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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by moolovemoolove

불 꺼진 방 문을 열었다. 방 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마주했던 시간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곳. 고민의 흔적들. A는 그 시간들이 지금에 와서 낯설다. 그는 달빛에 의지해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불을 쓰다듬어 보면서 맞은편에 있는 책장을 응시해 본다. 잠시 동안만이라도 옛 느낌을 되살려 보려는 듯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지만 이윽고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단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엔 지금 이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라 생각하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어 본다. 겨울밤, 짙은 파란빛이 가득한 어두운 방 안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추위가 전달되는 듯한 창 밖의 야경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A는 그렇게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