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갈비
서초 IC를 빠져나와 예술의 전당 방향으로 200미터쯤 달려 고갯마루를 넘어설 즈음 오른편에 간판 하나가 있었다. ‘버드나무 갈비집’이다. 지금은 서초구 효령로로 자리를 옮기고 ‘버드나무 갈비 서초동본점’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1977년 개점 이래 한우구이 한 길만 걸어온 이 집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이곳의 갈비탕은 갈비탕의 최고치라 할 수 있다. 다른 갈비탕들이 참조해야 할 절대값 같은 것. 처음 이 집 갈비탕을 마주한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수북이 나오는 갈비탕 뼈와 살의 양에 터져 나오는 감탄사.
한 번은 회사 동료를 데리고 갔을 때였다. “둘이 먹으면 갈비뼈만 모아도 한 그릇이 돼”라고 말했더니 그는 코웃음을 쳤다. “뭘 그렇게 과장을…” 그러나 실제로 탕을 다 먹으며 가운데 있는 뼈 그릇에 차곡차곡 쌓인 갈비뼈 산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살코기가 듬뿍 붙은 갈비뼈가 일반 갈비탕의 두 배는 족히 되는 양으로 뚝배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갈빗대가 뚝배기를 꽉 채울 만큼 들어있어, 고기만 발라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국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한우 갈비뼈를 오래 고아 우러난 육수는 달착지근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혀끝을 휘감는다. 다시마와 무로 낸 시원한 육수가 일품이다.
그런데 이 집에는 독특한 원칙이 있다. 전날 저녁 한우 갈비를 저미며 손질한 부위만으로 갈비탕을 끓인다는 것. 그러니 갈비탕에 들어갈 재료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갈비탕이 3만원이 넘지만, 30여 년 전, 갈비탕이 6천 원이던 시절부터 이 집을 다녔다. 당시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전날 약주 한잔하신 단골손님들 속 풀이하시라고 갈비탕을 끓인 거예요. 갈비 저미고 남은 부위로 끓이니까 한정된 그릇밖에 못 내드립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날 과음한 다음 날 아침, 이 집 갈비탕만큼 확실한 해장은 없다.
요즘은 점심시간에 ‘100그릇 한정’이라는 팻말을 걸어둔다. 소비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준다는 점에서는 친절한 방침이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속 풀어드리려던 초심이 어느새 ‘한정판 마케팅’으로 탈바꿈한 건 아닌지.
갈비탕을 먹으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11시 이전에 도착해야 주문 순번을 받을 수 있고, 11시 10분이면 이미 주문 마감이다. 그 이후에 오면 국밥이나 다른 메뉴로 만족해야 한다. 정작 갈비탕이 나오는 시간은 11시 30분 이후. 그러니까 최소 30분은 멍하니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한 번은 조금 늦게 도착해 갈비탕이 떨어져 버린 적이 있었다. 허탕을 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던지. 그날 이후로는 시계를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다.
회사가 근처에 있을 때는 직원들과 함께 점심으로 갈비탕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우면산을 넘어 회사까지 걸어가곤 했다. 땀을 흘리며 오르는 산길에서도 뱃속의 갈비탕은 든든했고, 동료들과 나누던 농담은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요즘도 가끔 토요일 아침이면 분당 집에서 일부러 아침을 거른다. 10시쯤 차를 몰고 나와 이 집에 도착해 아침 겸 점심을 먹는 것이 우리 가족만의 작은 의식이 되었다. 조금 남으면 포장을 해서 저녁에 반주 안주로 즐기기도 한다. 저녁에도 갈비탕도 여전히 맛있다. 오히려 간이 더 배어 깊은 맛이 난다.
버드나무갈비의 갈비탕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선다. 그것은 세월의 무게이고, 한 그릇에 담긴 프리미엄이다. 누군가 “서울에서 갈비탕 어디가 제일 맛있어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곳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