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무엇이 되었듯 학교에 오래 머물지 않는 아이들
늘봄과 돌봄
혼용되어 쓰이는 이 비슷한 용어는
큰 의미로 <방과후>에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과 공간을 지칭한다.
기존에 출근이 이르거나
퇴근이 늦은 맞벌이 가정을 위해
이른 등교와 늦은 하교를 시켜주는
돌봄교실
그리고 작년(2024년)부터
새롭게 생긴
초등 1,2학년 늘봄교실
정규 수업과정을 마치면
배워보고 싶은 다양한 강좌를 수강할 수 있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현재 지칭하는 용어는 선택형 늘봄(방과후 학교)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선택형 늘봄(방과후 수강), 늘봄교실, 돌봄교실(기존)으로
명칭을 정했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이름과 방법이 다르게 운영된다.
이 중,
선택형 늘봄(방과후 학교)만
준비물비와 강좌비를 납부하고
늘봄교실, 돌봄교실은 무상으로 제공된다.
무상이기 때문에
너도 나도 신청할 것 같지만,
실상 이 근방
그러니까 대치동 주변의 초등학교들에서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들이 전체적으로 인기 없고
몇 몇 강좌들만 추첨을 해야할 뿐,
원하면 대부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특히 무상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학년이 섞여 치일까봐
걱정하여 보내지 않기도 한다는
돌봄교실 뿐만 아니라,
같은 학년끼리 묶어서 수업받는
늘봄교실마저 인기가 없다.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선착순이라 눈에 불을 켜고 방과후 지망을 해야하는 학교도 있고,
추첨이라 지망해도 떨어져 다른 대안을 찾아야하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대치동은
아이가 듣고 싶어하는 강좌가 있다면
손쉽게 들을 수 있다.
인기가 없어 폐강되는 강좌도 있어
분기별로 없어지는 강좌도 생긴다.
방과후 프로그램들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아이들의 스케쥴이 워낙 바쁘다.
평균적으로 주 3회 학원일 경우 월/수/금
주 2회 학원일 경우 화/목
오후 일정이 가득 차게 된다.
보통 학원이 적게는 2시간에서 3시간을 운영하니
학원이 하나만 있어도
방과후 프로그램을 듣기 어렵다.
게다가 학원 수업시간이 길다보니
시간을 잘 쪼개서
간식이나 식사를 먹여야하고
또 숙제를 해가야하기 때문에
쉽게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게다가 바쁜 아이들은
그 사이사이에 예체능 학원도
출석도장을 찍어야하기 때문에 몹시도 바쁘다.
하루에 2~3개의 학원을 소화시키는
연예인급의 빼곡한 스케쥴 사이에
학원 사이를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 머무르는 늘봄, 돌봄이 필요하지 않다.
둘째, 엄마들의 인식과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
안그래도
학교에 입학하면 '놀기만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그런 걱정과 우려에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늘봄교실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
아무리 무상이라지만
선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듣는 아이가 적은 날은
영상을 보며 시간을 떼운듯 하기도 해서
선뜻 계속 보내야하나 걱정스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 인식의 연장선에
정규 교육과정 내내 놀았는데
2시간이나 더 학교에서 놀려야하나 하는 의문은
선택형 늘봄, 늘봄교실을 신청하지 않게 만든다.
사실상 늘봄은
부모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동네 학부모들은 '편하게 쉬기'를 선택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나 배우는지,
정확히 알아야 마음이 편한 학부모들의 스타일은
왠지 방과후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길이
아이를 방치하는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물론,
시간 부족과 부모들의 인식 때문만은 아니다.
다양한 이유로
이 동네에서는 아이들을 학교에 오래 머물도록
두는 학부모의 수가 다른 곳보다 현저히 적다.
실제로 내가 1학년 담임을 맡았던 해에
늘봄교실이 새로 생겨
급작스럽게 학교에 들어오게 되었다.
새로 생긴 늘봄교실에 희망하고
실제 이용한 아이들은
전교 280여명 중 10명 이내였다.
게다가 요일별로 모두들 선택이 다르니
평균 3명 이내의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있었다.
그 다음 해에
나의 딸이 1학년에 입학한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아 그
늘봄교실을 선택한 학생은
같은 학급에 딸을 포함해 3명 이내였다.
그래서인지
늘봄교실을 마치고 하교하는 길에
늘봄 선생님의 뒤를 졸졸 따라나오는
병아리같은 1학년 아이들의 하교행렬이
10명이 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의도치 않게 소수의 정원으로 보살핌을 받게 되어
맞벌이라 늘 바쁜 내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감사했다.
하지만 다수가 선택하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날도 있었지만.
선택형 늘봄(방과후 선택형)도 마찬가지로
경쟁율이 낮아, 딱 한 번 추첨을 한다고 안내를 받은 적은 있지만 대안으로 수강신청할 과목이 많아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수강 신청을 하면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요일별 1~2개의 강좌를 제외하면
10명 안팎의 아이들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심지어 아이가 즐거워하던 한 강좌는
한 분기만에 폐강되었다.
어떤 학교에
방과후 선택형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은
맞벌이 가정이 많거나 부모님이 바빠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는 것을 반증한다.
혹은 방과후 선택형 프로그램의 양과 질이 좋은 학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치동 주변 학교들은
방과후 선택형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초등학교에 전입을 생각하는 맞벌이 가정에게는 부담이 되는 대목인데 보통 돌봄교실 운영 여부와 방과후 신청을 생각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반대로 생각하면,
경쟁률이 낮고 수강하는 인원이 적어
편하게 신청할 수 있고,
마음놓고 맡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방학 중 돌봄교실을 신청하여 이용해보았는데,
하루 평균 10명 내외의 아이들이 이용하고
오후에 데리러 가보면 딸이 자기를 포함해 세 네명 있었다고 말했다.
맞벌이라 방학에 혼자만 보내는 마음 한 구석이
미안하고 서글펐는데,
아이는 다행히 돌봄교실에서 막내를 차지하고
언니오빠들과 함께 지내는 것을 즐거워했다.
정원이 적다 보니
갈등이 생길 일도 적고
세심하게 봐주셔서 안심하고 출퇴근을 했다.
게다가 만화책이 정말 많다고 했는데
하교 데리러가면 왜 이렇게 빨리 왔냐고
책을 덜 봤다고 투덜대기까지 했다.
무엇이든 이면이 존재한다.
무조건 어떤 프로그램이 장점이 있으니
극단적으로 무조건 해야한다거나
단점이 있으니
절대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정규 교육과정이
4교시와 5교시로만 구성된 저학년 때
하교 시간은12시 30분~1시 40분 사이이다.
이 때 조금더 학교에 머무르면서
아이도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엄마나 아빠도 시간적 여유를 챙기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게다가 비싼 레슨비나 학원비를 들이기 전,
아이가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소질이 있는지 맛보기로 시도해볼만한 가성비 넘치는 교육비와
준비물비로 편하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으니
저학년에는 남들이 좋다는 것 대신
아이가 해보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이든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덤으로
엄마의 시간도 소중히 아껴주고
교실 밖의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