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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곧 Dec 07. 2020

탈고

이제야 보이는 글의 구조

벌써 몇 번째 교정인지 모르겠다. 출판사에서는  최종 오케이를 받으려고 색인 편집까지 다 완료해 보냈는데 아직 수정해야 할 곳이 많이 있다. 도대체 책을 몇 번이나 읽어야 오탈자, 어색한 표현, 사실과 다른 기술 등을 다 고칠 수 있을까?


문장의 인과관계가 잘 못 기술되거나, 문장과 단락의 순서가 뒤바뀌어 있고, 설명이 부족하고, 심지어 수치까지 틀리게 기술되어 있다. 원고를 작성하는 단계에서 수정되었어야 하는 부분이다. 3교, 4교를 하면서 이런 부분을 아직 수정하고 있다는 것은 무성의하게 원고를 작성했다는 반증이다. 교정을 도와주는 출판사와 편집 선생님에게 얼굴을 들지 못할 일이다.


신문사 칼럼을 한참 쓸 때 매월 2-3개 정도씩 칼럼을 작성했다. 고작 두 페이지 남짓한 글인데도 어떤 경우는 일요일에 원고를 완성하고 수요일 송고를 하기 전까지 20번 이상 고치기까지 했다. 10번 이상을 고쳐 이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고, 다음날 아침에 쑤욱 훌터보는데 같은 내용의 문장이 두 군데에 들어있는 경우도 있었고, 단락을 뒤바뀌어 있어 재작성한 경우도 있었다.


오케이 직전에야 비로소 글의 구조가 보이고 어색한 점이 보이는 것을 어찌하랴. 그제야 새로 단락을 추가하고, 삭제할 수 있는 것을..


며칠 후면 마지막 학기 강의도 끝이 난다. 그리고 몇 달 후면 강당에서 집사람과 함께 앉아 유난히 큰 꽃다발을 받고 집으로 가게 될 것이다. 평생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늦게 대학에 와서 교수생활을 했다. 늦었지만 교수직을 수행하면서 몇 권의 책들을 집필할 수 있었다. 연구와 강의를 통해 습득한 낱장이었던 연구결과와 지식들을 하나의 스프링 노트로 묶는 일이었다.


이제 와서 보니 대학에 10년만 일찍 왔다면 좀 더 의미 있는 저술과 논문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국책연구원에서도 매일 연구와 보고서를 썼지만, 연구원에서의 마지막 10여 년 정도는 관리자로 지내기만 한 것은 아닌지 후회가 들기 때문이다.  


지나온 삶에 아쉬움이 있고, 부족한 부분과 오류투성이가 보이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채워야 할 부분이 있을 때 단호하게 결심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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