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에서는 바람이 세차게 분다. 특히 여름이 끝나고 초가을에 접어드는 9월 중순 그리고 12월 초 겨울, 그리고 4월 봄바람이 모두 거세다. 회사 정문을 나서는데 뒷걸음 처지는 이 바람은 육지에서는 맞아보지 못했던 생소한 바람이다. 여기저기서 물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소리가 뒤석여 기괴한 태풍 소리로 변한다. 비바람만이 영도를 휘젓고 다니고 있다. 사무실의 통유리 창문이 더각두덕 소리를 내고 휘파람 소리도 가끔씩 들린다.
인천 송도에서도 지낸 적이 있지만 바람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인천 송도의 바람이 거세다면 부산 영도의 바람은 사납다고 표현해야 할 듯하다.
부산 사람들은 송도와 영도 그러면 모두 부산 지명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인천에도 송도가 있다. 인천 송도는 1960년대에 송도유원지로 개발되었던 곳으로 송도해수욕장은 당시 국민관광지였다. 그 앞바다를 메워 송도신도시를 만들었고 다리를 건너가야 하는 인공 섬으로 만든 곳이다. 기업의 R&D센터와 바이오 공장이 들어선 첨단도시가 된 곳이기도 하다. GCF 등 국제기구가 30여 곳 이상 위치해 있는 국제도시이며, 인천 국제공항의 배후 도시의 역할도 수행한다.
부산 영도는 영도 다리 건너가야 하는 원래 있던 섬이다. 소설 파친코에서 어부의 아내였던 양진이 선자를 낳았고, 주인공 선자가 자라며 엄마와 함께 선원들을 하숙시키기도 했고, 잘 생긴 한수와 사랑을 나누었던 곳이 바로 이 영도이다. 지금도 영도는 구불구불 언덕길, 공장지대,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오래된 주택가, 그리고 구도시 그리고 섬과 어울리지 않는 산 위에 덩그러니 지어진 높은 아파트들 때문에 첫인상은 정리되지 않은 도시로 보인다. 부산사람들에게 영도로 들어가는 것은 바닷가 끝에서 다시 섬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인식되어서인지 남항대교와 북항대교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데도 아직 주택지로 낙후되어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골목골목에 자그마한 백반집, 중국집들이 자리 잡고 있고, 산비탈 높은 지대에 성당도 있고 공장도 있고, 골목골목 끝마다 자그마한 대문이 달린 집들이 있다. 어느 곳에서든지 몸을 돌려 바닷가를 바라보면 모두 에메랄드 빛 바다 풍광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몇몇 폐공장이 카페로 바뀌어 운영하는데, 주간에는 부산항에 들고나는 선박들을 바라보고, 야간에는 부산항 대교와 부산항의 야경을 바라볼 수가 있다.
중리 해변가 해녀촌에서 왼쪽 바닷가로 가다보면 중리산을 올라가는 산길이 나온다. 중간에 태평양전망대와 헬기장을 지나 좀 더 가면 태종대 입구의 감지해변이 내려다 보인다. 해변에서 아이스커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태종대 입구에서 해양대 삼거리를 지나 동삼 교회 앞 삼거리에서 언덕길을 올라 절영로를 걸어 중리 자갈해변까지 돌아오면 2시간 30분 걸려 중리산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주말이면 가끔 영도 조선소 근처 바닷가에서 낚시를 했다. 팔뚝만 한 숭어 1-2 마리면 근처 백반집에서 손질해주는데 주인까지 합세해도 4명 정도 술안주는 너끈히 된다.
인천과 달리 부산은 더 많이 해양 휴양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인천송도 보다도 부산 영도가 바다 관련 휴식거리가 더 많이 있는 듯하다. 특히 부산은 일과 휴양을 함께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도시이다. 매일 아침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고, 매일 퇴근 후 해변가에서 회 한접시를 할 수 있는 도시이다.
부산 영도에서는 인천 송도보다는 매서운 바람이 불지만, 송도와는 다른 매력적인 분위기와 특색이 느껴진다. 부산의 바다 풍경과 사람 사는 냄새가 어우러진 영도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부산 여행을 기회가 된다면 영도를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