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장어는 집사람과 연애할 때 포장마차에서 즐겨먹던 술안주였다. 당시 집 사람은 꼼장어를 입에 대지도 않았다. 둘째를 임신하면서 체질이 바뀌었는지 꼼장어를 먹겠다고 해서 서울 장위동에서 청량리 포장마차까지 나와 먹은 기억이 난다.
장어는 여러 가지가 있다. 민물장어라고 알려진 뱀장어, 꼼장어라 불리는 먹장어, 바닷장어인 붕장어(아나고), 일본말로 하모라 불리는 갯장어 등이 있다.
뱀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강으로 올라와 10여 년 정도 성장한 후 산란을 위해 바다로 떠나는 장어이다. 보통 민물장어라 불리는 것이다.
먹장어는 눈이 퇴화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꼼장어의 원래 이름이다. 불에 구우면 꼼지락거려 꼼장어라고 불렸다고 한다.
붕장어는 뱀장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깊은 바다에서만 서식한다. 부산에서 아나고구이나 장어구이는 바닷장어인 이 붕장어를 가지고 만든다. 풍천장어 같은 민물장어가 기름진 반면, 바닷장어는 담백한 맛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바닷장어를 더 좋아한다.
갯장어는 수심이 얕은 연안의 바위와 모래 등에 서식한다. 주로 남해 고성지역, 여수 인근 지역과 동해 남부에서 많이 서식한다. 주로 5월 이후에 많이 잡혀 여름 보양식으로 즐기는 장어이다. 회도 좋고 샤부샤부의 맛도 일품이다.
이 중에서 맛으로 보나 오랫동안 먹었던 기억으로 보나 그래도 꼼장어 구이가 단연 으뜸이다. 부산에서는 기장의 짚불구이 꼼장어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나는 포장마차에서 먹던 연탄불에 구워 먹는 꼼장어구이가 더 익숙하다.
부산 남구 용호동에 섶자리라는 장어타운이 있다. 원래 포구였던 섶자리 마을은 주변 바다가 매립되어 현재는 대부분 용호 선착장에 작은 배로 장어 등 생선을 잡아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섶자리 장어촌도 점포마다 대부분 각자의 어선을 갖고 있어 부산 앞바다에서 직접 잡아 온 꼼장어를 팔고 있다.
붕장어와는 또 다른 맛을 가지고 있는 산 꼼장어를 둥그런 연탄불에 구워 먹는다. 옛 정취가 풍기는 포장마차 분위기가 있어 정감이 가는 곳이다. 여기를 다니는 사람들은 이 집 중에 한 집을 단골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
나도 부산에 3년 동안 근무하면서 열댓 번 정도 들렸던 단골 집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소금구이 산 꼼장어 구이의 고소한 맛에 입맛이 다셔진다. 부산에 내려가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