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는 감칠맛이 있지만 기름지다. 이에 비해 바다장어는 밋밋하지만 담백한 맛이 있다. 10여년전에 분당 수내동 상가 2층에 바다장어집이 있었는데 갑자기 문을 닫은 이후 분당에는 바다장어 구이집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인테리어도 꽤 들였을 법한 집을 그냥 폐업한 걸 보니 내 생각과 달리 바다장어 인기가 없는 것 같다.
부산 남촌동에 붕장어(아나고)구이집이 있었다. 남촌동 해변시장 근처에 남촌힐 목욕탕건물 바로 앞집이었다. 이집은 원래 바닷가에 화강암으로 쌓은 벽위에 있던 집으로 바다장어를 직접 배에서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앞바다를 매립하고 그곳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 동네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이집에는 큰 수조가 몇 개 있는데, 그 안에는 서울 사람들이 포장마차에서 먹던 그런 조그만 아나고가 아니라 바다장어 즉 붕장어가 있다. 굵기가 가는 사람 팔뚝만하고 길이는 40센치가 넘는다. 주문을 받으면 그걸 직접 꺼네 잡아 손질해온다. 이것을 숯불화로위에서 굽는데 특이한 것은 이집에서 오래 계셨던 나이 많은 아주머니가 직접 구워준다. 먹어도 된다고 하지 않은 것을 뒤집거나 건드리면 반드시 뭐라 한다. "먹으라 한 것만 맨지쇼!!" 최상의 상태로 구워진 것을 마늘, 고추와 함께 상추에 싸서 한입에 넣으면 두툼한 바다장어 살살 녹아 없어진다.
20년 전 부터 다니던 집인데, 막상 부산에서 근무하면서 다시 찾아왔더니 그 집은 근처로 이사했고 원래집은 다른 가게가 되어있었다. 다소 아쉬운 마음에 이사한 집으로 가보았는데 다행히 옛날에 구워주는 방식과 그 맛을 지키고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구워준 양념 장어구이를 쌈에 싸먹으면서 오래 이맛을 유지해 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