머릿 속에서 몇 번 해야하며,
영문법이 맞는지 내 스스로를 의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엄마도 하기 어려운 숙제를
아이가 술술 혼자 해내기를 기대하는 엄마라니
가끔은 이런 스스로와 아이가
많이 안쓰럽고 짠하다.
진짜로 내가 영어를 잘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반성과 채찍질로 돌아오지만 별다른 발전은 없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곱씹을 새도 없이
숙제 ATM에서는
숙제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자아 반성 해봤자
계속 시간 낭비일 뿐임을 깨닫는다.
묵묵히 ATM이 내뱉는 유익한 숙제를 차곡차곡 해나갈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