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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곧 Sep 14. 2018

노르웨이의 숲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가는 노르웨이 국내선 비행기를 탔다. 노르웨이의 숲을 찾아보려고 창밖을 내려보는데 비행기가 얼마 오르더니 이내 구름속에 들어가 시야가 없어지고 만다. 비행기가 구름위로 올라가자 그곳에 해가 떠있었다.  

비가 오고 흐리고 음습한 것은 이 찬란한 빛의 해를 가리고 있는 구름때문이다. 구름은 태양같은 실체가 아니다. 항상 자리를 이동한다. 생겼다가도 이내 없어진다.

우리 삶은 항상 찬란하게 축복받아 행복한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힘들어하고 좌절하는 것은 모두 그 축복을 가리고 있는 구름때문은 아닐까? 무엇이 우리를 축복이라는 진실을 가리는 구름일까?

딸의 대학 합격소식, 부인, 아들, 딸들의 오래된 관습, 헤어짐, 상실감, 질투, 사랑, 기억, 욕심, 승부욕, 과시욕, 그리고 청춘의 불완전한 사랑 등등이 모두 찬란한 삶이라는 실체를 가리는 구름일 것이다.

이러한 감정들은 마치 비가오고 흐린 것 같은 것처럼 우리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크게 웃기도 하고 크게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곧 없어지기도 하고 다시 나타나기도 하는 순간이다. 비오는 노르웨이 숲위에도 여전히 해는 떠있고 우리는 찬란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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