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서울 서초구 신반포에 33평 아파트 한 채가 들어섰다. 가격은 1,320만 원, 평당 40만 원이었다. 2025년 현재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23억 4,900만 원에서 25억 2,700만 원 사이다. 47년 동안 약 180배 올랐다. 계산해 보면 이 아파트는 매년 5,100만 원씩, 47년간 쉬지 않고 돈을 벌어왔다. 주인이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휴가를 떠나 있는 동안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같은 40년 동안 월급여로 번 돈은 얼마였을까. 1978년 직장인의 월평균 급여는 약 5만 원이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월평균 임금총액은 418만 8,000원이다. 84배 상승했다. 집값 상승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가도 물론 올랐다. 1978년 라면 한 봉지는 100원이었다. 2025년 일반 라면은 1,000원, 고가 제품은 1,500원에서 1,900원에 이른다. 라면은 10배에서 15배 올랐다. 서울 지하철 요금은 1974년 30원에서 2024년 1,550원으로 약 52배 올랐다.
라면은 10배, 대중교통은 50배, 급여는 84배 올랐다. 그런데 같은 기간 집값은 180배 상승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사례와 비교해서 극단적인 비교일 수 있지만 일반이 느끼는 허탈감은 이러한 아파트와 닿아있다고 할 수 있다. 물가나 월급이 일상의 풍경을 바꿨다면, 집값은 인생의 설계도 자체를 바꿔버렸다.
국제 비교는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더 명확히 보여준다.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중간값 주택가격을 중간값 가구소득으로 나눈 지표로,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집을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2024년 6월 기준 서울의 PIR은 25.1배다. 서울에서 중간 소득 가구가 중간값 아파트를 사려면 25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해 보자. 뉴욕 14.2배, 런던 18.6배, 도쿄 11.3배. 서울의 PIR은 이들을 모두 압도한다. 국가 단위로 보면 격차는 더 극명하다. 미국 전체 평균 3.3배, 호주 8.4배, 영국 9.1배, 독일 9.4배. 선진국에서는 10년 이내에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은 그 두 배 반의 시간이 필요하다.
건강한 경제에서는 생산이 자산을 만든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집을 산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자산이 생산을 압도한다. 집을 가진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부자가 되고, 일하는 사람은 평생 일해도 집을 살 수 없다.
이 구조는 사회 전체의 인센티브를 왜곡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생산적 활동에 투자하는 것보다 자산 투기에 뛰어드는 것이 더 큰 수익을 보장한다. 청년들은 묻는다. “왜 열심히 일해야 하나요?” 가계 부채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났지만, 대부분은 부동산 구매를 위한 빚이다.
생산이 아닌 자산이 경제를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 일하지 않는 자산이 이기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점점 더 “성실하지만 늦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성장의 문제를 넘어, 신뢰의 문제를 겪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