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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e May 14. 2020

키르기스스탄 알라르차 계곡

키르기스스탄을 다녀온 기억이 새롭다. 일정 마지막 날 오전을 이용해서 천산산맥의 일부 산을 올라갈 기회를 가졌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서둘러 수도 비슈케크 시내를 벗어났다.  
    
산 입구에 산장 같은 여관 하나가 보이고 그 뒤로 큰 산들과 협곡들이 보인다.

아직 산 위로 해가 속아 오르지 않아 어스름한 상태에서 산을 올랐다. 가파르고 좁은 비탈길을 한 동안 오르니 해가솟아올랐고 산의 한쪽면이 뻘겋게 물드는 장관을 연출한다.  

계곡이 점점 멀어지고 산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알라르차 계곡으로 불리는 이곳 저 밑에 큰 게르 하나가 있는데, 이 나라 총리가 외국 귀빈에게 오찬을 제공하는 곳이라 한다.

한 참을 오르다 숨을 잠시 고르기 위해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허브향이 난다. 주변을 살펴보니 키 작은 여러 색깔의 풀 꽃들이 널려있다.

저 멀리 흰 눈으로 덮여있는 산봉우리들이 보인다. 함께 간 현지인이 그 봉우리 중 하나를 가리키며 코리아라고 한다. 정확하게는 프리코리아라고 한다. 프리코리아 봉우리는 6·25 전쟁 당시 러시아인들에 의해서 처음으로 등반되었는데 전쟁에서 북한을 지지한다는 뜻을 담았다 한다. 그럼 어쩌랴? 지금은 한국인이 더 많이 이 나라에 진출해 있고, 저 높은 천산산맥 봉우리가 코리아인 것을!  

3000미터를 좀 더 올랐더니 조그만 평원이 나타난다. 이름 모를 조그만 동물이 목을 빼고 우리를 구경한다. 4000미터 이상의 고봉으로 둘러진 곳에서 끝이 안 보이는 저 밑 계곡을 바라보니 거대한 자연을 느끼게 된다. 털석 주저앉아 땀을 식히는데, 저절로 입에서 탄식이 나온다  


이제야 천산산맥을 보는구나!  
장대함과 깊음속에 익숙한 아늑함이라니!
큰 자연을 대하면 자신이 왜소해진다고 했나?

부족하고 겸손하지 못한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신기하게도 핸드폰이 터진다. 집사람과 며느리하고 영상통화로 근처 고봉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만큼 높은데 올라온 것을 은근히 자랑했다.


산이 높은 만큼 공기는 청량하고 물은 깊고 맑다. 알라르차 계곡과 고봉들의 광대함의 광경에 숨도 파묻힌다. 정갈하고 청정한 원시의 자연 속에서 나도 키 작은 풀 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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