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군중은 왜 같은 꿈을 사는가 (2)

튤립에서 비트코인까지, 군중, 도박, 투기에 대한 이야기

by 대치동 중학생

2장. 군중, 대중, 다중, 그리고 이야기와 가격의 사회학


투기와 도박, 그리고 그 둘이 서로를 비추며 거의 구별되지 않는 지점들을 이해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개별 행위자의 계산이 어느 순간 집합적 정동으로 바뀌고, 다시 그 정동이 가격과 소문, 기대와 불안의 형식으로 되돌아와 개별 행위자에게 침투하는 낯선 순환이다. 이 순환을 설명하기 위해 사회학은 오랫동안 군중, 대중, 공중, 다중이라는 이름들을 번갈아 호출해 왔으며, 경제사회학과 인류학은 여기에 수행성과 내러티브, 놀이와 도박의 어휘를 더해 왔다. 아래에서는 서로 다른 학문적 전통을 통합하지 않고 늘어놓되, 서로 다른 고전들이 투기 시장이라는 특수한 장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속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이후 따라올 역사적 사례와 실험의 뼈대를 구성하는 이론적 배치를 정리하고자 한다.


군중에 관한 고전적 논의의 출발점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역시 귀스타브 르봉이며, 그의 『군중심리』는 오늘날에도 대중정치나 팬덤, 시장의 과열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거의 반사적으로 호출된다. 르봉에게서 군중은 개별 인격의 이성적 통제력이 약화되고, 암시와 전염, 반복과 위신의 효과가 우세해지는 심리적 상태이며, 이 점에서 군중은 언제나 비판적 숙고보다 감정의 증폭에 가까운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르봉의 중요성은, 그가 군중의 본질을 완전히 규명했기 때문이라기보다, 19세기 말 근대 사회가 이미 스스로를 더 이상 고립된 개인들의 합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감각에 도달해 있었음을 가장 선명하게 기록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르봉은 군중을 병리로 묘사했지만, 동시에 근대가 스스로 생산한 새로운 집합성의 형식을 가장 먼저 감지한 셈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르봉을 다시 읽는 일은 그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라기보다, 근대 사회가 왜 군중을 두려워했고 또 왜 끊임없이 그것을 필요로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계보학적 작업에 가깝다(르봉, 『군중심리』).


르봉과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았던 가브리엘 타르드는 이 문제를 조금 다른 방향에서 밀고 나갔다. 『모방의 법칙』과 『여론과 군중』에서 타르드는 사회를 거대한 구조물이라기보다 개인들 사이를 흐르는 모방과 암시, 미세한 전염의 연쇄로 보았고, 특히 군중과 공중을 구별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타르드에게 군중이 물리적 밀집과 즉각적 감응의 형식이라면, 공중은 신문과 담론, 토론과 같은 매개를 통해 멀리 흩어진 이들이 동일한 문제를 함께 의식하는 형식이었다. 이 구별은 오늘날 다시 보아도 중요하다.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의 참여자들은 반드시 한 장소에 모여 있지 않지만, 같은 뉴스와 차트, 같은 게시판의 언어, 같은 인플루언서의 문장을 동시에 소비하면서 서로의 반응을 상상하고 재구성하는데, 이때 그들은 군중이면서도 공중이고, 대중이면서도 일시적으로는 군중처럼 행동한다. 그러므로 시장의 집합성을 단지 군중으로만 부르는 것은 부분적으로 맞지만, 그것이 어떤 매개 구조 위에서 형성되는지를 놓친다는 점에서 충분하지 않다(타르드, 『여론과 군중』).


이후 대중사회론은 이러한 문제를 보다 넓은 근대 사회의 위기와 연결지었다. 군중이 사건적이고 일시적인 집합이라면, 대중은 원자화된 개인들이 동일한 정보 환경과 동일한 감정의 문법 속에서 수동적으로 배열된 보다 일상적인 형식으로 이해되었다. 여기서 대중은, 직접 소리치며 광장을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놀랄 만큼 유사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현대 사회의 보통 상태에 가까웠다. 하지만 네그리와 하트가 『다중』에서 제시한 multitude, 곧 다중의 개념은 이 오래된 군중/대중 도식에 다시 균열을 내었다. 그들에게 다중은 균질화된 mass-대중이 아니라, 서로 다른 단독성들(singularities)이 소통과 협동을 통해 접속하는 복수적 집합이며, 따라서 그것은 병리적 군중도 아니고 수동적 대중도 아니다. 이 개념을 투기 시장에 그대로 옮겨올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오늘날의 온라인 투자 공동체, 밈 주식 포럼, 가상자산 커뮤니티를 볼 때, 우리는 이들이 단순히 조종당하는 대중이라기보다 스스로 의미를 생산하고 재배치하는 능동적 집합의 측면 또한 갖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부터 시장의 군중은 더 이상 순진한 피해자나 광기의 희생양만이 아니라, 자신이 군중임을 부분적으로 의식하면서도 다시 그 군중 속으로 기꺼이 진입하는 근대적 행위자로 보이기 시작한다(네그리 및 하트, 『다중』).


이 지점에서 수행성 이론은 중요한 전환을 제공한다. 수행성이라는 말은 원래 J. L. 오스틴의 『How to Do Things with Words』에서 출발했는데, 여기서 핵심은 어떤 말이 단지 현실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제도적·상황적 조건 속에서는 그 자체로 행위를 이룬다는 데 있었다. 경제사회학은 이 통찰을 언어 바깥으로 확장했다. 미셸 캘롱이 『The Laws of the Markets』에서 제안한 프로그램과 도널드 맥켄지가 『An Engine, Not a Camera』 및 관련 논문들에서 전개한 분석에 따르면, 경제이론과 가격모형, 계산 장치와 시장 규칙은 시장을 바깥에서 반영하는 카메라가 아니라, 행위자들의 실천을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시키고 나아가 시장 자체를 재조직하는 엔진처럼 작동할 수 있다. 투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이 논의가 결정적인 이유는, 가격이 단지 결과가 아니라 다시 원인이 된다는 점, 다시 말해 상승한 가격이 추가 상승의 근거로 읽히고, 모델이 현실을 설명할 뿐 아니라 현실을 그 모델의 방향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버블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 단순한 오판이 아니라, 설명과 행위가 서로를 강화하는 수행적 회로의 산물로 이해될 수 있다(Austin, How to Do Things with Words; Callon, The Laws of the Markets; MacKenzie, An Engine, Not a Camera).


수행성이 가격과 장치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내러티브 연구는 그러한 가격과 장치가 무엇을 통해 의미를 얻는가를 묻는다. 로버트 실러는 『내러티브 경제학』에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숫자 그 자체만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를 전염되듯 퍼져나가는 이야기라고 보았고, 특히 인간적 관심과 감정을 동원하는 간명한 서사가 경제적 충격을 증폭시키는 방식에 주목했다. 실러가 말하는 내러티브는 사실의 반대말이 아니라, 불확실한 현실을 견디기 위해 사람들이 붙잡는 해석의 골격이며, 이 점에서 그것은 시장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부에 놓인다. 옌스 베커트 역시 『Imagined Futures』에서, 경제행위가 근본적 불확실성 속에서 이루어지는 한 행위자들은 필연적으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실천 가능한 방식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허구적 기대(fictional expectations)에 의존한다고 보았다. 이때 이야기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미래가 현재의 행위에 개입할 수 있게 만드는 매개이며, 버블은 바로 그 기대가 지나치게 강력한 서사의 형태를 얻었을 때 나타나는 특수한 상황으로 이해될 수 있다(Shiller, 『내러티브 경제학』; Beckert, “Imagined Futures”).


이론적 지형이 여기까지 왔을 때, 도박과 투기를 둘러싼 고전적 논의들은 이 모든 개념들을 다시 감각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린다. 케인스는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 12장에서 시장을 미인대회에 비유함으로써, 투자자가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대상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고를 것 같은 대상을 예측하는 게임에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비유는 시장이 기대의 기대, 곧 2차 관찰의 장이라는 점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한편 로제 카이와는 『놀이와 인간』에서 놀이를 경쟁, 우연, 모의, 현기증의 네 범주로 구분하면서, 특히 alea, 곧 우연에 자신을 맡기는 놀이 형식을 중요한 문화적 범주로 제시했다. 이 범주는 투기와 도박이 단지 탐욕의 언어가 아니라, 운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인간적 형식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클리퍼드 기어츠가 『문화의 해석』에 실린 발리의 닭싸움 논문에서 도박을 사회적 위신과 남성적 동일시, 집단적 경쟁의 극적인 무대로 읽어낸 것 역시 같은 맥락에 놓인다. 높은 판돈은 단지 더 큰 돈의 문제가 아니라, 상징적 질서가 더욱 농밀하게 응축된 심층놀이(deep play)의 표시였고, 바로 그런 이유로 도박은 경제적 행동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드라마였다. 여기에 어빙 고프먼의 「Where the Action Is」를 덧붙이면, 도박은 생활세계의 지루한 반복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을 위태롭게 내놓는 순간, 곧 '연극적 자아(character)'가 시험되는 장면으로도 이해된다. 이 관점에서 투기 시장은 돈을 버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용기와 안목, 배짱과 품위를 연기하는 무대가 된다(케인스,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 카이와, 『놀이와 인간』; 기어츠, 『문화의 해석』; Goffman, “Where the Action Is”).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이론사적 분석 축은 네 갈래로 모아진다. 첫째, 군중·대중·공중·다중의 구분은 투자자들이 어떤 매개 구조와 어떤 상호 참조의 방식 속에서 집합성을 형성하는지를 구별하게 해준다. 둘째, 수행성 이론은 가격과 모델이 단지 외부 현실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다시 행위자들의 현실을 조직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셋째, 내러티브와 허구적 기대에 관한 논의는 시장이 왜 언제나 사실보다도 이야기의 형식을 통해 움직이기 쉬운지를 설명한다. 넷째, 도박과 놀이의 사회학 및 인류학은 투기 시장이 손익의 장일 뿐 아니라 위신, 동일시, 긴장, 모험의 무대이기도 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결국 투기의 군중은 단지 어리석은 무리가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서로의 기대를 읽고, 가격의 움직임을 이야기로 번역하며, 다시 그 이야기를 현실로 밀어 넣는 근대적 집합이다. 다음 장에서 다루게 될 튤립 투기, 미시시피 사건, 남해회사 버블, 서브프라임과 파생상품, 비트코인의 사례들은 바로 이 네 갈래의 축이 역사 속에서 서로 어떻게 엮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로 제시될 것이다.


참고문헌

르 봉, 귀스타브. 『군중심리』. 강주헌 옮김. 현대지성, 2021.
타르드, 가브리엘. 『여론과 군중: SNS는 군중의 세계인가 공중의 세계인가?』. 이상률 옮김. 지도리, 2012.
기어츠, 클리퍼드. 『문화의 해석』. 문옥표 옮김. 까치, 2009.
카이와, 로제. 『놀이와 인간』. 문예출판사, 2018.
네그리, 안토니오 및 하트, 마이클. 『다중』. 조정환 옮김. 세종서적, 2008.
케인스, 존 메이너드.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 이주명 옮김. 필맥, 2009.
실러, 로버트 J. 『내러티브 경제학』. 박슬라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21.
애커로프, 조지 A., 로버트 J. 실러. 『야성적 충동』. 김태현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Austin, J. L. How to Do Things with Words. Oxford: Clarendon Press, 1962.
Callon, Michel, ed. The Laws of the Markets. Oxford: Blackwell, 1998.
MacKenzie, Donald. An Engine, Not a Camera: How Financial Models Shape Markets. Cambridge, MA: MIT Press, 2006.
MacKenzie, Donald. “Is Economics Performative? Option Theory and the Construction of Derivatives Markets.” Journal of the History of Economic Thought 28, no. 1 (2006): 29–55.
Beckert, Jens. “Imagined Futures: Fictional Expectations in the Economy.” Theory and Society 42, no. 3 (2013): 219–240.
Beckert, Jens. Imagined Futures: Fictional Expectations and Capitalist Dynamics.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2016.
Goffman, Erving. “Where the Action Is.” In Interaction Ritual: Essays on Face-to-Face Behavior. New York: Anchor Books,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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