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학원은 간다

학교는 결석해도 학원은 가는 아이들

by 대치동 비둘기
선생님, 민수 어제 방과후랑 영어학원은 왔어요!



어제 아침, 민수가 아파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아 걱정했었는데, '학교 수업'만 안 왔을 뿐 방과후와 영어학원은 알차게 챙겨 출석했다는 말은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던 시절이 있었다. 꾀병이었던지, 아니면 급격히 오후가 되서 나았던지 알 수 없다가도 아니 왜 학교만 안보내냐며 동료 선생님들과 의아해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나도 아이를 키우고 초등학교 학부모가 되어서야, '아파도 학원을 보내는 엄마의 마음'을 십 분 이해하게 되었다. 학교는 못 가더라도 학원은 가야지, 라면서 주섬주섬 아이를 챙긴다거나 아파도 숙제를 꾸역꾸역 시켜내는 나를 보고서 나도 다른 엄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아줌마가 다 되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무료와 유료의 차이




알다시피 사립학교가 아니라면, 초등학교는 무료로 운영된다. 물론 교육세를 포함한 다양한 세금으로 운영되지만 학부모가 '직접' 적으로 학교에 내는 비용은 없다. 그래서 학교를 아파서 못 가거나, 체험학습으로 못 가게 되더라도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분기별, 월별로 교육비를 납입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이나 학원의 경우에는 회당 수업료가 정해져 있어 수업을 빠지게 되면 그만큼 환불받을 수가 없다(물론 법정 감염병일 경우 초등학교 방과후 과정은 환불 가능). 그래서인지 부득이하게 고열에 시달리지 않으면, 아이가 힘든 것을 알면서도 돈이 아까워서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수액맞고 학원 간다



특히 대치동의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수액실'이 깔끔하고 잘 정비되어 있다. 마치 호텔의 작은 방처럼 꾸며진 곳도 있고, 1인실, 2인실로 침대 베드도 꽤나 쾌적하다. 시험기간이나 수능 전 달에는 이 수액실들이 가득 찬 full방이 된다. 아파서 '수액'을 맞으러 왔지만 수액을 쾌속으로 맞고 가야하는 곳은 집이 아니라 '학원'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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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디하게 수액을 주기도 하는데 대략 20~30분 정도면 모든 과정이 끝나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종종 아이들은 아픈게 아니라 피로해서 맞기도 하는데, 마치 에너지 드링크를 방금 막 먹은 것처럼 반짝 피로가 풀리기도 한다.



나 고3 때 삼촌 병원가서 수액 자주 맞았어



친한 대학 동기가 '수액'을 '고등학생' 때 맞았다는 말을 듣고서, 의아했는데 정말이지 그런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수액'까지 맞아가며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한다는 것이 놀랍고 대단하면서도 한 편으로 짠하고 불쌍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감기는 쉬라는 신호이다.'는 것을 알면서도, 편하게 쉬지 못하는 우리나라 어른들과 청소년들이라니. 도대체 언제쯤 푹 쉴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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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막상 내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할 수 있잖아'라면서 다독이고 달래서 양몰이 하듯 오늘 계획했던 무언가를 다 해내도록 독촉한다. 내로남불처럼,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손가락질 받을 행동인 것을 알면서도.



요즘 4월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코로나와 독감이 유행이다. 소아청소년과에는 하루만에 독감을 치료하고 열을 떨어트려주는 독감 수액을 맞는 아이들과 피로 회복에 좋은 비타민이 들어간 수액을 맞는 아이들이 가득하고 진료 대기도 꽤 긴 시간이 소요된다.



진료 대기를 하지않아도, 사전 예약을 하면 대기 없이 수액을 맞을 수 있는 곳들도 있다. 2~30분이 소요되는 수액에 1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어른들은 모두 마음 한 구석에 '좀 쉬면 다 낫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막상 실천하지 못하는 상태로 동동거리며 아이의 하루를 좇는다.




그래서 모두가 바쁜 대치동의 병원의 대기 인원과 학원의 출석율은 떨어질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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