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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곧 Sep 04. 2018

검사와 박사

 지방검찰청에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많은 교수와 일반인이 참석하였지만 주최자가 검찰청이다보니 사회를 검사가 맡아서 진행한다.

국책연구원에서도 많은 세미나가 열린다. 교수, 업계관계자, 학생들이 참여해도 연구원이 주최하기 때문에 박사 연구원이 사회를 보는 경우가 많다.

세미나 사회를 본다는 것은 시작을 알리고 예식을 하고 좌장을 소개하고 나중에 폐회를 선언하는 정도의 일을 하는 것으로 보통 개최 부서의 실무자가 담당하게 된다. 그렇더라도 검사나 국책연구원 박사가 세미나 사회를 본다는 것은 외부인들 눈에는  색다른 풍경이다.

사법고시를 붙고도 상위 성적을 내야만 검사로 임용될  있고,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가? 학위논문을 몇년간 준비한  제자는 이렇게까지 말한 적이 있다. “교수님 세상에는 박사와 박사가 아닌 사람으로 나뉘어져 있는  같아요.”

그러나 그들이 검사커뮤니티에 그리고 박사커뮤니티에 각각 소속되는 순간 그들도 다른 일반 조직과 같은 선임, 팀장, 부장, 기관장이 수직으로 서있는 조직논리에 순응해야하는 신참 직장인이 된다.

그래서 외부에서  때는 건물앞에 드리워진 장막안에 있는 신비로운 사람들 같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그들도 같은 직장인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커뮤니티의 우월감을 느낄  있는 조직은  만큼  힘든 조직생활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커뮤니티별로 담당하는 일이 다르게 규정되어 있을  그안에서 고뇌하고 기뻐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작년에 있었던 같은 세미나에서 사회를  검사는 올해는 한결 여유있는 표정으로 일반석에 앉아 있고, 신참 검사가 긴장하며 사회를 보는 풍경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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