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환검호수

by 글곧

하노이의 호안끼엠 호수는 전설을 품은 물이다.


레 왕조의 영웅 레러이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신비한 검을 빌렸고, 평화를 되찾은 뒤 거북에게 그 검을 돌려주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이름도 ‘환검(還劍)’이다. 빌린 힘으로 싸웠으되, 소유하지 않았다는 상징. 전설은 호수 한가운데 작은 거북탑으로 남아 있고, 그 주변은 오늘의 하노이가 뛰노는 공간이 되었다.


금요일 밤이면 이 일대는 차가 통제되고, 야시장이 열린다. 네온사인이 켜지고, 젊은이들이 도로를 점령한다. 누군가는 음악을 틀어놓고 단체로 춤을 추고, 누군가는 길 한복판에서 노래를 부른다. 묘기를 선보이는 청년들, 배드민턴 셔틀콕 대신 제기를 차듯 발끝으로 공을 튀기는 소녀들. 하이힐을 신은 채 균형을 잃지 않고 공을 이어가는 모습은 묘기와도 같다.


이 도시는 젊다. 인구 구조 자체가 그렇다. 베트남은 평균 연령이 낮고, 거리에는 학생과 청년이 넘친다. 아이를 안은 젊은 엄마의 얼굴도 아직 소녀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무리 전체가 활기차고, 사회의 공기가 경쾌하다.


결혼 문화도 독특하다. 전통적으로 결혼 비용과 주거 문제는 큰 부담이어서 결혼이 늦어지는 남성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가정을 꾸리면 부부가 함께 생계를 책임진다. 오토바이를 몰고 출퇴근하는 여성, 가게를 운영하는 젊은 아내들, 아이를 업고도 상점을 지키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거리의 여성들은 대체로 씩씩하다. 그 표정에는 의존보다 자립의 기운이 묻어난다.


호수 주변 좁은 인도에 쪼그리고 앉아 쌀국수 한 그릇을 먹는다. 낮은 플라스틱 의자는 처음엔 어색하지만 금세 편해진다. 소음은 크고, 오토바이는 끊임없이 지나가며,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파도처럼 밀려온다.


쌀국수 국물은 담백하고, 향채의 향이 은근하다. 옆자리에서는 젊은이들이 맥주잔을 부딪치며 웃는다. 값비싼 레스토랑이 아니어도, 조용한 공간이 아니어도, 이들은 충분히 즐겁다.


전설의 검은 호수로 돌아갔고, 도시는 그 위에서 현재를 산다. 빌린 검으로 나라를 구했다는 이야기는 과거의 영웅담이지만, 오늘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힘으로 하루를 살아낸다.


나는 그들 속에 앉아, 놀이를 통해 행복을 배우는 법을 본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함께 웃는 일상. 낮은 의자 위에서 맥주 한 잔을 하며 그들과 함께한다. 호안끼엠의 밤공기가 습하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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