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작되는 사교육
선행 금지법
2014년 제정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학습 규제에 관한 특별법'
공교육을 정상화를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학교에서 선행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교육현장에서는 '선행 금지법'이라 불리며
학교 수업 시간에 다루는 수업 내용과
시험, 수행평가의 제출 범위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장치이다.
수업시간에 배우는 내용은
해당 학년 교육과정에 준하여 벗어나면 안된다
예를 들어,
나선형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는
수학과 교육과정에서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해당 내용을 점점 더 심화하며 배워가도록
구성된다.
추가하여 설명해줄 수는 있지만,
지금은 배우지 않아도 되니
해당 학년의 개념을 더 제대로
이해하고 배워야 한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난감한 상황들이
교실 속에서 많이 생긴다.
예를들면,
초등학교 1학년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생활 속의 입체 도형을 찾아보고,
모양에 창의적으로
이름을 붙여 보는 차시가 있다.
(단원이 끝날 때까지도
입체도형의 실제 수학적 이름은
가르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음)
축구공, 배구공, 농구공 등
다양한 공 모양을 보고 '구'라는
개념을 설명하지는 말라고,
교사용 지도서에 명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직육면체, 원기둥'과 같은
명칭을 교사는 말할 수 없지만,
이미 아이들은 다 알고 있다.
평면도형인
'원, 사각형, 삼각형' 역시도
같은 논리 아래에
교사는 말하지 않도록 되어 있으나
아이들 모두는 알고 있다.
지도서와 교육과정 자체에서
아이들이 도형과 실생활을 연결지어
창의적인 이름을 만들어보라고 되어 있는데,
정말이지
아이들은 계속 실제 도형 이름을 말하기 때문에
교사 입장에서는
창의적인 대답이 나오기만을
희망고문처럼 기다린다.
내가 가르쳐야 할 내용을
이미 잘 알고 있고,
이미 관련된 문제를 푸는 로봇같이
훈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종종 선생님을 고독하게 하고,
교사의 권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왜 선생님은 그것을 모르냐는 눈빛)
겸손하고 참을성 있거나
진중한 (쉽게 말하자면 눈치 있는) 아이들은
표시를 내지 않지만,
인정 욕구가 강한 몇 몇 아이들은
'이미 배웠다'
'재미없다'
'지루하다'
'더 어려운 건 언제 배우냐'
'나는 벌써 다른 어려운 것을 배우고 있다'
라는 말을 자랑처럼 내뱉음으로서
정말이지 난감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을 연출한다.
선행금지법을
학교에서만 엄격히 금지하니,
수업 시간에도 상위 학년의 개념이나 내용을
자칫 잘못 끌어와서 설명하면,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른의 시각에서 보자면,
요즘 아이들은 영특하게도
무엇이든지 빨리 배우고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인생이 참 재미없을 것 같다
한창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배워나가할 때인데,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인정받고
확인받고 시험받는 것에
더 익숙하다.
학원에서
이미 더 많이, 더 빨리 배우고 때문에
공교육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할지라도
교실에의 수업이
아이들에게는 지루한
슬로우 모션 영화 같이 보일테고
별로 수업시간이 지적으로 즐겁고
배움의 장이 되기는 어렵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듯
한정된 수준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것도 큰 방해물이지만,
이미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초등학교 입학 후,
거의 한 학기에 걸쳐
1부터 10까지의 수를 반복하여 알려주고
한자리수 덧셈 뺄셈만 가르쳐줘야하는
교육과정 자체도 문제가 있다.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기 위해 시작하던
선행학습이
어느덧 오래 달리기가 아닌
단거리 달리기를 위한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입학하기도 전에
통과해야하는 7세 고시의 영어학원수준은
이미 중학교 영어 수준을 넘어섰고,
3학년에 많이들 들어간다는 수학학원의 수준은
한 학년을 넘어서 네 학년 이상을 선행하기도 한다.
교실에서 보면
과연 선행이 필요한가 의문이 들 때가 있는데,
이미 두 세 학년을 선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아이의
문제 해결 패턴에서 실수가 있거나
대충 빨리 알고 있는 공식이나 방법으로
풀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쉬운 수행평가나
받아쓰기에 100점을 받는 아이들이 적고,
문제를 제대로 읽는 아이도 적다.
연산을 하지 않고
요령으로 빨리 풀어내다 보니
쉬운 한 자리 수 덧셈인데
뺄셈이나 곱셈, 요상한 괄호까지 등장한
요란한 풀이 과정으로
답을 써두기도 한다.
물론, 선행 학습 덕분인지
실수가 있다하더라도
전체적 수준은 상향 평준화되어 있는 것은 맞다.
대부분 80점에서 100점의 점수를 받고,
전체적인 이해도가 높으며,
문제 수가 많더라도 일단은 끝까지 다 풀어낸다.
아이들 중에
정말로 선행이 체질인 아이들이 있는데,
네 학년 정도를 뛰어 넘은 상위권 수학 문제도 술술 풀어내고
즐겁게 즐기며 배우는 경우도 있다.
실수도 별로 없는 편이고
배우는대로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부모라도 욕심나겠다 싶은 경우도 존재한다.
학교가 학원에 주객전도된 요즘,
평균대에서 균형을 잡듯
차근차근 한 발 한 발
내딛을 수 있도록
아이들의 양 손에 비슷한 무게를 쥐어주었으면 좋겠다.
더 빨리
더 많이 가려다가
평균대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제풀에 지쳐 멈춰서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