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속 화초

요즘 아이들 빗대자면

by 대치동 비둘기

워낙 아이가 귀한 세상이다보니

과거보다 더더욱 아이를 지켜보는

가족의 시선이

한 아이에게 더 집중되고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시대가 되었다.

종종 엄마를 갈아넣는다는 표현을 듣곤 하는데

아이의 일거수일투족

그리고 성장의 모든 단계에서

최선을 다하는 풍토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정말이지

마음이든 몸이든

상처하나 없이

다치지 않고 자라는 것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앞길에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방해물들을

미리 치우려 많은 부모들이 노력한다.



그것이 심리적이든

물리적이든

아이가 마치 온실 속의 화초처럼

온실 밖의 일들을 가능하면 늦게까지

모르고서

순수하고 영롱하게

맑은 모습만을 간직하길 소망하곤 한다.






자연스럽게 또래관계가 형성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마음맞는 엄마들과 모여

미리 친한 친구를 만들어주거나,

아이가 싫어하거나 불편하다고 하는 상황이 생기면

참고 대처하라 조언하기보다는

어른인 부모가 앞장서서 해결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이자

아이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과 판단보다는

내 아이를 가장 중심에 놓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정답에 가까울테니까.






한편으로는

온실을 만들어주는 든든한 부모 덕분에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을 오래 간직하고 자라는 아이들이

때로는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라떼는 이야기이지만,

내가 성장할 때에는 참을 인자를 세 번 정도 새겨야하는 것이

미덕이었는데

요즘은 참는 사람이 지는 것 같고

참는 것보다 밖으로 표출하고 표시내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되었다.

참기만 하면 손해를 보고

눈길을 받지 못하고 기다려야만 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일단은 참되, 작은 일도 숨기지 않고 바로 이야기하라거나

화가 나면 즉시 상대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전 일을 그냥 넘겼다가

시간이 흐른 뒤

곪아버린 마음의 상처가

더 커져버릴까봐 노심초사하면서.





동네 화단

실제로 흔하디 흔한 풀꽃들보다

키우기 까다롭고

온습도 조절이 힘든

화초들이 더 곱고 예쁘다.




'미의 기준'이 상대적 기준이기에

그 곱고 아름다움을 비교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해도,

솔직히 나의 눈에는

우아하고 고귀한 난이나

희귀한 꽃들에게 시선이 한번 더 가고

묘한 끌림을 느낀다.



잘 관리된 조경

아이들도 식물처럼

부모가 외부 환경을 안전하게 잘 보살피고

물심양면으로 돌보는 가정의 아이들이

더 온순하고 고와보이는 면이 있다.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주저없이 상담을 신청하고,

학원에서 마찰이 생기면 반이나 시간대를 바꾸고,

싫어하는 곳이나 음식이 있으면

미리 모두 아이의 앞에 두지 않는다.




어린왕자

마치 아이가

어린왕자가 키우느 유리 속 가냘픈 장미 한 송이처럼

꽃 잎 하나 다치고 찢어질까봐

노심초사하며 마음을 쏟아 붓는 형상이다.



나는 온실 속의 화초를 키우는 마음을 존중하고

한편으로는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선배로서

아이가 갈 길에 마주할 방해물을

돌부리 하나 남기지 않고 치울 수 있느 순발력과

관찰력과 고도의 집중력이 부럽다.



그리고 그 길을 꾸준히

아이가 성인이 되는 그 순간까지 계속할 체력과 근성에

박수를 보낸다.





감은 때가 되면 혼자 익는다

단지 조금 미안하지만

그렇게 해주지 않는 부모를 만난 우리 아이가

내가 미쳐 치우지 못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가 있겠지만,

훌훌 털고 일어나서

혼자 다시 꿋꿋이 걸어가기 위해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온실까지는 아니지만

그들의 대단함을 본받아

궂은 비구름을 때로는 막아줄 수 있도록

나 역시 노력하겠다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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